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중국이 미국 경제 따라 잡았다?…아직 멀었다

중앙일보

입력

 중국이 미국을 넘어선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경제 규모에서 그렇게 된다고 한다. 영국 싱크탱크 경제경영연구소(CEBR) 분석이다. CEBR은 올해 초 발표한 ‘세계 경제 순위표(League Table)’ 보고서에서 향후 중국이 미국을 제치고 경제 규모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봤다. 미국의 2019년 경제 규모는 전 세계 국내총생산(GDP)의 24.8%로 1위다. 2위인 중국의 규모는 16.3%다. CEBR은 “경제가 성장하면서 중국 내 빈곤층이 점차 줄어들고, 이를 통해 경제 규모에서 중국이 미국을 제칠 것”이라고 전망한다. 그런데 시기가 문제다.

13년 뒤에나 가능하단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CEBR이 예측한 미·중 경제 규모의 역전 시점은 2033년. 이마저도 지난번 보고서에서 예측한 2032년보다 1년 늦춰졌다. CEBR은 "미국 경제의 계속되는 강세를 예상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서구 사회의 희망 섞인(?) 분석이라고 폄하해야 할까. 중국의 생각은 어떨까.

중국 내부 분석을 살펴보자. 지난 4일 중국의 경제경영 블로그 ‘제10경제관찰실(第十經濟觀察室)’이 중국과 미국의 경제력을 5가지 요소로 비교 분석했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4대 1 미국의 완승이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항목별로 살펴보자.

1. 투자 규모와 생산성 : 미국 완승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세계은행(WB)에 따르면 2017년 1인당 투자 규모는 중국이 3200달러(약 372만원), 미국이 1만2600달러(약 1463만원)다. 이를 통해 생겨난 국내총생산(GDP) 규모에선 차이가 더 벌어진다. 1인당 GDP는 중국이 8800달러, 미국이 5만9900달러다.

[제10경제관찰실 캡처]

[제10경제관찰실 캡처]

좀 더 쉽게 이야기하면 1달러를 투입하면 중국인 한 사람의 생산량은 2.75달러, 미국인 한 사람은 4.75달러다. 중국인의 생산성이 미국인의 약 58% 수준이란 이야기다. 경제관찰실은 이러한 결과가 나온 주요 이유로 “낮은 기술력과 교육 수준”을 꼽았다.

2.   연구개발 : 미국 우세승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역시 세계은행 자료다. 2017년 중국의 1인당 과학기술 연구개발(R&D) 투자 규모는 183달러다. 미국(1697달러)의 10분의 1수준이다.

R&D 투자 대비 효과는 어떨까. 2016년 인구 1만명당 첨단 과학 기술 논문(컴퓨터 공학, 수학, 생물학, 제약 등) 발표 개수를 살펴보니 중국이 3개 미국이 12개였다. 효율로 보면 중국이 미국보다 2.5배가 높다.

[제10경제관찰실 캡처]

[제10경제관찰실 캡처]

특히 응용과학 분야에선 중국 수준이 미국보다 높았다. 중국의 투자 규모가 미국의 10분의 1임에도 1만명당 특허 개수는 중국이 10건으로 미국(8.6건)보다 많았다. 이에 대해 경제관찰실은 “(중국의 응용과학 분야 선전은) 중국이 전 세계 기업을 대신해 제품을 직접 생산하는 일을 맡고 있음을 고려해야 한다”며 “미국은 이미 이 영역에선 관심이 떠난 지 오래다. 특허를 많이 따야 할 필요를 못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3.   에너지·광물 자원 보유량 : 미국 우세승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2017년 중국의 1인당 에너지 생산량은 8억4000만 KJ(킬로줄)이다. 반면 미국(28억7600만 KJ)의 29.2% 수준이다. 에너지 생산에는 석탄과 석유, 천연가스 등 에너지 자원 확보와 원자력, 수력발전 등 실제 에너지 생산 등이 모두 포함된다. 미국이 중국보다 에너지 자원 확보가 쉽다는 뜻은 곧바로 생산 원가 절감이 쉽다는 뜻이다.

