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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자인대 수술 후 다리 마비 20대 "병원 압박 과도, 1억 배상"

중앙일보

입력

법원 로고. [뉴스1]

법원 로고. [뉴스1]

십자인대 수술 후 과도한 압박 조치로 다리 신경이 마비된 20대 환자에게 병원이 1억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병원 측의 과실로 한창 일할 나이의 환자가 노동 능력의 5분의 1을 잃은 책임을 물은 것이다.

광주지법 "병원 과실 맞다" 항소 기각 #재건 수술 후 수술실 직원 압박 조치 #과도한 압박에 좌측 총비골신경 손상 #대학생 환자 노동 능력 17% 상실 #재판부 "수술과 무관" 배상 60% 제한

광주지법 민사4부(부장 남해광)는 A씨(27)와 A씨 어머니가 광주 한 종합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항소심에서 병원 측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9일 밝혔다. 재판부는 "1심 판결은 정당하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병원 측이 A씨에게 8800만원, A씨를 장기간 간호한 어머니에게 1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법원에 따르면 대학생이던 A씨는 2014년 7월 초 십자인대 파열 부상으로 해당 병원에 입원했다. 십자인대는 무릎 관절에서 십자 모양으로 엇갈리며 정강이뼈와 넙다리뼈에 붙는 두 인대를 말한다. A씨는 같은 달 십자인대 재건 수술을 받고, 수술실 직원으로부터 부목과 압박붕대를 이용한 압박 조치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다. 과도한 신경 압박으로 A씨의 좌측 총비골신경(대퇴부 신경)이 손상돼 발목 등에 마비 증세가 나타났다. 같은 해 10월 말까지 병원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마비 증상은 굳어져 말초신경 영구 장애 판정을 받았다. A씨 어머니가 넉 달간 병원에서 숙식하며 아들을 간호했지만 허사였다.

A씨는 도시 일용직 인부 근로 기준으로 노동 능력의 17%를 상실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A씨와 어머니는 이를 근거로 2016년 병원을 상대로 각각 1억6000만원과 2900만원의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지난해 1심 재판부는 "이 병원 수술실 소속 직원들은 압박 조치를 시행하면서 과도하게 압박한 과실로 A씨에게 좌측 하지(다리) 총비골신경 손상을 입혔다"며 "병원은 소속 직원들의 사용자로서 이들의 불법 행위로 원고들이 입은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도 1심 판단을 그대로 인용했다.

다만 "의료진이 시행한 십자인대 재건술에는 별다른 과실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며 "A씨의 체질량 지수가 현저히 낮은 데다 압박 조치 하루 만에 마비 진단을 받은 점 등을 고려할 때 병원 측이 적극적으로 결과(마비)를 예견하거나 회피할 가능성이 크게 보이지 않는다"며 병원 측의 손해배상 책임을 60%로 제한했다.

광주광역시=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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