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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자 811명, 사스 추월한 신종코로나···中 설명조차 못한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신종 코로나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이젠 중국 어디에서나 체온 측정은 일상이 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신종 코로나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이젠 중국 어디에서나 체온 측정은 일상이 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에 의한 중국 대륙의 사망자가 2003년 사스(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 당시 전 세계 사망자 수를 넘어섰다. 중국 국가위생건강위원회는 9일 발표에서 8일 하루 역대 1일 최다인 89명이 숨져 이제까지 모두 811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혔다.

8일 하루 89명 숨져 역대 1일 최다 사망자 기록 #중증 환자 6188명이나 돼 사망 계속 이어질 듯 #중국 내에선 왜 이렇게 사망자 많은 지 지적 안 나와 #정부의 야생동물 단속과 생필품 제공 방안만 홍보

이는 사스 발병 당시 세계에서 사망한 744명보다 67명이나 많은 수치다. 지난달 11일 첫 사망자가 나온 이래 불과 한 달도 안 되는 짧은 시간에 2003년 지구촌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사스 사망자 수를 훌쩍 뛰어넘은 것이다.

신종 코로나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이젠 중국 어디에서나 체온 측정은 일상이 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신종 코로나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하면서 이젠 중국 어디에서나 체온 측정은 일상이 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한마디로 충격이다. 중국의 신종 코로나 사망자 수는 지난달 30일 40명대에서 사흘 후인 2일엔 50명대로 뛰더니 3~4일엔 60명대, 5~6일은 70명대에 이어 7~8일은 80명대라는 가파른 상승 곡선을 긋고 있다.

사망자 수 증가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고 있는 것이다. 사망자로 이어지기 쉬운 중증 환자가 8일 자정 현재 6188명이다. 도대체 얼마나 많은 사람이 더 희생돼야 신종 코로나의 고삐가 잡힐지 의문이다.

또 8일 하루 2656명의 신규 확진 환자가 발생해 누적 확진 환자는 3만 7198명에 이르고 있다. 이 중 사망자와 퇴원한 사람을 제외하고 현재 치료를 받고 있는 확진 환자의 수는 3만 3738명이다.

신종 코로나 국가별 감염자 사망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신종 코로나 국가별 감염자 사망자 수.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이번 신종 코로나 발병 사실을 최초로 폭로한 의사 리원량(李文亮)이 지난 7일 34세의 젊은 나이로 숨지는 등 사망자가 잇따르고 있지만, 중국에선 왜 이렇게 많은 사망자가 나오는지에 대한 분석 등 관련 발표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번 신종 코로나 사태와 관련해 중국 정부의 입장을 가장 권위 있게 설명하는 국무원 연합예방통제시스템이 8일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7일 하루 동안의 사망자가 처음으로 80명을 돌파하는 등 사망자 급증 상황과 관련해선 전혀 문답이 이뤄지지 않았다.

그저 야생동물 취급 단속이나 신종 코로나와 싸우기 위해 중국이 투입하는 의료 기기, 시민 생활을 위한 생필품 제공 현황 등에 대한 질의응답이 정부를 홍보하는 차원에서 장황하게 이뤄졌을 뿐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한 중국 의료팀이 속속 최대 격전지인 우한으로 떠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와 싸우기 위한 중국 의료팀이 속속 최대 격전지인 우한으로 떠나고 있다. [중국 인민망 캡처]

사망자 급증 외에 확산 추세도 우한(武漢) 봉쇄 보름을 넘겼지만, 전혀 꺾일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왕샤오둥(王曉東) 후베이(湖北)성 성장은 지난 7일 “현재 전염병 상황이 도시에서 농촌으로 만연하는 새로운 추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진앙인 우한 외 황강(黃岡)과 샤오간(孝感) 등 성내 각 도시에서 이젠 농촌으로 퍼지고 있다는 이야기다.

중국 당국이 신종 코로나와의 싸움에 총력 운운하지만, 아직도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갖게 한다. 중국 정부는 우한에 전국에서 차출한 100여 개 의료팀의 1만 1000명을 투입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1500개의 병상을 갖춘 레이선산(雷神山) 병원이 8일부터 가동에 들어갔고 후베이성 지도부의 위생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톈진(天津)시 위생국 서기를 지낸 왕허승(王賀勝)을 성 상임위원으로 임명한다고 발표했다.

중국 우한에 긴급하게 새로 지어진 레이선산 병원이 8일 밤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우한에 긴급하게 새로 지어진 레이선산 병원이 8일 밤부터 가동에 들어갔다. [중국 신화망 캡처]

그러나 과연 이 정도로 마치 허물어진 둑과 같은 신종 코로나 기세를 잡을지 의문이다. 특히 10일부터는 정상 업무를 시작하면서 중국 각 대도시로 많은 외부 인구가 유입될 예정이어서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8일 하루 신규 중증 환자가 87명만 증가했다는 점이다. 이는 전날 1000명이 넘는 중증 환자가 새로 발생한 것에 비해 크게 줄어든 수치다. 또 신규 확진 환자도 전날의 3000명 대에서 2000명대로 하락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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