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민주당의 책임있는 역할을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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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민주당이 7.26 재.보선을 통해 수도권에 진출했다. 서울 성북을에서 민주당 조순형 후보가 당선돼 호남당의 한계를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찾았다. 특히 열린우리당이 동력을 잃어 정계 개편의 필요성이 절실해지고 있다는 점에서 민주당의 위상은 과거와 다르다. 그럴수록 민주당은 수도권에 발판을 만들어 준 유권자의 기대에 걸맞은 책임 있는 정당으로서 역할을 다해야 할 책무가 있다.

특히 조순형 의원의 당선은 서울 진출이라는 지역 확대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그가 탄핵의 주역이었다는 점에서 열린우리당이 받는 타격은 큰 것이다. '비(非) 노무현.반(反) 한나라당' 성향의 유권자들이 열린우리당의 대안으로 민주당의 가능성을 저울질하고 있다는 신호라고도 볼 수 있다.

열린우리당은 17대 국회 들어 세 번 실시된 13곳의 재.보선에서 한 곳도 이기지 못했다. 특히 이번 선거 득표율을 보면 17대 총선에서 열린우리당으로 쏠렸던 표가 민주당으로 이동했다. 5.31 지방선거에서 호남을 반분(半分)했던 민주당 바람이 수도권까지 올라온 것이다. 민주당 후보가 나오지 않은 송파갑에서는 열린우리당 후보가 17대 총선 당시 민주당 표는커녕 열린우리당 표도 3분의 2밖에 못 챙겼다.

이러니 민주당의 행보가 열린우리당보다 앞으로 더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민주당은 민심이 왜 열린우리당으로부터 떠났는지에 대한 정확한 분석과 그에 대한 대안이 있어야 한다. 특히 안보.외교.경제정책 등에서 민주당이 열린우리당, 그리고 한나라당과 무엇이 다른지 분명히 내놓아야 한다. 막연한 이합집산으로는 구심점이 될 수 없다.

정당 정치의 기본은 경쟁과 견제다. 열린우리당이 동력을 잃어버렸다면 대안 정당이 불가피하다. 그러나 특정 대선 후보를 따라 몰려다니거나 특정 지역을 볼모로 한 정당이어서는 곤란하다. 민주당의 장래는 지역색을 탈피하고 대안세력으로서의 모습을 갖출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점을 명심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