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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코 ‘아무노래’ 틱톡서 떴다…따라하기 5만건 돌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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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신곡 ‘아무노래’를 발표한 지코(위). 틱톡에서 진행된 챌린지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 KOZ 엔터테인먼트]

신곡 ‘아무노래’를 발표한 지코(위). 틱톡에서 진행된 챌린지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사진 KOZ 엔터테인먼트]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앱) 틱톡의 상승세가 무섭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센서타워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틱톡 다운로드 수는 7억4000만회로 왓츠앱(8억5000만)에 이어 2위를 차지하며, 페이스북(7억1500만)이나 인스타그램(4억5000만), 유튜브(3억)를 앞질렀다. 2017년 미국의 립싱크 앱 뮤지컬리 인수 후 빠르게 몸집을 불리는 틱톡의 성공으로, 모기업 중국 바이트댄스의 기업가치는 750억 달러(약 87조원)로 세계 최대 유니콘(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기업)이란 평가를 받고 있다. Z세대를 중심으로 숏폼 비디오가 새로운 소통 수단으로 자리 잡는 셈이다.

발표 일주일 넘게 음원차트 정상 #화사·이효리 등 셀럽 챌린지 참여 #영상 5500만번 조회 Z세대 열광

가수 지코가 지난 13일 발표한 ‘아무노래’가 일주일 넘게 음원차트 정상을 차지하는 것도 틱톡의 힘이 크다. 지코가 먼저 화사·청하·장성규·송민호 등과 춤 추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올리면서 이효리·크러쉬 등 자발적인 참여도 이어졌다. “아무 노래나 일단 틀어/ 아무거나 신나는 걸로/ 아무렇게나 춤춰” 등 신나는 가사에 맞춰 쉽게 따라 출 수 있도록 안무를 구상한 것도 주효했다. 지난해부터 틱톡 영상 길이는 15초에서 최대 1분으로 길어졌다. 틱톡에 따르면 1주일간 ‘아무노래’를 배경으로 만들어진 영상만 5만건이 넘고, 열흘간 ‘아무노래 챌린지(#anysongchallenge)’ 관련 영상 조회 수는 약 5500만회다.

음원 사재기를 저격한 듯한 노랫말도 화제를 모았다. 네티즌 사이에서 “왜들 그리 다운돼 있어(…) 분위기가 겁나 싸해 요샌 이런 게 유행인가” “만감이 교차하는 새벽 2시경 술잔과 감정이 소용돌이쳐” 등이 발라드 일색인 음원차트를 염두에 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 지코가 공식적으로 사재기 문제를 제기한 적은 없지만 2011년 블락비로 데뷔해 동고동락한 박경이 지난해 11월 트위터에 실명으로 6팀을 언급한 것과 맞물려 기정사실처럼 받아들여지고 있다.

‘아무노래’야말로 진짜 바이럴 마케팅의 성공 사례라는 분석도 나온다. 음원 사재기로 의심받는 가수들이 주장한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한 마케팅과 달리 자발적 참여와 공유를 직접 확인할 수 있어서다. 한국 조지메이슨대 이규탁 교수는 “과거에는 챌린지라는 용어가 없었을 뿐 싸이의 ‘강남스타일’이나 트와이스의 ‘TT’ 역시 셀러브리티들이 포인트 안무를 따라 하는 관련 영상이 퍼지면서 입소문이 난 사례”라며 “틱톡에서 음악은 영상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로 활용돼 이 같은 움직임은 더 빨라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틱톡의 경우 음악 길이가 짧고 유통사 및 기획사와의 협업 경우도 많아 저작권 문제에서도 자유로운 편이다.

왼쪽부터 청하, 송민호, 화사, 장성규 등과 함께 춤추는 모습. [사진 틱톡]

왼쪽부터 청하, 송민호, 화사, 장성규 등과 함께 춤추는 모습. [사진 틱톡]

이같은 매력에 힘입어 해외에서도 중요한 음악 소비 플랫폼으로 떠올랐다. 지난해 미국 빌보드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19주간 1위를 기록한 릴 나스 엑스의 ‘올드 타운 로드(Old Town Road)’가 대표적이다. 래퍼 니키 미나즈의 트위터 팬 계정 운영자로 활동하던 릴 나스 엑스는 카우보이 콘셉트를 활용한 ‘이햐 챌린지(#yeehawchallenge)’로 빌보드 최장 1위 기록을 경신했다. 1995년 16주간 정상에 오른 머라이어 캐리와 보이즈 투 멘의 ‘원 스위트 데이(One Sweet Day)’, 2017년 라틴팝 열풍을 불러일으킨 루이스 폰시의 ‘데스파시토(Despacito)’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새 역사를 써내려간 것이다.

오는 26일(현지시간) 열리는 그래미 어워드에서 올해의 앨범·레코드·노래 등 8개 부문 후보에 오른 리조도 틱톡이 발굴한 스타다. 2017년 발표한 ‘트루스 허츠(Truth Hurts)’가 틱톡에서 ‘DNA 테스트(#DNA Test)’ 배경음악으로 쓰이며 역주행에 성공한 것. “DNA 테스트를 받았더니 100% 나쁜 년(bitch)이라고 나왔어”라는 가사를 인용해 다양한 DNA를 인증하는 놀이가 이어진 덕분이다. 이대화 대중음악평론가는 “해외에선 챌린지 영상이 밈(meme·유행 요소를 응용해 만든 사진이나 동영상)으로 소비돼 개그 코드가 있는 것이 확산에 유리하다”며 “짧은 영상 안에서 반전 효과를 노릴 수 있어서”라고 설명했다.

챌린지 진행 방식도 각양각색이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9월 틱톡 계정 개설 3시간 31분 만에 팔로워 100만 명을 돌파해 기네스 월드 레코드에 등재됐고, 이에 맞춰 진행한 제이홉 솔로곡 ‘치킨 누들 수프(Chicken Noodle Soup)’ 챌린지는 틱톡 안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다. 2016년 발표된 스텔라장의 ‘컬러스(#colors)’는 지난해 틱톡의 영상 배경음악으로 해외에서 먼저 주목을 받기 시작해 이후 ‘컬러컬렉터(#colorcollector)’ 챌린지가 기획된 경우다.

『BTS와 아미 컬처』를 쓴 문화연구자 이지행씨는 “팬덤이 만드는 콘텐트와 대중이 즐기는 콘텐트는 다소 차이가 있다”며 “팬들은 해당 곡을 다각도로 소비하기 때문에 챌린지에 참여해도 얼굴을 가리거나 멀리서 찍는 경우가 많다면, 그 놀이에 참여하기 위한 틱톡커는 보다 적극적으로 임한다”고 밝혔다. 이어 “다양한 분야의 문화콘텐트에서 국가·언어 등의 경계가 빠르게 허물어지고 있어서 즉각적인 독해가 가능한 밈 컬처의 파급력은 더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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