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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규제, 특목고 폐지, 저금리가 서울 집값 올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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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부동산 대책, 무엇이 문제였고 어떻게 풀 것인가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그래픽=최종윤 yanjj@joongang.co.kr

최근 우리 경제의 가장 큰 화두는 부동산이다. 서울 강남 주택가격을 기준으로 보면 2015년 저점에서 상승하기 시작해 2017년 현 정부 출범 시점을 전후로 2006년의 전 고점을 돌파했다. 이후 가파르게 상승해 현재 2015년 대비 약 40% 정도 오른 상태다.

지난 400년간 버블 분석해 보면 #버블 터진 뒤 경제침체·위기 발생 #특정 지역 규제하면 다른 지역 상승 #조급해하지 말고 서서히 거품 빼야

경제학에서 버블에 대한 입장은 명확하다. 버블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 버블이 터진 후 뒤이은 경기침체나 금융위기 등 피해가 우려의 핵심이다. 특히 최근 미국 프린스턴대 브러너마이어 교수와 독일 막스프랑크연구소 슈나벨 교수는 지난 400년간 발생한 모든 버블에 대한 분석을 토대로 시사점을 제시했다. 버블에 대한 대책은 크게 버블을 인위적으로 터트리는 정책인 ‘프리킹(pricking, 찌르기)’과 시장에서 자연적으로 터지게 놔둔 후 이를 수습하는 정책인 ‘클리닝(cleaning, 뒷수습)’으로 분류된다. 프리킹은 버블을 확신할 수 있고 초기 상태이거나 터지면 그 피해가 국소적이며 규모가 크지 않을 때 효과적이다. 반면 클리닝은 버블에 대한 확신이 없거나 이미 개입하기에는 너무 늦은 경우에 해당하며 만약 그 피해가 전방위적이고 규모가 크다면 연착륙 유도를 통해 피해를 최소화하고 뒷수습을 하는 정책을 말한다.

프리킹도 과거에는 거시건전성 규제 하나만 강조됐지만, 금융위기 이후에는 통화정책이 새로운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거시건전성 규제는 버블이 발생한 자산시장만 겨냥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시의성에 문제가 있고 특히 범위가 한정되다 보니 규제의 틈새를 활용하는 풍선효과가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최근에는 대체로 두 가지 정책 혼합이 효과적인 처방으로 고려되고 있다.

이러한 연구결과를 기초로 지금까지의 부동산 대책의 특성을 진단해보고 그 시사점을 찾아보도록 하자.

강남 죌수록 풍선 효과 커져

첫째, 기존 부동산 대책은 주로 거시건전성 규제와 세제정책으로 이루어졌다. 특히 이런 규제는 특정 지역이나 특정 가격대를 겨냥하고 있다. 우리 경제에서 부(富)의 양극화는 주로 부동산 가격 상승에 기인한다. 그렇다 보니 부동산 대책의 목표가 다른 나라와 달리 버블이 터진 후 경제적 파장과 함께 부의 양극화 해소라는 두 가지로 설정되면서 과세정책이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

둘째, 이렇게 특정 지역, 특정 가격대의 주택가격을 중심으로 정책이 집중되다 보니 효율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기존 거시건전성 규제의 가장 큰 약점은 얼마든지 규제를 빠져나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런 약점은 타깃을 좁히면 좁힐수록 더 크게 나타난다. 더불어 ‘피드백’ 효과까지 더해져 이런 문제는 더 심화한다. 예를 들어 강남 아파트만 겨냥해 규제를 가하면 다른 지역으로 주택 수요가 이전되고 이렇게 타 지역 주택가격이 오르면 강남아파트와의 가격 차가 줄어들게 돼 다시 강남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악순환이 이어진다.

셋째, 거시건전성 규제는 대출 규제를 중심으로 하고 있다. 문제는 ‘전세’라는 한국 고유의 그림자 금융으로 규제 효과가 반감된다는 점이다. 특히 강남 같은 실수요 선호 지역은 가격 대비 전세가가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다. 전세가가 높다는 것은 투자자 입장에서는 자금조달 비용이 낮아지는 것과 같다. 따라서 주택 수요를 인위적으로 누르면 전세가가 상승해 오히려 투기를 용이하게 하는 왜곡이 발생한다.

넷째, 투기심리를 잠재우려면 시장의 기대를 꺾어야 하는데 이런 면에서 허점을 노출했다. 예를 들어 특목고나 자사고 폐지는 강남권 수요에 불을 지르는 정책이다. 부처 간 조율을 통해 이러한 정책은 집값이 안정된 이후에 도입했어야 했다. 이와 함께 장관 청문회나 고위공직자 재산공개에서 나타난 다주택 소유, 그리고 전 청와대 대변인의 상가주택 매입을 보면서 정책 신뢰도가 땅에 떨어졌다.

