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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장님 파자마 회의"···재택근무 2억명, 코로나가 바꾼 中직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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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데이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중국의 직장 풍경이 바뀌고 있다. 실제 직장에 출근해 업무를 하는 경우는 되도록 출근 날짜를 늦추고 있으며 많은 수의 사업장은 재택근무로 전환하고 있다. 이에 따른 '해프닝'도 다양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인해 재택근무 확산 #본격 출근 예상되는 10일이 고비

중국경제망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중국 장쑤 성에서는 오는 9일 24시 전까지는 업무개시를 하면 안 된다는 통지가 나왔다. 그러나 이를 무시한 채 지난 1일 가동 중인 방직공장이 당국에 적발됐다. 중국경제 망은 "해당 공장 사장이 행정구류 5일 처분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잠옷 차림으로 화상 회의를 하고 있는 중국의 직장인들 [소후 하오]

잠옷 차림으로 화상 회의를 하고 있는 중국의 직장인들 [소후 하오]

긴 설 연휴를 마치고 지난 3일부터 본격적인 업무개시가 시작된 중국에선 바이러스 감염을 우려해 상당수가 재택근무 중이다.

대부분 중국 기업들은 2월 3~2월 7일은 재택근무를 하고 8~9일 주말을 보낸 뒤 10일부터 정상출근을 준비하는 분위기다.

상하이시 정부의 경우 "도시 운영에 필요한 분야, 전염병 방지 필수 분야, 대중 생필품 분야 및 기타 주요 민생 관련 기업을 제외한 기타기업은 9일 24시까지 업무재개를 하지 않는다"고 통지했다. 법무법인 율촌의 변웅재 변호사는 "노동 당국에서 별도 공지를 하지 않는 한 기업은 근로자에게 2월 3일~2월 9일 재택근무를 지시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업무개시 첫날이었던 지난 3일, 알리바바에서 개발한 업무용 메신저 시스템인 딩딩에 접속자가 몰리며 한때 '먹통'이 되기도 했다. 딩딩은 중국의 대표적인 업무용 메신저로 현재 약 2억명의 회원을 두고 있다.

재택근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자 최근 다운로드 순위에서만 보면 딩딩이 국민 메신저인 중국판 카카오톡인 위챗을 앞지르는 일도 벌어졌다. 딩딩은 비즈니스 및 업무용으로 특화된 메신저이기 때문에 직장인 사이에서 널리 사용되고 있다.

이번 신종코로나 바이러스를 계기로 중국 내에서 '재택근무 혁명'이 일어날 조짐을 보인다. 글로벌 워크플레이스 애널리스틱스에 따르면 2005년 중국 내에서는 원격근무하는 사람이 180만명이었는데 2014년 이 숫자가 360만명으로 늘었다. 2017년 기준 중국의 원격근무 시장 규모는 60억 위안(약 1조원)으로 추정됐다. 이는 전년동기대비 68% 증가한 수치다.

재택근무를 하는 중국 직장인들은 필터 사용 전과 필터 사용 후(오른쪽)를 비교하면서 "업무용 메신저에 얼굴이 뽀샤시하게 나오는 필터 기능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후 하오 캡처]

재택근무를 하는 중국 직장인들은 필터 사용 전과 필터 사용 후(오른쪽)를 비교하면서 "업무용 메신저에 얼굴이 뽀샤시하게 나오는 필터 기능이 필요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소후 하오 캡처]

재택근무라고 마냥 편한 것만은 아니다. 동료들과 아침에 화상회의를 하다 보니 "부장님이 잠옷을 입고 회의하는 모습을 봤다"는 반응도 있다. 이에 대해 소후왕은 "집에서 업무를 본다고 파자마 차림으로 있어야 하는가에 대해 논쟁이 있다"고 보도했다. 게임업계처럼 컴퓨터 사양이 좋아야 하는 업계에선 집에 있는 컴퓨터가 너무 성능이 떨어져 재택근무에 어려움이 있다는 반응도 있다.

물리적으로 사람이 모이는 행사는 중국 내에서 당분간 취소 혹은 연기가 될 전망이다. 6일 신랑과기는 "2020년 스마트폰 신제품발표회 개최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측한다"고 보도했다. 당장 샤오미10가 이달 신제품 발표회를 앞뒀으며 중국 스마트폰 회사인 비보(Vivo)도 오는 23~24일 라인업을 공개할 예정이었다.

산업계에서는 이번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해 폭발적인 발전이 예상되는 업종들이 떠오르고 있다. ▶딩딩 등 업무수행 앱▶전자상거래·게임·온라인 교육·유료 지식 콘텐츠 등 온라인 서비스▶무인 식당 편의점·드론 배송 등 종업원을 두지 않는 첨단기술 업종▶배달·방문서비스▶의료 온라인 자문서비스▶의약·건강·보건업종 등이 그 예다.

중국 신종 코로나 확진·사망자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중국 신종 코로나 확진·사망자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서유진 기자 suh.yo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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