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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 옥죄던 '5%룰' 완화···3월 주총서 발언권 한층 세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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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중앙포토]

국민연금공단 기금운용본부 전경. [중앙포토]

오는 3월 열릴 주주총회부터 국민연금의 발언권이 대폭 강화된다.

정부는 국민연금 등 기관투자자의 주주권 행사를 지원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상법·자본시장법·국민연금법 시행령 개정안을 21일 국무회의에서 의결했다. 이중 상법·국민연금법 시행령은 공포 후 즉시, 자본시장법 시행령은 2월 1일부터 시행된다.

이는 앞서 지난 7일 문재인 대통령이 신년사를 통해 예고했던 내용이다. 당시 문 대통령은 “법 개정이 어려운 상황에서 시행령 등의 제·개정을 통해 ‘스튜어드십코드’를 정착시키고 대기업의 건전한 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기반을 곧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스튜어드십코드(수탁자책임원칙)’를 통해 국민연금의 대기업 경영에 대한 감시·견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국민연금에 5%룰 완화해줘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올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문재인 대통령이 7일 청와대 본관에서 올해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이날 국무회의 의결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은 이른바 ‘5%룰’ 적용이 일부 완화된다.

기존 법령에 따르면 상장회사 주식을 5% 이상 보유한 주주는 1% 이상 지분을 사고팔 때마다 이를 5일 내 공시해야 한다(5%룰). 다만 국민연금 같은 공적 연기금이 경영참여가 아닌 단순투자 목적으로 주식을 사고팔 때는 5%룰의 적용을 면제받는다는 예외 규정이 있었다.

그간 5%룰은 국민연금의 주주활동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 스튜어드십코드 취지대로 국민연금이 주주로서 목소리를 내면 단순투자 목적이 아니라 경영참여 목적으로 볼 수 있어 5%룰을 적용해야 한다는 해석이 나와서다. 국민연금으로서는 5%룰에 따라 지분 변동 내역을 즉시 공시하면 매매전략과 투자패턴이 공개돼버려 부담이 컸다. 자칫 추종매매로 인해 수익률이 하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번 시행령 개정을 통해 5%룰 적용 범위를 축소했다. 공적연기금의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정관 변경 추진이나 회사 임원의 위법행위에 대한 해임청구권, 배당과 관련한 주주활동 등은 경영참여가 아니라고 보고 5%룰 적용에서 제외했다. 국민연금 등 5%이상 지분을 보유한 공적연기금은 이러한 주주활동을 하더라도, 지분변동이 있었던 달의 다음달 10일 이내에만 변동내용을 공시하면 된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이 스튜어드십코드에 따라 기업 경영에 관여할 수 있는 범위는 한층 넓어진다. 지난해 말 현재 국민연금이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상장사는 313곳이다.

사외이사 임기제 도입

이날 개정된 상법 시행령은 사외이사의 임기를 제한하는 것이 골자다. 사외이사가 장기 재직하면 이사회의 독립성이 약화될 수 있다고 보고 이를 제한하기로 한 것이다.

개정안에 따르면 특정 회사의 계열사에서 퇴직한 지 3년이 되지 않으면 해당 회사의 사외이사가 될 수 없고, 한 회사에서 6년, 계열사 포함 9년을 초과해 사외이사로 근무할 수 있다. 만약 오는 3월 주주총회 기준으로 이미 6년을 꽉 채워 재직한 사외이사라면 더 이상 선임이 불가능하다.

국민연금의 주주활동 강화를 위해 3개의 전문위원회(투자정책, 수탁자책임, 위험관리·성과보상 전문위원회)를 설치하는 내용도 이번에 국민연금법 시행령에 새로 담겼다. 이 3개 전문위원회의 위원장은 민간 출신 전문위원이 상근으로 맡게 된다.

한애란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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