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 신종 폐렴의 확산을 저지하기 위해 춘절(春節, 설) 당일 정치국 상무위원회까지 개최하며 사투를 벌이고 있는 중국을 상대로 일본이 “어려울 때 친구가 진짜 친구가 아니냐”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모테기 일 외무상이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 전화 #“어려울 때 도움 주는 친구가 진짜 친구” 강조 #왕이는 “일본 교민의 중국 내 안전 보장” 약속 #사스 때는 노무현 대통령이 가장 먼저 중국 찾아
모테기 도시미쓰(茂木敏充) 일본 외무상은 26일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에게 전화를 걸어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영도 아래 중국 정부와 인민이 신종 폐렴의 확산 저지를 위해 강력한 조처를 하고 있는 데 대해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다.
모테기 외무상은 또 “어려움에 부닥쳤을 때 모든 힘을 다해 친구를 돕는 게 진정한 친구가 아니겠냐”며 “일본은 중국과 질병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응하며 중국에 전방위적인 지지와 도움을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왕이 외교부장은 “우리는 일본을 포함한 국제사회가 중국에 대해 충분한 이해와 지지를 보내주는 것에 대해 감사하다”며 “중국은 춘절 당일 시진핑 주석이 친히 회의를 소집해 질병에 맞서는 대오를 새로이 갖추는 등 전력을 다해 싸워 이길 것”이라고 답했다.
왕 부장은 또 “인명은 태산보다 무겁다”며 “중국 정부는 책임 있는 태도로 일본 교민을 포함한 모든 중국 내 외국 인사의 안전을 보장하고 제때 그들의 합리적인 관심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중국 언론은 일본 민간에서 기증한 100만 개의 방역 마스크가 26일 도쿄(東京)-청두(成都) 항공편을 통해 청두의 솽류(雙流) 국제공항에 도착했으며 이후 즉시 차량을 통해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으로 보내졌다고 전했다.
이처럼 시진핑 주석의 오는 4월 일본 방문을 앞두고 일본의 발 빠른 중국 지원 행보가 돋보인다. 한국은 지난 2003년 사스(SARS) 사태가 터졌을 때 노무현 대통령이 그해 7월 외국 국가 원수로서는 가장 먼저 중국을 방문해 중국의 환호를 산 바 있다.
당시 노 대통령은 경호실의 극렬 반대에도 불구하고 방중을 강행해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의 극진한 대접을 받았으며 중국인들로부터는 “중국이 힘들어할 때 찾아준 고마운 사람”이라는 말을 들었다.
당시 윤영관 외교부 장관은 노 대통령 방중을 조율하기 위해 사스가 한창이던 4월 신정승 아태국장과 위성락 정책보좌관 등을 이끌고 중국을 찾아 김하중 주중대사 등과 함께 중국 측과 노 대통령의 방중 문제를 협의했다.
이후 윤 장관 일행 6명은 한국으로 돌아온 뒤 사스 잠복 기간인 2주 동안 노 대통령에 대한 대면 보고를 자제한 건 물론 국무회의 참석도 하지 않았다. 이 같은 한국의 행보는 당시 미국의 딕 체니 부통령이 방중 일정을 취소한 것과 대조를 이뤘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