다섯째, 한국은행 역시 통화정책에 있어 부동산 가격에 대해, 최소 수동적 대응이라도 고민해야 한다. 부동산 가격이 이렇게 폭등한 데는 2015년 이후 지속한 저금리 정책 역시 한 가지 원인이다. 특히 2017년 중반 경제 상황이 그나마 좋았고 강남 부동산 가격이 서울·전국을 앞지르는 골든크로스를 보였을 때 과감하게 금리를 올렸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 한국 주식의 장단기 수익률이 모두 음(-)의 값을 보이기 때문에 금리가 하락하면 부동산으로 수요가 몰릴 수밖에 없다. 즉 가계의 대차대조표에서 자산항목이나 부채항목 모두 금리가 하락하면 부동산 수요를 증폭시키는 기재가 된다.

집값 갑자기 떨어뜨리면 위험

집값 상승에 결정적 영향 미치는 저금리

집값 상승에 결정적 영향 미치는 저금리

그렇다면 향후 바람직한 부동산 대책은 무엇일까. 현재는 이미 가격이 과도하게 상승했기 때문에 단기간에 터트리는 것은 위험하다. 결국 연착륙을 유도할 수밖에 없는데, 과도하지 않은 범위에서 현재 명목가격 이하로 안정시키고 인플레이션의 누적을 통해 실질가격을 점진적으로 하향시키는 것이 그나마 취할 수 있는 옵션이다. 주택가격은 2010년에서 2015년 사이에 완만하게 하락했다. 당시 정부의 공급확대 정책도 한 몫 거들었지만 결국 시장 메커니즘에 의해 가격이 정상화된 것이다. 이 세상에 터지지 않는 버블은 없다. 따라서 너무 조급해하지 말고 보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접근해야 하며 그런 측면에서 공급 확대도 필요하다.

더불어 규제의 목표를 부동산 가격 안정으로 단일화해야 한다. 부의 양극화 해소란 또 다른 목표를 병행하다 보니 정책에 혼선이 있고 효과가 떨어진다. 2010년부터 2015년 사이의 가격 흐름을 보면 가격 하락기에 강남권의 가격 하락이 훨씬 두드러졌다. 즉, 강남권 주택의 부동산경기에 대한 베타(민감도)는 1이 넘는다. 따라서 부동산 가격을 잡으면 부의 양극화 문제는 자동으로 해소된다. 그러니 규제를 너무 특정 지역이나 특정 가격대에 맞추기보다는 전방위적인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한국은행 역시 이제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검토할 때가 되었다.

마지막으로 정책을 찔끔찔끔 내놓는 것보다는 일거에 투기심리를 꺾을 수 있도록 정책을 집중해야 한다. 이미 시장에서는 18번의 정책으로 내성도 생겼고 정책에 대한 신뢰도도 상실한 상태다. 이러니 정책당국자가 아무리 시장 안정을 유도하는 발언을 내놓아도 효과가 떨어지는 것이다.

튤립 버블부터 서브프라임까지…400년간 얻은 5대 교훈

버블과 금융위기에 대해 깊은 연구를 해 온 브러너마이어와 슈나벨은 ‘버블과 중앙은행: 역사적 관점(Bubbles and Central Banks: Historical Perspectives) ’ 논문을 2016년 발표했다. 이 논문에서는 1636년 네덜란드의 튤립 버블부터 최근의 서브프라임 위기까지 지난 400년간 발생한 25건의 버블에 대해 발생 원인, 정책대응, 위기 유무 및 강도에 대해 정밀한 정성적 분석을 했다. 특히 거시건전성 규제와 통화정책의 상대적 장단점을 비교했다. 이들의 연구 결과는 5대 시사점을 제시했다.

첫째, 통화정책이 버블에 사전적으로 개입하지 않고 사후적으로 뒤처리하는 경우 대부분 비용이 더 크다. 둘째, 거시 건전성 규제나 통화정책 모두 버블의 대응 방법으로 위기를 축소하는데 부분적으로 효과적이다. 셋째, 그러나 거시건전성 규제는 풍선효과 같은 ‘규제 아비트라지’에 취약하므로 너무 범위를 협소하게 가져가면 효과가 떨어진다. 넷째, 버블의 자금조달이 주로 부채로 이루어졌고, 특히 상업은행이 자금조달의 원천일 때 위기 가능성이 더 높다. 다섯째, 버블 처방이 너무 늦게 집행되면 효과가 떨어지고 부작용이 크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뉴욕대에서 재무전공 박사를 취득한 후 노스캐롤라이나 경영대 교수로 재직했다. 잠시 학계를 떠나 금융위기 당시 스코틀랜드왕립은행에서 채권 퀀트본부장을 지냈다. 한국 학자로는 최초로 미국재무학회(AFA) 회장단 위원으로 활동했고 최근 자본시장연구원 원장을 지냈다. 재무·경제학 국제학술지에 많은 논문을 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