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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리함vs특가"…네이버·카카오의 같은듯 다른 커머스 전략

중앙일보

입력

네이버와 카카오가 새해부터 쇼핑 서비스를 재정비해 소비자 공략에 나섰다. 네이버는 국내 간편결제 1위 '네이버페이'를, 카카오는 국내 1위 메신저 '카카오톡'을 각각 쇼핑과 결합했다. 편리함과 저렴한 가격을 공통으로 앞세운 두 회사가 단시간에 성과를 낼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네이버쇼핑은 지난 3일부터 '특가창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화장지·방향제·즉석밥 등 생필품을 서비스 이름처럼 특가로 판매하는 서비스다. 현재 국내외 식품·생필품 브랜드 65개의 상품을 구매할 수 있다. 동네 슈퍼마켓에서 흔히 사는 물건들을 총망라했다는 것이 네이버의 설명이다. 취급하는 물건들을 보면 쿠팡(로켓배송)·SSG(쓱배송) 등과 상당부분 겹친다. 그러나 네이버는 직접 물건을 직매입하는 것이 아니고 판매자(셀러)들의 물건을 저렴한 가격으로 중개해주는 방식을 택했다.

특가창고는 저렴한 가격을 앞세웠을 뿐만 아니라 네이버페이의 장점을 십분 활용한다. 특가창고에서 네이버페이로 결제하면 최고 5%까지 포인트 적립이 가능하다. 네이버페이 포인트는 네이버가 아닌 쇼핑몰에서도 네이버페이로 결제 시 사용할 수 있어서 활용도가 높다.

네이버는 네이버쇼핑 안에서 모든 종류의 쇼핑을 다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바일·PC에서 '쇼핑'탭을 누르면 백화점·아울렛·리빙·뷰티 등 다양한 '윈도'가 있다. [네이버 캡처]

네이버는 네이버쇼핑 안에서 모든 종류의 쇼핑을 다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모바일·PC에서 '쇼핑'탭을 누르면 백화점·아울렛·리빙·뷰티 등 다양한 '윈도'가 있다. [네이버 캡처]

네이버는 네이버쇼핑 안에서 모든 종류의 쇼핑을 다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한다. 모바일·PC에서 '쇼핑' 탭을 누르면 백화점·아울렛·리빙·뷰티 등 다양한 '윈도'가 있다. '백화점윈도'를 누르면 실제 오프라인 백화점처럼 '1층 명품', '2층 여성의류', '3층 남성의류'와 같은 식으로 나눠진 카테고리에서 상품을 소개한다. 상품 사진들도 백화점 현장에서 직접 찍은 사진들이다. '해외직구 '탭을 누르면 국내에서 해외직구를 전문으로 하는 판매자들의 상품을 자체적으로 편집해 보여준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굳이 여기저기 쇼핑몰을 돌아다니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이 있다. 한성숙 네이버 대표도 지난달 30일 2019년 4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궁극적으로는 네이버가 모든 온라인 쇼핑의 시작점이 될 수 있게 할 것"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카카오는 오는 27일 장보기 서비스를 개편해 새로운 '푸드 마켓'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커머스는 2017년 4월부터 이마트몰과 제휴해 장보기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26일 끝으로 계약을 종료했다. 카카오·이마트 양사의 협력 관계가 나쁠 건 없었지만, 그렇다고 계약을 갱신할만큼 엄청난 시너지도 없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카카오는 대신 27일부터는 카카오 단독으로 신선식품을 판매한다. 카카오커머스와 계약한 판매자들이 카카오톡 내에서 물품을 판매하는데, 가공식품·완제품·간편식 등이 주를 이룰 예정이다. 카카오 장보기의 가장 큰 장점은 카카오톡 안에서 편하게 쇼핑할 수 있다는 것이다. 4500만명에 달하는 카카오톡 이용자가 잠재 고객이라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카카오는 오는 27일 장보기 서비스를 개편해 새로운 '푸드 마켓'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커머스는 2017년 4월부터 이마트몰과 제휴해 장보기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26일 끝으로 계약 관계가 종료되고 서비스를 접는다. 대신 27일부터는 카카오 단독으로 신선식품을 판매한다. [카카오장보기 캡처]

카카오는 오는 27일 장보기 서비스를 개편해 새로운 '푸드 마켓'을 선보일 예정이다. 카카오커머스는 2017년 4월부터 이마트몰과 제휴해 장보기 서비스를 선보였지만 26일 끝으로 계약 관계가 종료되고 서비스를 접는다. 대신 27일부터는 카카오 단독으로 신선식품을 판매한다. [카카오장보기 캡처]

포털과 메신저 서비스로 커온 네이버·카카오가 커머스 생태계에서 입지를 다질 수 있을지 아직은 미지수다.

네이버는 '다다익선' 전략으로 가능한 한 많은 상품을 네이버쇼핑 안에서 판매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상품이 많아 사이트가 조잡해질 우려가 있고, 쇼핑 플랫폼으로서 정체성이 애매할수도 있다. 예를 들어 네이버쇼핑에서 '여자 양말'이라는 키워드를 치면 총 190만개의 여자 양말 상품 결과가 나온다. 네이버페이로 구매할 수 있는 양말이 70만개, 해외직구 양말은 30만개가 넘는다. 소비자의 선택권은 넓어질 수 있으나 커머스 생태계는 '소비자 취향에 맞는 추천'이 더 중요해진 지 오래다. 네이버페이 등으로 확보한 쇼핑 빅데이터를 활용해 소비자들에게 차별화된 쇼핑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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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도 이번에 새로 선보이는 장보기 서비스가 커머스 전략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장보기 서비스는 카카오가 지난해 처음 선보인 2인 공동구매 서비스 '톡딜'을 앞세울 예정이다. 특가 혜택을 받기 위해서는 친구와 함께 구매를 해야하는데 소비자들에게는 아직 익숙하지 않은 서비스 모델이다. 카카오톡 내에서 선물하기·메이커스·쇼핑하기·장보기 등 다양한 쇼핑 코너가 있는데 각각의 쇼핑 카테고리가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준다는 지적도 있다.

김진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e커머스 시장은 가격과 상품이 모두 공개되어 있는만큼 신규 사업자가 (경쟁 서비스와)차별화하기 쉽지않다"며 "가격경쟁력을 가지려면 물류 인프라를 제대로 구축하고, 글로벌 시장까지 겨냥하는 장기 전략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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