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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방 공화국서 5년간 버틴 뚱4 “우린 푸드 파이터가 아니라 푸드 러버”

중앙일보

입력

뚱4 대표 먹언

[연합뉴스]

[연합뉴스]

“흩어져도 맛있지만 뭉치면 더 맛있다” - 97회 부산 낙곱새 편

‘맛있는 녀석들’ 5주년 기자간담회 #“아직도 녹화날마다 설레…우린 진짜” #도합 470㎏ 건강 위해 ‘운동뚱’ 론칭

2020년 현재 대한민국은 ‘먹방’ 공화국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TV 채널을 돌리다 보면 반드시 누군가는 무언가를 먹고 있다. 먹방의 원조 격인 아프리카TV와 유튜브도 마찬가지다. 맛있기로 소문난 음식점을 찾아가 먹는 것은 기본, 누가 더 많이 먹는가를 두고 경쟁하기도 하고, 어떻게 하면 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지 ‘먹팁’을 나누기도 한다. 비단 미슐랭 가이드가 아니더라도 새로운 것을 먹기 위해 떠나는 여행은 이제 일상이 됐다.

그동안 숱한 먹방이 뜨고 졌다. 각각 먹방과 쿡방의 대표 주자로 여겨진 올리브 ‘수요미식회’(2015~2019)와 JTBC ‘냉장고를 부탁해’(2014~2019)도 만 5년을 넘기지 못하고 멈춰 섰고, SBS ‘백종원의 3대 천왕’(2015~2017)은 ‘백종원의 골목식당’(2018~)과 ‘맛남의 광장’(2019~)으로 방향을 틀었다. 정통 먹방을 표방하는 프로그램 중 남은 것은 2015년 1월 시작한 코미디TV ‘맛있는 녀석들’ 정도. 개그맨 유민상ㆍ김준현ㆍ김민경ㆍ문세윤 등 이른바 ‘뚱4’가 뭉쳐 남다른 먹성과 입담을 자랑하며 살아남았다.

김준현 대표 먹언

[사진 코미디 TV]

[사진 코미디 TV]

“면은 씹는 게 아니라 마시는 것이다” - 130회 춘천 막국수 편
“인생은 고기서 고기다” - 160회 인천 생돼지 갈비 편

30일 서울 상암동에서 열린 5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이들이 꼽은 장수 비결 역시 ‘진정성’이다. 김준현은 “우리는 진짜다. 정말로 음식을 좋아하고, 누가 봐도 알 수 있는 증거가 있지 않냐”고 말했다. 도합 470㎏에 달하는 네 사람은 “녹화 전부터 너무 설레고 즐겁다”고 입을 모았다. 유민상은 “처음에 기획의도를 들었을 때는 ‘뚱뚱이 네 명이 밥 먹는 걸 누가 보냐’고 했는데 다들 귀여워해 주셔서 다행”이라며 “정말 친해서 평소에도 자주 봤으면 오히려 오래 못 갔을 텐데 철저하게 비즈니스 관계를 유지한 게 도움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먹방 중에서 ‘맛있는 녀석들’의 하위 장르는 멜로라고 규정했다. 유민상이 “유튜브 먹방을 보면 대개 먹는 양이 많다. 치킨 10마리, 짜장면 15그릇 그런데 우리는 생각만큼 많이 못 먹는다”며 “보통 ‘푸드 파이터’라고 하는데 우리는 ‘푸드 러버’다. 먹고 싶은 만큼 행복하게 먹는다”고 말했다. 이에 김준현은 “먹방은 인류가 없어지지 않는 한 계속될 거라 생각한다”며 “그분들이 블록버스터 액션 영화라면 우리는 멜로 판타지 드라마에 가깝다. 여러 장르가 있어야 공생할 수 있다. 영화도 한 종류만 있으면 사람들이 극장에 안 가지 않겠냐”며 거들었다.

