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박정배의 시사음식

야생의 맛과 신종 코로나

중앙일보

입력 2020.02.05 00:37

업데이트 2020.02.05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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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

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

중국 우한(武漢)에서 시작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공포가 세계를 배회하고 있다. 사스와 메르스·에볼라 같은 바이러스 전염병은 동물에서 비롯했다. 그 중심에 ‘질병원의 저장고’ 박쥐가 있다. 포유류 박쥐는 인간에게 직접 바이러스를 옮길 수 있지만 실제로 그런 사례는 거의 없다. 2001년 아프리카 콩고에서 발생한 에볼라는 과일박쥐가 원숭이에게 병균을 전염시킨 뒤 원숭이 고기를 먹은 인간에게 옮긴 것이다. 부시 미트(Bush meat)라 부르는 야생 동물 섭취는 아프리카 사람에게 보편적인 음식 문화다.

2002년 광둥성(廣東省) 푸산(佛山)에서 발원한 사스 코로나는 초기에 사향고양이가 주범으로 알려졌다. 광둥성은 ‘식재 광주(食在廣州)’란 말처럼 음식 재료가 다양하다. 예웨이(野味·야생의 맛)로 불리는 뱀·쥐·박쥐·고양이 등 야생 동물을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사향고양이는 고기가 부드럽고 냄새가 안 나 예부터 고급 식자재료 사용됐다. 특히 광둥 사람이 최고의 연회 요리로 여기는 룽후펑다후이(龍虎鳳大會·사진)는 뱀과 고양이·닭을 넣는데 여기에 사용되는 최고의 식재료가 사향고양이다.

룽후펑다후이

룽후펑다후이

신종 코로나 역시 박쥐가 바이러스의 발원으로 추정된다. 때문에 박쥐탕을 먹은 중국의 유튜버들이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야생 동물을 사고파는 환경과 직접 도살하는 위생이 더 큰 문제다. 이번에도 중간 숙주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말 ‘바이러스학 저널’(Journal of Medical Virology)에 발표된 연구 결과는 신종 코로나의 중간 숙주로 뱀을 지목했다. 뱀은 중국 전역에서 즐겨 먹는 식자재다. 전한(前漢) 시기에 쓰인 『회남자(淮南子)』에 뱀 요리를 먹은 기록이 나올 정도다. 싼스겅(三蛇羹)이라는 뱀 요리는 중국 전역에서 인기가 있다.

중국인은 왜 야생의 것을 먹을까. 기후·종교·관습·역사·민족 등 수많은 변수가 얽히고설킨 문제라 원인을 단정하기가 어렵다. 도교의 영향이 깊게 밴 탓에 중국인은 식보(食補·음식으로 몸을 보충)를 좋아하고, ‘진귀한 것은 맛있다(味以稀爲美)’고 여기는 경향이 있다. 거기에 전쟁·기근 같은 재난이 야생의 모든 것을 먹어야 하는 생존의 이유를 만들었다. 모든 가축은 야생동물을 길들인 것이다. 오랜 시간 인간과 공존하면서 ‘병원체의 평형상태’가 이루어지면서 가축과 인간의 바이러스는 해를 끼치는 경우가 거의 없어졌다.

하지만 야생동물은 다르다. 새로운 바이러스가 끊임없이 변종을 만든다. 세계자연기금 (WWF) 같은 국제단체는 지속해서 야생동물의 식용 금지를 중국에 권고해왔다. 중국인이 만든 식습관을 중국인이 해결할 때가 다가왔다.

박정배 음식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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