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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포토라인 선 임종석 “윤석열 지시, 사건 기획됐다고 확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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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검찰 조사를 받기 전 스스로 포토라인에 서서 윤석열 검찰총장을 향한 비판을 이어갔다. 전날에도 임 전 실장은 “윤 총장이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번 사건은 수사가 아니라 정치에 가깝다”며 그를 공개 비판했다.

30일 오전 10시쯤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도착한 임 전 실장은 “검찰의 업무는 특성상 한 사람의 인생과 가족을 뿌리째 뒤흔드는 일”이라며 “그래서 검찰은 그 어떤 기관보다 신중하고 절제력 있게 남용함 없이 그 권한을 행사해야 한다”고 입을 열었다.

그는 “이번처럼 하고 싶은 만큼 전방위로 압수수색을 해대고, 부르고 싶은 만큼 몇 명이든 불러들여 사건을 구성하면 누구든 기소할 수 있다. 그러나 그건 아니지 않냐”고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이번 사건은 검찰 스스로 울산에서 1년 8개월이나 덮어뒀던 사건을 지난해 11월 윤 총장의 지시로 서울중앙지검으로 이첩할 때 이미 분명한 목적을 갖고 기획됐다고 확신한다”며 윤 총장을 겨냥했다.

임 전 실장은 “정말 제가 울산지방선거에 개입했다고 입증할 수 있나. 못 하면 그땐 반성하고 사과도 하고 책임도 지는 것인가”라며 혐의를 부인했다. 그러면서 “저는 검찰이 좀 더 반듯하고 단정했으면 좋겠다. 내가 제일 세다, 최고다, 누구든 영장치고 기소할 수 있다, 그러지 마시고 오늘날 왜 손에서 물 빠져나가듯 검찰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사라지고 있는지 아프게 돌아봤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법무부가 지난해 12월 1일부터 시행한 ‘형사사건 공개금지 등에 관한 규정’에 따르면 검찰은 공개소환을 할 수 없다. 출석과 조사, 체포 및 구속 등 수사과정에 대한 촬영도 일체 허용되지 않는다. 이로 인해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한 번도 포토라인에 서지 않았다. 그러나 임 전 실장은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사건의 모든 과정을 공개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며 스스로 포토라인에 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다만 임 전 실장은 ‘송철호 울산시장에게 출마를 권유했는지’ ‘임동호 전 민주당 최고위원에게 경선 포기 대가로 자리를 제안했는지’ 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는 “조사 후 나오는 길에 필요하면 답변하겠다”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임 전 실장이 말하는 내내 일부 시민들은 “국민에게 사과해라. 고개 숙여라” “임종석 기소” “임종석을 구속하라”며 큰 소리로 그를 비판했다. 발언을 시작하려던 임 전 실장이 이 소리에 말을 멈추고 한숨을 쉬기도 했다.

2018년 울산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울산지방선거에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된 임종석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30일 오전 서초구 서울중앙지검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해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2부(부장 김태은)는 임 전 실장이 울산시장 후보 당내 경선에서 경쟁 후보를 매수하는 등 선거에 개입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임 전 최고위원은 언론을 통해 자신이 경선 완주 의사를 밝히자 임 전 실장이 “미안하다”는 취지의 연락을 했다고 밝혔다. 자유한국당은 이러한 행위가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한다며 지난해 12월 임 전 실장을 고발했다.

검찰은 2월 3일 자 인사이동 전 주요 피의자들에 대한 조사를 끝마친다는 입장이다. 검찰 관계자는 “임 전 실장과 소환 일정을 조율하며 수사팀이 떠나기 전 나왔으면 좋겠다고 명확하게 얘기했다”고 전했다. 실무 수사진 일부는 남았으나 핵심 수사라인이 교체되면서 울산 사건을 가장 잘 아는 현 수사팀이 남아있을 때 최대한 자료를 만들어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관점에서다. 전날에는 검찰의 수차례 소환 통보를 받았던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검찰 조사를 받았다. 다만 검찰은 오는 4월 총선에 미칠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두 사람에 대한 기소 여부 결정은 선거 이후로 미룰 계획이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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