유민상 대표 먹언

[사진 코미디TV]

[사진 코미디TV]

“돼지라고 놀리지 마라. 너는 한 번이라도 맛있었던 적이 있었느냐” - 198회 서울 돼지갈비편
“탕수육은 ‘부먹’ ‘찍먹’도 아닌 ‘처먹’이다” - 155회 냉장고를 부탁해

매주 목요일 하루 두끼 촬영에 임하는 자신만의 비법도 공개했다. 문세윤은 “한식을 워낙 좋아해서 첫 끼가 전골ㆍ찌개ㆍ볶음류면 정말 맛있게 먹는데 두 번째 끼니에 빵이나 파스타가 나오면 처음엔 조금 힘들다”며 “녹화 전에는 공복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데 꼭 안 지키는 분이 있다”고 폭로했다. 녹화날 아침 컵라면에 즉석밥을 말아먹고 오는 멤버로 지목된 김준현은 “축구도 숨통이 한번 트여야 쭉 뛸 수 있는 것처럼 먹방도 웜업이 중요하다. 그래야 기량을 높일 수 있다”고 항변했다.

금요일 오후 9시 본방송 외에도 총 11개 케이블 채널에서 재방송을 워낙 많이 하다 보니 본인이 먹는 모습을 보며 나 홀로 먹방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김준현은 “‘맛있는 녀석들’은 물론 먹방과 쿡방을 싹 다 본다. 세상에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며 “어제도 새벽에 재방송 보다가 못 참고 짜글이를 끓여 먹었다. 나는 먹어봤기 때문에 그 맛을 정확히 알고 있어서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고 밝혔다. 이어 “평소에는 최대한 안 먹으려고 노력은 한다”며 “일주일에 한 번은 1일 1식을 하며 간헐적 단식을 한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7시까지 시원하게 먹는다”고 덧붙였다.

김민경 대표 먹언

[사진 코미디TV]

[사진 코미디TV]

“굶으면 오히려 위가 작아져 오히려 더 못먹는다” -57회 서울 등갈비 편
“아무리 먹어도 배는 터지지 않는다” - 210회 속초 오징어순대 물회 편

시청자들이 가장 우려하는 부분도 이들의 건강이다. 혼밥할 때 가장 즐겨 보는 먹방으로 꼽힐 만큼 남다른 친근감을 선사하는 동시에 이 정도는 먹어도 괜찮다는 안도감을 안겨주지만, 혹여 건강을 해치지 않을까 염려하는 것. 5주년을 맞아 유튜브 채널에서 이들에게 바라는 점을 물어본 결과 1100개의 댓글 중 45%가 “운동해서 더 건강해지자”일 정도다.

이에 맞춰 새로운 디지털 콘텐트 ‘오늘부터 운동뚱’ 론칭을 발표했다. ‘쪼는 맛’ 아령 들기를 통해 걸린 한 사람이 헬스 트레이너 양치승 관장과 지옥훈련에 들어간다. 이날 당첨된 김민경은 “많은 트레이너가 우리를 욕심낸다는 얘긴 들었다”며 “워낙 지는 걸 싫어해서 먹는 것이나 힘으로도 안 밀리는데 운동도 이왕 시작하는 것 열심히 해보겠다”며 ‘민경장군’다운 포부를 밝혔다. 문세윤은 “김민경씨 본인은 강아지인 줄 알고 살았는데 실은 호랑이 같은 스타일”이라며 “곱창ㆍ홍어 등을 처음 먹어본다고 겁내면서도 이내 맛의 신세계라며 먹어치우는 맹수”라며 힘을 실어줬다.

문세윤 대표 먹언

[사진 JTBC]

[사진 JTBC]

“입에 가기 전에 코로 먼저 영접하라” - 63회 제주 성게미역국 편
“이유 없는 반찬은 없다 다 먹어야 한다” - 132회 속초 물곰탕 편

최근 구독자 70만명을 돌파한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 세계관 확장도 예고했다. 먹어본 자들이 알려주는 전국 맛 가이드를 표방한 『맛있는 녀석들』책도 출간했다. 유민상은 “4월 총선을 앞두고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영식이형’이라 불리는 이영식 PD는 “‘오늘부터 운동뚱’을 시작으로 멤버별로 개별 콘텐트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귀띔했다. 유민상은 “사실 우리가 가는 길에 있어서 5주년은 거쳐 가는 과정일 뿐 앞으로도 더 오래, 더 길게 계속 이어갈 것”이라며 애정을 보였다. 향후 계획을 묻자 “아직도 먹어보지 못한 음식이 많이 남아있다”(김민경), “앞으로도 맛집은 계속 생겨난다”(김준현), “채널명 코미디 TV에 걸맞은 먹방”(문세윤) 등 주옥같은 답변이 쏟아졌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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