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여자축구, 심판을 찼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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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심판을 폭행해 레드카드를 받은 북한 골키퍼 한혜영이 울음을 터뜨리고 있다. [애들레이드 AP=연합뉴스]

북한 여자 축구가 국제경기 중 심판을 폭행하고 관중석으로 물병을 던져 출전 징계를 받았다.

북한은 27일(한국시간) 호주 애들레이드 하인드마시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아시아축구연맹(AFC) 여자 아시안컵 중국과의 준결승 경기 직후 심판 판정에 항의, 심판을 폭행했다.

선수들은 경기 직후 이탈리아 국적의 여성 주심 안나 데토니를 에워싸고 항의했다. 경기를 중계한 엑스포츠 송명주 해설위원은 "반대편에 있던 골키퍼 한혜영이 달려와 심판에게 강한 신체접촉을 했고 주심이 레드카드를 꺼내들었다"고 말했다. 이후 경찰이 운동장으로 들어가 주심을 휴게실로 호위했으며 북한 벤치에 있던 선수들까지 운동장으로 나와 주심을 막아서는 등 험악한 분위기가 한동안 계속됐다. 북한 선수들은 물병을 던지는 중국 응원단에 맞서 관중석으로 물병을 던졌다.

심판 폭행은 석연찮은 판정에서 비롯됐다. 중국 언론조차 북한이 오심의 피해를 봤다고 전했다. 북한은 경기 종료 2분을 남겨놓은 후반 인저리 타임에 중국 진영의 페널티 에어리어에서 혼전 중 골을 성공시켰으나 선심이 오프사이드 판정을 하는 바람에 무효가 됐다. 느린 화면으로 본 결과 오프사이드가 아니었다고 중국 인터넷 뉴스 사이트 칭다오 신원왕 등이 보도했다. 앞서 후반 35분에도 북한 선수가 찬 공이 페널티 에어리어 안에서 중국 수비수의 팔꿈치에 맞는 등 두 차례나 페널티킥을 선언할 수 있는 상황에서 심판은 이를 외면했다. 경기는 중국의 1-0 승리로 끝났다.

북한팀은 경기가 끝난 뒤 항의의 표시로 기자회견장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고 장시간 선수대기실에 머물다가 버스에 올랐다.

한편 AFC는 28일 홈페이지를 통해 북한 대표팀 골키퍼 한혜영과 수비수 선우경순.송정순이 30일 열릴 일본과의 3,4위전에 출전할 수 없다고 발표했다. AFC는 한혜영은 주심을 발로 찼다고 발표했으며, 선우경순과 송정순은 주심과 관중석을 향해 물병 등을 던졌다고 설명했다. 모하메드 빈 하만 AFC 회장은 "그냥 넘어갈 문제가 아니다. 북한 팀에 대한 중징계가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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