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단독]한국당 공관위, 불출마 김무성에 "광주 꽂자" 차출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1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거산 김영삼을 말하다 : 청년김영삼연구회 창립기념 세미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스1]

김무성 자유한국당 의원이 1월 2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거산 김영삼을 말하다 : 청년김영삼연구회 창립기념 세미나'에 참석해 자리에 앉아 있다. [뉴스1]

"4월 총선에서 김무성 전 대표를 호남에 전략적으로 쓰는 건 어떻습니까."

지난달 29일 자유한국당 공천관리위원회 3차 회의에서 한 공관위원의 이 같은 제안에 잠시 회의장이 술렁거렸다고 한다. 4월 총선에 승리하기 위해선 한국당이 영남정당을 탈피하는 게 핵심인데, 이를 위해 김무성 전 대표를 필두로 한 이른바 '서진(西進)정책(호남으로 나아가는 정책)'을 펼치자는 것이었다.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그것도 부산이 지역구인 김 전 대표를 두고 왜 호남 전략공천 얘기가 나온 걸까. 복수의 공관위원들에 따르면 공관위원 중 한 명이 김 전 대표를 거론하며 "마지막으로 당을 위해 험지로 나가 헌신하게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에 다수 공관위원이 호응했다는 것이다. "수도권이 아닌 호남에서 돌팔매질을 당하면서 선거를 이끌게 하자", "아예 호남의 심장인 광주에 내리꽂는 게 어떠냐", "안되면 전주로. 뭔가 일어날 수 있다" 등의 말도 오갔다고 한다.

익명을 원한 공관위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민주당 텃밭인 호남에서도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가진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며 "무게감 있는 김무성 전 대표 같은 대선주자급 인사가 출마할 경우 충분히 바람을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김무성 호남 차출론'의 배경엔 김 전 대표의 호남 인연도 한몫했다. 김 전 대표의 선친은 광주에 있는 전남방직의 창업주 김용주 전 회장이다. 김 전 대표는 2016년 3월 호남향우회 행사에 참석해 "사실 나는 광주의 전남방직 집 아들"이라고 했다.

문제는 이같은 파격 제안을 김 전 대표가 받아들일지다. 일찌감치 총선 불출마를 선언한 것을 뒤엎어야 하는 데다, 호남 출마는 사실상 당선 가능성이 무척 낮기 때문이다. 현재 호남에서 한국당 의원은 한명도 없다. 이정현 의원(전남 순천)이 2015년 재보궐과 16대에 걸쳐 새누리당 소속으로 당선됐지만, 지금은 무소속이다. 새로운보수당엔 정운천 의원(전북 전주을)이 있다. 이 때문에 한 공관위 관계자는 "(김 전 대표를) 사실상 사지로 내 모는 격"이라며 "아무리 당을 위해서라지만 지나치게 이상론이라는 것을 모르는 바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현재의 여야 대결 구도에 균열을 일으키기 위해선 김 전 대표에게 염치없지만 한번 부탁하고 싶다"고 했다.

지난해 11월 김 전 대표는 "총선을 이기게 하고, 그다음 대선에서 정권 교체하는 데 밀알이 되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병준 전 비대위원장, 김태호 전 경남지사, 홍준표 전 대표 등의 험지 출마를 권하며 "공인으로서 나라를 살리기 위해 나를 희생한다, 민주당 대마를 잡으러 간다, 이런 모습을 국민은 보고 싶어 한다"고 언급했다.

김기정 기자 kim.kijeong@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