[제10경제관찰실 캡처]

[제10경제관찰실 캡처]

이는 수치로 나온다. 100달러를 벌기 위해 필요한 에너지 자원 확보 비용은 중국이 6.69달러다. 반면 미국은 5.41달러다. 미국이 중국보다 에너지 소비 효율이 1.24배 높다는 얘기다. 반면 광물자원은 중국이 더 많이 확보해 놓고 있다. 2016년 중국의 1인당 철광석 매장량은 15t, 미국은 9.21t이다.

4.   교육 수준 : 미국 완승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지난 2014년 중국의 1인당 교육 투자 비용은 308달러로 미국(1695달러)의 10분의 1밖에 안 된다. 같은 해 중국의 공교육 예산은 전체 GDP의 4.1%다. 이는 북미나 유럽만이 아니라 멕시코(5.3%), 브라질(6.0%), 사하라 사막 남부 아프리카 국가들 평균(5.0%)보다 낮다. 교육을 중시하는 유교가 보편적인 중국이지만 실제 투자에는 소홀한 것이다. 일본(3.6%) 정도가 교육 투자 비중이 중국보다 낮았다.

[제10경제관찰실 캡처]

[제10경제관찰실 캡처]

특히 고등교육 분야에서 미국과 중국의 격차가 심하다. 2015년 중국의 고등교육률(고등학교 졸업 후 5년 이상 상위 교육을 받는 비율)은 43.4%였다. 미국은 85.8%다. 딱 절반 수준이다.

5. 노동시간 : 중국 우세승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세계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중국인은 하루 평균 9.2시간을 일하지만 미국인은 하루 평균 6.8시간을 노동에 쓴다. 중국인이 미국인보다 평균 1.35배를 더 일하는 셈이다.

[제10경제관찰실 캡처]

[제10경제관찰실 캡처]

노동시간의 우위가 있어 중국이 그나마 미국과 생산성 격차가 벌어지지 않고 있다. 경제관찰실은 “노동 시간 요소를 제외하고 살펴보면 중국의 생산성은 미국의 58%에서 56% 수준으로 떨어진다”고 분석했다.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물론 미국과 중국의 경쟁은 장기레이스다. 경제관찰실은 “미국은 글로벌 공급 체인을 통한 노동 분업 시스템을 잘 갖추고 있다”며 “자신들의 강점인 기초과학과 교육의 높은 수준을 활용해 주도권을 유지하려 할 것”이라고 봤다.

그러면서 “중국은 많은 노동시간과 세계 최대 내수시장을 가졌다는 장점이 있지만, 이는 오래갈 수 없다”고 봤다. 앞으로의 중국 청년들이 오랜 노동시간을 받아들이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관찰실은 “결국 기초과학과 고등교육 투자가 관건”이라며 “이 분야에 투자를 아끼지 않아야 미국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봤다.

우리는 어떤가 

[사진 셔터스톡]

[사진 셔터스톡]

다시 CEBR 보고서로 돌아가 보자. 지난해 한국의 경제 규모 GDP 순위는 193개국 중 12위다. 2005년 10위에 오른 이후 14년째 10위권 밖이다. CEBR은 한국의 GDP 규모가 2027년에나 다시 10위로 올라설 것으로 예상했다. "미·중 무역 전쟁으로 인한 불확실성 등으로 수요 감소가 생겨 한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는 설명과 함께다.

응용과학에 비해 낮은 수준의 기초과학, 자원의 부족, 높은 노동시간…중국뿐 아니라 한국 경제 역시 당면한 문제다. 미·중 양국의 틈바구니에서 자강(自强)하지 않으면 한국 경제의 미래는 장담할 수 없다.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