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오피니언 디지털 세상읽기

디지털 레거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5면

추모 페이지

추모 페이지

세상을 떠난 이들의 SNS계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 페이스북은 세상을 떠난 사용자의 계정이 그들의 생일에 “아무개의 생일을 축하해주세요”라는 메시지를 가족과 친구에게 자동발송했다가 항의를 받았다. 페이스북은 이를 막기 위해 인공지능을 이용해 사용자가 세상을 떠났는지를 확인하겠다고 했고, 세상을 떠난 사용자의 계정에는 추모 페이지(사진)를 만들어 주위 사람이 메시지를 남길 수 있게 했다. 트위터도 오래 사용하지 않는 계정을 영구 삭제하는 대신 추모 계정을 만들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기업이 온전히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페이스북은 빠르면 2060년, 늦어도 2130년이면 살아있는 사용자보다 죽은 사용자가 더 많아진다고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남은 사람은 소셜미디어에서 망자의 흔적을 간직하려 하지만, 자신이 세상을 떠난 후에도 자신의 계정이 그대로 남아있기를 바라는 사람은 7%에 불과했다. 결국 본인이 살아있는 동안 결정하지 않으면 안 되는 문제다. 우리가 남길 디지털 레거시(legacy, 유산), 혹은 온라인 흔적을 어떻게 처리할지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가족에게 자기 계정의 비밀번호를 넘겨주지도, 계정을 지우지도 않고 떠나기 때문에 유족이 이를 처리하는 것은 유품 정리와는 또 다른 차원의 고생이라고 한다. 아직 온라인 유품정리사까지는 등장하지 않았지만, 죽음을 앞두고 자신의 온라인 흔적을 관리하도록 도와주는 서비스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유언장에 온라인 서비스의 계정과 비밀번호, 보관하고 있는 사진 등의 데이터 접근권도 명시하도록 권하는 분위기다.

박상현 (사)코드 미디어디렉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