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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우한영사 밥숟가락 발언, 서운했지만 웃어 넘기기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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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연합뉴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 [연합뉴스]

조원태 대한항공 회장이 최근 우한 현지 영사가 SNS에 올린 조 회장 비판 글에 대해 "처음엔 정말 서운했다"면서도 "웃어 넘기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다운 우한 영사는 지난 2일 우한 교민 귀국 지원을 마친 소감을 밝히면서 "밥숟가락 얹으려고 대한항공 조(원태) 회장이 비서 둘 데리고 비행기 타서 내리지도 않고 다시 타고 가서 자리가 모자랐다"는 글을 올렸다.

9일 대한항공에 따르면 지난 7일 조 회장은 사내 소통광장에 직접 글을 올려 "이번 전세기의 기본을 생각해보게 됐다"면서 "위험을 알고도 자원해 주신 우리 승무원, 정비사, 운송직원을 위해 탑승한 기본 취지를 생각하면서 그냥 웃어 넘기기로 했다"고 전했다.

그는 "제가 탑승을 함으로써 교민이 다 못 타게 되지는 않을까 안타까워 고민을 하게 됐지만, 747 이층에는 교민이 아닌 정부 파견단이 탑승하니깐, 영향은 없을 것으로 믿고 그냥 가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조 회장, 사내 소통광장에 직접 글

조 회장은 "우리 직원들이 위험지역에 자원해서 간 것은 대한민국의 국적사이자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직원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에 충실했을 뿐"이라며 "누군가가 우릴 칭찬해주거나 알아주길 바래서 간 것이 아니다. 우한에 계신 교민들은 평소에 대한항공의 고객이셨다. 평소 우한과 한국을 오갈 때 저희 항공기를 이용하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 분들이 위험에 처했을 때, 그분들을 위해 뛰어들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의 손길은 대한항공"이라며 "전세기로 돈 벌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런 고객들을 위해 전세기 운항을 승인했고, 승무원들과 우리 직원들을 위해 항공기에 탑승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저는 항공기 내에서 할 일이 거의 없었다. 바쁘게 기내 준비 중인 승무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며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 숨쉬기도 힘들었을 승무원들을 지켜 보고만 있을 수 밖에 없었지만, 제가 같이 있을 수 있어 마음은 편했다"고 했다.

조 회장은 일부 중국 노선 운항을 중단하지 않은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마음 같아서는 우리 직원들 철수를 하루라도 서두르고 싶지만, 교민들을 생각해 계속 운항을 해야 해서 그렇게 못하고 있다"며 "우리의 직원들 보호하려면 당장 중국 노선을 모두 중단해야 하지만, 우리가 모든 노선을 중단한다면, 교민들의 길을 막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회사가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당장 모든 노선 중단해 손실을 최소화해야겠지만, 대한민국 국적 항공사로서 책임을 저버릴 수가 없다"며 "그래서 직원 여러분께 호소드린다. 대한항공의 책임, 대한항공의 역할을 기억해달라.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고 호소했다.

"국가가 필요할 때 불러줘 영광" 

또 "국가가 필요할 때 우리를 불러준 것을 영광으로 생각해야 한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주시기 바란다. 그 부름에 우리는 응했고,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했다"며 "이에 저는 우리 직원들과 함께 긍지를 느끼고 싶다"고도 했다.

그는 "전세기 운항에 탑승하신 모든 운항, 객실, 정비, 운송 직원들께 다시 한번 감사 인사드리며 여러분의 노고를 회사는 절대 잊지 않겠다고 약속드린다"면서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 교민을 위해 애쓰신 중국지역 대사관, 영사관에도 감사드린다. 상황이 좋아지고, 원활해지면, 한중교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복항할 것을 약속드린다"고 강조했다.

이어 "당시 상황을 고려할 때, 우한영사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았지만, 문제 삼지 않도록 하겠다"며 "이번 일로 인해 우리 직원들의 헌신과 희생정신이 헛되지 않게 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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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앱인 '블라인드'에서는 "진정한 리더의 글이다. 힘이 난다", "회장님 응원합니다" 등 대한항공 직원들의 조 회장 지지 댓글이 이어지고 있다.

한편 정다운 영사는 자신의 발언이 논란이 되자 "1차 항공편 탑승할 때 허리디스크 수술해서 오래 앉아계시기 힘든 분에게 비즈니스 좌석을 배려해 드리고 싶었다"며 "그러지 못해 격한 감정 상태에서 조원태 회장님 탓을 한 제 잘못"이라고 해명했다. 또 "저의 불찰로 고초를 겪으실 회장님께 깊은 사과의 말씀 드린다"고도 밝혔다.

다음은 조원태 회장 글 전문.

안녕하세요 조원태입니다.

