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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코로나바이러스로 부품 부족 본격화…한국 완성차에도 직격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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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가 중국에서 공급받는 부품 수급 차질로 내달 평택 공장 휴업을 검토 중이다. 사진은 쌍용차 평택 공장 생산 라인 모습. 윤정민 기자

쌍용자동차가 중국에서 공급받는 부품 수급 차질로 내달 평택 공장 휴업을 검토 중이다. 사진은 쌍용차 평택 공장 생산 라인 모습. 윤정민 기자

한국 자동차 산업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 폐렴) 확산의 직격탄을 맞았다.
3만개 넘는 부품으로 이뤄지는 완성차는 1개 부품만 공급에 차질을 빚어도 조립 공정을 유지하기 어렵다. 글로벌 완성차 부품사가 중국에서 상당수 부품을 소싱하면서 한국 완성차까지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31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쌍용차는 차량 내 통합 배선장치인  ‘와이어링 하니스(wiring harness)’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다음 달 4~12일 평택공장 가동을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쌍용차는 와이어링 하니스 전량을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의 중국 옌타이(烟台)공장에서 공급받는다.

레오니는 독일계 자동차 부품사로 한국 내 종속회사인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는 중국에서 관련 부품을 생산 중이다. 일반적으로 완성차 업체들은 안정적인 수급을 위해 여러 곳에서 부품을 공급받지만 생산량이 많지 않은 쌍용차는 한 회사에서만 와이어링 하니스 제품을 공급받아 왔다.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휴업 연장에 들어가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의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사진은 우한 시내 격리병동에서 환자를 치료 중인 의료진 모습. [EPA=연합뉴스]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우한폐렴) 확산을 막기 위해 휴업 연장에 들어가면서 국내 완성차 업체의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을 전망이다, 사진은 우한 시내 격리병동에서 환자를 치료 중인 의료진 모습. [EPA=연합뉴스]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 옌타이 공장은 중국 정부가 춘제(春節) 기간을 내달 2일까지로 연장하면서 공장 가동 중단이 연장됐다. 여기에 옌타이시가 휴업 기간을 내달 9일까지 추가 연장하면서 가동 중단 기간이 더 길어진 것이다.

자동차 부품을 멀티 소싱(여러 곳에서 공급)하는 완성차 업체들도 타격이 현실화했다.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자동차그룹은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의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을 공급받지 않지만 소싱 업체들이 중국에 있는 게 문제다.  현대차그룹은 한국 업체인 ㈜경신·유라코퍼레이션 등에서 멀티 소싱을 하고 있지만 부품 재고가 소진되면 생산 차질은 불가피하다.

현대차는 이번 주말(2월 1~2일) 울산공장의 팰리세이드 생산특근을 중단하며 향후 완성차 부품의 수급 상황에 따라 생산라인 가동 정도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당장 와이어링 하니스 부품이 없는 건 아니다.

이번 주 현대차 한국공장에서 예정된 주말 특근은 팰리세이드 라인 하나뿐이어서 일단 특근을 취소하고 부품 수급을 점검하기로 했다. 현대차그룹은 와이어링 하니스의 재고가 내달 초 소진될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자동차는 이번 주말 계획돼 있던 팰리세이드 생산라인 특근을 일단 철회했다. 중국 휴업이 장기화할 경우 다른 부품 수급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이번 주말 계획돼 있던 팰리세이드 생산라인 특근을 일단 철회했다. 중국 휴업이 장기화할 경우 다른 부품 수급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크다. 사진은 현대차의 대형 SUV 팰리세이드.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해당 부품뿐 아니라 중국에서 소싱하는 다른 부품들도 수급에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있어 면밀하게 파악 중”이라고 말했다.

레오니와이어링시스템코리아는 한국GM·르노삼성자동차 등 다른 완성차 업체에도 부품을 공급 중이어서 이들 회사 역시 생산 차질을 우려하고 있다. 이들 회사는 “당장 생산을 중단할 상황은 아니지만 부품 수급에 차질을 빚을 경우에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쌍용차는 이날 오후 부품수급 현황을 점검하고 노조와 협의를 통해 공장휴업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쌍용차 측은 “3만 개 넘는 부품 중 하나라도 수급되지 않으면 조립할 수 없는 완성차 생산공정 특성상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현대자동차는 중국 정부 방침에 따라 충칭공장 등 중국 내 생산시설의 휴업을 연장했다. 2017년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충칭공장 생산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자동차는 중국 정부 방침에 따라 충칭공장 등 중국 내 생산시설의 휴업을 연장했다. 2017년 정의선(오른쪽) 현대차그룹 수석부회장이 충칭공장 생산기념식에 참석한 모습. [사진 현대자동차]

완성차 업체들의 생산 차질이 현실화하면서 신차 계약자들의 차량 인도 역시 늦어질 전망이다. 특히 최대 5개월 이상 기다릴 정도로 인기가 많은 현대차 팰리세이드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증산을 검토 중인 현대차 그랜저 등도 인도가 늦어질 수 있다

현대차그룹 중국법인은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지침에 따라 탄력 근무에 들어가기로 했다. 베이징현대는 충칭(重慶) 공장과 둥펑위에다 기아·쓰촨현대(상용차) 등은 내달 9일까지 휴무한다.

베이징현대 베이징(北京) 공장과 창저우(常州) 공장은 내달 3일부터 부품 수급 상황에 따라 부서별 탄력 근무에 들어간다. 중국 주재원도 이미 내려진 방침에 따라 재택근무하거나 한국으로 일시 귀임이 허용됐다.

이동현 기자 offramp@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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