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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커 3000명 방한 취소···중국 가는 전 노선 취소수수료 면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우한 폐렴에 유통·여행업계 긴장

서울 강남구 SRT수서역 전광판에 우한 폐렴 관련 안내가 나오고 있다. [뉴스1]

서울 강남구 SRT수서역 전광판에 우한 폐렴 관련 안내가 나오고 있다. [뉴스1]

일명 ‘우한(武漢) 폐렴’으로 불리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가 확산하자 국내 유통·여행업계도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고 사태를 주시하고 있다. 모처럼 찾아오기로 한 중국인 단체 관광객이 한국 여행을 취소하는 일도 벌어졌다.

26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몰엔 이미 입국한 많은 중국인 관광객들이 눈에 띄었지만, 일하는 한국 점원들은 대부분 마스크를 착용하고 일하고 있었다. 중국 제일재경망이 바이두(百度) 애플리케이션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30일~올해 1월 22일 중국 우한에서 6430명이 한국에 입국했다.

27일 충청남도에 따르면, 2월 방한할 예정이었던 3000여명의 중국 단체 관광객이 이날 방문 일정을 전격 취소했다. 이들 여행객은 중국 산둥성·길림성 등 우한 지역과 거리가 있는 지역에서 거주하고 있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가 중국 전역으로 확산했을 가능성에 충청남도 측이 중국에 방한 취소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진다.

27일 오전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입구. 우한 폐렴 관련 공지가 적혀 있다. [뉴스1]

27일 오전 경기 고양시 명지병원 입구. 우한 폐렴 관련 공지가 적혀 있다. [뉴스1]

중국 여행을 계획했던 국내 여행객의 취소·변경 문의가 이어지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은 모든 중국 노선의 항공권을 환불할 경우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결정했다. 대한항공은 1월 24일~2월 29일 항공편, 아시아나항공은 1월 24일~3월 31일 항공편이 수수료 면제 대상이다.

저비용항공사(LCC)도 마찬가지다. 티웨이항공은 1월 31일, 제주항공·진에어·이스타항공은 2월 29일, 에어부산은 3월 28일까지 국내에서 중국으로 가는 항공편을 환불할 경우 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다.

 27일 오전 서울 수서역에서 귀경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플랫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수서역에서 귀경객들이 마스크를 쓴 채 플랫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면세점·백화점·대형마트도 후폭풍을 우려한다. 우한 폐렴은 중국 정부의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제) 보복이 사실상 끝난 지 불과 한두 달 만에 덮친 악재다. 중국 정부는 지난 2017년 3월 사드 배치에 대한 보복으로 근 3년 가까이 한국 단체관광을 사실상 금지했다. 이로 인해 국내 유통·여행업계는 장기간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다.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해 연말부터다. 여행업계는 이번 춘절(春節·24∼30일)을 계기로 중국 관광객이 대거 방한할 것으로 기대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부터 웨이나화장품(3000여명)·이융탕(5000여명) 등 중국 기업에서 단체로 한국을 방문했다. 장쑤성·허난성에서 학생들(1160여명)이 단체로 여행 오기도 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방한 중국인 관광객 수(750만명)가 2019년(600만명) 대비 25% 늘어날 거라고 예상했다.

중국인 관광객이 늘자 여행·유통업계도 기대하는 분위기였다. 하나투어가 집계한 올해 4월 중국 관광객의 한국 패키지여행 예약률은 지난해 4월 대비 13.5% 증가했고, 모두투어의 다음 달 예약률도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0% 늘었다(1~10일 기준). 올해 중국인 매출액은 신세계백화점이 지난해 대비 46.5% 증가했고, 현대백화점도 같은 기간 42.6% 늘었다(1~16일 기준).  지난해 12월 국내 면세점 한 달 매출(2조2848억원)은 지난해 같은 기간(1조5985억원) 대비 43% 늘었다. 국내 한 대형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우상향하던 실적이 우한 폐렴으로 혹여 고꾸라질까 노심초사하는 분위기”라고 설명했다. ▶중앙일보 1월 10일 보도

脫 사드 훈풍 기대했지만, 타격 우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우한 폐렴과 관련해 면회 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우한 폐렴과 관련해 면회 제한 안내문이 붙어있다. [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붙어있는 우한 폐렴 관련 면회 제한 안내문. [연합뉴스]

27일 오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 붙어있는 우한 폐렴 관련 면회 제한 안내문. [연합뉴스]

한유정 대신증권 연구원은 “중국 보건당국이 신형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끼리 전염될 수 있다고 인정하면서 (여행·유통업계 등 중국 여행객과 관련이 깊은) 국내 소비 심리도 위축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한국문화관광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이후인 2015년 6월 외국인 관광객 수는 전년 동월 대비 41% 감소했다. 또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메르스 발생 직후 백화점 매출은 12%, 대형마트는 10% 감소했다(2015년 6월 기준).

문희철 기자 report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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