오랜만에 소통광장에 글을 올립니다.
지난 주 저는 전세기편을 이용해 우한에 다녀왔습니다.
저와 같이 가신 승무원들께서는 위험을 알면서도 자원하셨고, 저도 그 승무원들과 함께 하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전세기 운항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원래 계획은 아침 10시 출발이고 제가 타는 A330 항공기에는 대략 200명 정도의 승객이 탑승하는 것으로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나 당일 새벽에 갑자기 일정 취소되고, 오후쯤에야 저녁 8시 이후 출발로 다시 결정이 됐고, 편수도 4편에서 2편으로 줄어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원래 계획이었던 탑승인원보다 많은 항공기 최대 인원을 탑승시키는 방향으로 계획도 변경되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저는 제가 탑승을 함으로써 교민이 다 못타게 되지는 않을까 안타까워 고민을 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747 이층에는 교민이 아닌 정부 파견단이 탑승하니깐, 영향은 없을 것으로 믿고 그냥 가기로 했습니다.

저는 저를 비롯한 승무원에게 내려진 지침에 따라 항공기 내에서 대기했습니다. 교민 탑승은 대략 5시간 소요되었습니다. 꼼꼼한 검역과 출국절차가 있었다는 뒷 얘기를 들었습니다. 그와중에 교민 한분은 발열로 탑승이 거절되었다는 소식도 들었습니다. 탑승이 완료된 시점에 듣기로는 항공기에 빈좌석이 거의 없을 정도로 채웠다고 들었습니다.

귀국후 저는 당분간 가족과 떨어져 생활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제 가족 보호 차원에서 집에 안갈 마음으로 2주일간 생활할 준비를 하고 나왔습니다. 당연히 출근도 못할것으로 예상하고 있었습니다. 따라서 컴퓨터와 기타 업무에 필요한 준비도 해서 나왔습니다.

최근에 우한영사가 저에대해 SNS에 올린 글을 봤습니다. 처음엔 정말 서운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세기의 기본을 생각해보게 되었습니다.

위험을 알고도 자원해 주신 우리 승무원, 정비사, 운송직원을 위해 탑승한 기본 취지를 생각하면서 그냥 웃어 넘기기로 했습니다.

우리 직원들이 위험지역에 자원해서 간 것은 대한민국의 국적사이자 대표 항공사인 대한항공의 직원으로서 그 역할과 책임에 충실했을 뿐입니다. 누군가가 우릴 칭찬해주거나 알아주길 바래서 간것이 아닙니다. 우한에 계신 교민들은 평소에 대한항공의 고객이셨습니다. 평소 우한과 한국을 오갈때 저희 항공기를 이용하셨습니다. 그런 분들이 위험에 처했을때, 그분들을 위해 뛰어들 수 있는 유일한 도움의 손길은 대한항공이라 생각합니다. 전세기로 돈 벌어보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런 고객들을 위해 전세기 운항을 승인했고, 승무원들과 우리 직원들을 위해 항공기에 탑승한 것입니다.

저는 항공기 내에서 할일이 거의 없었습니다. 바쁘게 기내 준비중인 승무원들에게 방해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방호복을 입고 마스크를 쓰고 있어 숨쉬기도 힘들었을 승무원들을 지켜 보고만 있을수 밖에 없었지만, 제가 같이 있을 수 있어 마음은 편했습니다.

우한 전세기 두 편 이후에도 아직 중국 우한과 그 외 중국 도시에 우리 교민이 많이 계신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일부는 귀국을 준비중이겠지만, 그렇지 못한 분들도 많습니다. 우리 직원들도 아직 중국에 많이 있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우리 직원들 철수를 하루라도 서두르고 싶지만, 교민들을 생각해 계속 운항을 해야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저희 직원들이 현지에 필요해서 그렇게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직원들 보호하려면 당장 중국 노선을 모두 중단해야 하지만,  우리가 모든 노선을 중단한다면, 교민들의 길을 막게 될겁니다.

회사가 이익만을 생각한다면 당장 모든 노선 중단해 손실을 최소화 해야겠지만, 대한민국 국적 항공사로서 책임을 저버릴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직원여러분들께 호소드립니다.
대한항공의 책임, 대한항공의 역할을 기억해주세요.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할 일이 무엇인지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국가가 필요할때 우리를 불러준것을 영광으로 생각해야합니다. 우리만이 할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그 부름에 우리는 응했고, 완벽하게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이에 저는 우리 직원들과 함께 긍지를 느끼고 싶습니다.

앞으로도 저는 대한민국의 국익과  국민, 우리의 고객, 그리고 우리 직원들을 위해 최선이 무엇인지를 생각하면서 임원들과 협의해 대처해 나가도록 하겠습니다.

전세기 운항에 탑승하신 모든 운항, 객실, 정비, 운송 직원들께 다시한번 감사 인사드리며 여러분의 노고를 회사는 절대 잊지 않겠다고 약속드립니다.
그리고 어려운 상황에서 교민을 위해 애쓰신 중국지역 대사관, 영사관에도 감사드립니다.
상황이 좋아지고, 원활해지면, 한중교역에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가장 먼저 복항할 것을 약속드립니다.

당시 상황을 고려할때, 우한영사의 발언은 적절하지 않았지만, 문제 삼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이번 일로 인하여 우리 직원들의 헌신과 희생정신이 헛되지 않게 되길 바랍니다.

2020.2.7
대한항공 회장
조원태

권혜림 기자 kwon.hyer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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