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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 롯데월드 짓고 떠났더라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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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오쿠노. [뉴스1]

오쿠노. [뉴스1]

“뉴욕과 도쿄에 롯데월드 건설을 추진했는데 결국 못 이루고 떠났다.”

신격호 조문한 50년 지기 오쿠노 #“세계 최고·최초 외치던 수퍼맨” #허창수·이명희·구광모 등 조문

고(故) 신격호 명예회장의 50년 지기인 오쿠노 쇼 건축연구소의 오쿠노 쇼(81) 회장의 얘기다. 21일 신 명예회장의 빈소가 차려진 서울아산병원을 찾은 쇼 회장은 기자들과 만나 “신 명예회장은 도전 정신이 뛰어났던 사람”이라며 고인을 추모했다.

건축가인 쇼 회장은 50년 전 일본 롯데의 한 프로젝트를 맡으면서 신 명예회장과 인연을 맺었다. 쇼 회장은 신 명예회장의 요청으로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 건설 계획부터 참여했다. 1979년 완공된 롯데호텔은 당시 동양 최대의 초특급 호텔로 6년 간의 공사 끝에 문을 열었다. 지하 3층, 지상 38층에 1000여 개의 객실을 갖췄다. 당시 경부고속도로 건설비와 맞먹는 1억5000만 달러가 투자됐다.

쇼 회장은 “호텔 건축을 위해 서울에 도착해 택시를 타고 갔는데 택시 바닥이 뚫려있을 정도로 서울이 낙후됐던 시절”이라며 “그런 시절에 1000실이나 되는 호텔을 짓겠다고 해서 모두가 놀랐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롯데호텔에 이어 잠실 롯데월드 어드벤처 건설에도 참여한 쇼 회장은 “신 명예회장은 항상 돈을 번다거나 수익을 따지지 않고 세계에서 가장 최고, 최초를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테마파크를 건축물 사이에 끼워 넣는 것은 획기적인 발상이었다”라며 “당시 프로젝트에 참여한 전원이 반대했는데 신 회장이 밀어붙였다. 포기하지 않고 도전정신이 뛰어난 분이라고 느꼈다. 그때가 신 회장 인생 절정기가 아니었을까 생각한다”라고도 했다. 쇼 회장은 신 명예회장에 대해 “수퍼맨”이라면서 “인간적인 친숙함과 따뜻함을 갖췄다”고 기억했다.

그는 신 명예회장이 생전에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에도 롯데월드 건설을 추진했다고 소개했다. 쇼 회장은 “신 회장이 미국 뉴욕과 일본 도쿄에도 롯데월드를 만들려고 했는데 못 만들고 떠났다”라며 “뉴욕에 롯데월드가 지어졌다면 지금의 롯데는 글로벌 시장에서 또 다른 활약을 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과 구광모 ㈜LG 대표가 21일 신격호 명예회장 빈소를 찾았다. [연합뉴스]

허창수 전경련 회장(왼쪽)과 구광모 ㈜LG 대표가 21일 신격호 명예회장 빈소를 찾았다. [연합뉴스]

한편 빈소에는 21일에도 조문이 이어졌다. 재계에선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이명희 신세계 회장,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 구광모 ㈜LG 대표,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윤윤수 휠라코리아 회장, 김범석 쿠팡 대표, 강덕수 전 STX 회장 등이 다녀갔다.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 성낙인 전 서울대 총장, 성윤모 산업통산자원부 장관, 윤병세 전 외교부 장관, 조용병 신한금융지주 회장도 조문했다.

야구선수 출신 박찬호씨와 전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 홍수환 한국 권투위원회 회장도 빈소를 찾았다. 홍 회장은 “내가 링에서 챔피언이 됐다면 그분은 업계에서 챔피언이 됐다”며 “복싱의 4전 5기를 그분의 인생에서 충분히 나타내셨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곽재민·추인영 기자 jmkwa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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