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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부터 발끝까지 로고 로고 또 로고…올봄 '로고' 없으면 명함도 못 내민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올봄 해외 유명 럭셔리 브랜드들이 내놓은 신상품엔 눈에 띄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로고'다. 매장마다 어떤 형태로든 브랜드 로고를 새겨 넣은 옷과 가방·운동화들이 대거 등장했다.

발렌티노의 V 로고 상의와 모자. [사진 발렌티노]

발렌티노의 V 로고 상의와 모자. [사진 발렌티노]

평범해 보이는 면 소재의 반팔 티셔츠나 스웨트셔츠는 가슴팍에 크고 작은 로고가 자리 잡고(발렌티노, 발렌시아가), 올해의 유행 아이템으로 예견되는 빅사이즈 백의 앞면엔 가방 크기만큼 큰 로고가 새겨져 있다(지방시, 펜디). 루이 비통의 LV 로고, 펜디의 FF 로고, 구찌의 GG 로고, 디올의 D 로고, 발렌티노의 V 로고 등 브랜드 이름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로고는 옷·운동화·가방은 물론이고 스카프·모자 등 액세서리까지 곳곳에서 찾을 수 있다.

2020 봄여름 트렌드 ① 돌아온 빅 로고

'나, 명품'이라고 외치기라도 하듯 큼직한 로고가 새겨진 옷과 가방은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말까지 큰 인기를 끌다가 차츰 자취를 감췄다. 이후 패션 브랜드들은 로고를 앞세우기보다 감추는 쪽으로 디자인 승부를 걸었다. 소비자들도 로고를 드러내는 건 부를 과시하는 일이라며 오히려 "촌스럽다"고 생각했다.

펜디의 빅 로고 가방. [사진 펜디]

펜디의 빅 로고 가방. [사진 펜디]

MSGN의 데님 재킷. [사진 MSGN]

MSGN의 데님 재킷. [사진 MSGN]

한동안 사라졌던 로고가 다시 등장한 건 2017년경부터다. 래퍼들과 협업한 스트리트 패션이 전 세계 패션업계를 관통하는 주류 트렌드로 부상하면서 로고가 수면 위로 슬금슬금 다시 나타나기 시작했다. 래퍼들처럼 옷 전체를 스트리트 스타일로 갖춰 입지 않아도, 말쑥한 정장 재킷 안에 로고 티셔츠 하나만 입으면 '힙'해 보였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발렌티노'는 지금의 로고 패션을 부활시킨 대표적인 브랜드다. 2017년 말 크루즈 컬렉션 의상으로 선보인 'VLTN' 로고 티셔츠는 큰 성공을 거뒀고 지금은 시즌과 상관없이 매장에 걸리는 정규 상품이 됐다. 최근엔 60년대에 사용하던 V로고를 전면에 내세우며 크기를 한층 더 키워 다가오는 봄 컬렉션에 적용했다. 스포츠 브랜드 오니츠카 타이거와도 협업해 운동화의 고전으로 꼽히는 '멕시코66'에 V 로고를 넣는 등 활발한 로고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발렌티노의 VLTN 로고 티셔츠(왼쪽)와 V 로고를 사용한 가방 '슈퍼비'. [사진 발렌티노]

발렌티노의 VLTN 로고 티셔츠(왼쪽)와 V 로고를 사용한 가방 '슈퍼비'. [사진 발렌티노]

오니츠카 타이거의 멕시코66 운동화에 발렌티노의 V 로고를 넣었다. [사진 오니츠카 타이거]

오니츠카 타이거의 멕시코66 운동화에 발렌티노의 V 로고를 넣었다. [사진 오니츠카 타이거]

럭셔리 브랜드들의 로고가 다시 등장한 데는 사회·문화 전반에 걸쳐 불고 있는 '레트로'(복고) 트렌드의 영향이 크다. 트렌드 분석가인 이정민 트렌드랩506 대표는 "90년대 스타일이 유행하면서 그 시대의 히트 아이템들이 다시 등장했다"고 말했다. 90년대 유행했던 스타일이 '핫'한 스타일로 조명되면서 당시 인기를 끌었던 로고 패션이 다시 유행한다는 이야기다. 지난 1월 초 패션 매체 '보그'(미국판) 역시 올해의 패션 트렌드를 분석한 기사에서 "로고 플레이가 강세"라며 “90년대 유행했던 펜디의 ‘주카’(F자로 모양을 낸 로고), 루이 비통의 '모노그램' 등이 다시 재활용되고 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백. [사진 루이비통 공식 홈페이지]

루이비통의 모노그램 백. [사진 루이비통 공식 홈페이지]

가방 하나에 로고가 가득 들어가 있는 디올의 새들백. 브랜드 명 이니셜 중 D자 금속 버클이 달린 것은 물론이고, CD자를 패턴으로 만든 오블리크 소재를 사용했다. ⓒ JANETTE BECKMAN. [사진 디올]

가방 하나에 로고가 가득 들어가 있는 디올의 새들백. 브랜드 명 이니셜 중 D자 금속 버클이 달린 것은 물론이고, CD자를 패턴으로 만든 오블리크 소재를 사용했다. ⓒ JANETTE BECKMAN. [사진 디올]

특히 이 경향은 가방에서 더 도드라진다. 지난해 로고 티셔츠가 큰 히트를 쳤지만, 올해는 로고가 가방·운동화로 옮겨가면서 그 크기가 더욱 화려하고 대담해졌다. 럭셔리 패션 브랜드의 한 관계자는 "똑같은 모양의 운동화라 할지라도 로고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판매 성적이 다르다"며 "로고가 있어야 관심을 보이고, 또 실제 구매로도 이어진다"고 말했다. 프랑스 브랜드 '디올' 역시 99년 처음 출시한 D자 버클 디자인의 '새들백'을 최근 다시 선보였다. 가죽 대신 '오블리크'(디올 이름으로 만든 패턴) 소재를 사용했는데 이를 사려는 대기자가 생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 유행은 정말 돌고 돈다.

윤경희 기자 anni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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