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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울 때아닌 100㎜ 폭우…태풍같은 '폭탄 저기압' 탓이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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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부산 중구 대교로 주상복합 신축공사 현장에 강풍으로 철제 출입문과 상단 간판이 도로 방향으로 휘어져 있다. 이 사고로 대형 차량 유리창이 파손되고 부산대교 방향 3개 차로가 한때 전면통제됐다.[부산경찰청 제공=연합뉴스]

7일 오후 부산 중구 대교로 주상복합 신축공사 현장에 강풍으로 철제 출입문과 상단 간판이 도로 방향으로 휘어져 있다. 이 사고로 대형 차량 유리창이 파손되고 부산대교 방향 3개 차로가 한때 전면통제됐다.[부산경찰청 제공=연합뉴스]

지난 6~8일 전국에는 30~130㎜가량의 비가 내렸다. 한겨울인 1월에 내린 비로는 매우 많은 양이었다.

특히, 3일간 누적 강수량이 서울 59.7㎜, 광주 50.3㎜, 대전 69.7㎜ 등을 기록했고, 제주 한라산이나 강원도 진부령·미시령에서는 강수량이 100㎜가 넘었다.

7일 오전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장에 많은 비가 내리자 주민이 축제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7일 오전 강원 화천군 산천어축제장에 많은 비가 내리자 주민이 축제장을 바라보고 있다. [연합뉴스]

또, 7~8일 전국 곳곳에서는 초속 30m(시속 108㎞) 안팎의 강풍이 불어 가로수가 쓰러지고 간판이 떨어지는 등 피해도 발생했다.

이 같은 강풍·폭우와 관련해 기상청은 지난 7~8일 '폭탄 저기압(Bomb Low)'이 한반도 중부지방을 관통한 탓이라고 설명했다.
24시간 동안 중심 기압이 20hPa(헥토파스칼) 이상 급격히 하강하면서 저기압이 폭발적으로 발달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7일 오전 9시에는 기압이 1013hPa이었지만, 7일 오후 9시에는 1000hPa로 낮아졌고, 8일 오전 9시에는 991hPa로 떨어졌다. 24시간 동안 22hPa이 떨어진 것이다.

기상청 윤익상 예보분석관은 "폭탄 저기압은 보통은 3~4월 봄에 1년에 한 차례 정도 드물게 나타나는데, 1월에 나타난 것은 이례적인 현상"이라고 말했다.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폭탄 저기압의 통과 [자료 기상청]

폭탄 저기압의 통과 [자료 기상청]

폭탄 저기압의 한반도 통과 [자료: 일본 기상청]

폭탄 저기압의 한반도 통과 [자료: 일본 기상청]

폭탄 저기압은 찬 공기와 더운 공기가 충돌할 때 발생하는데, 찬 공기가 파고들면서 더운 공기를 위로 밀어 올리면서 상승기류가 발생하고 기압이 낮아지게 된다.
기압이 낮아지면 주변에서 공기가 밀려들어 오면서 강풍이 발생한다.

또, 저기압 내에서 상승한 공기는 높은 고도에서 응결되면서 비구름이 만들어져 많은 비나 눈을 내린다.

이번에 폭탄 저기압이 한반도를 관통하는 동안 남쪽으로부터 다량의 수증기가 유입돼 전국에 많은 비가 내렸다.
제주도와 강원도 산지에서는 따뜻한 바람이 산 사면을 따라 상승하면서 비구름이 발달, 더 많은 비가 내렸다.

더욱이 폭탄 저기압은 관통하는 과정에서 한반도를 뒤덮은 거대한 고기압을 파고들었다.
이로 인해 고기압 사이에 샌드위치처럼 끼어들면서 기압 경도가 가팔라졌고, 저기압으로 강한 바람이 불어 들었다.

8일 오전 6시 16분쯤 강원대학교 춘천캠퍼스 미래광장에 가로·세로 50㎝, 깊이 80㎝의 싱크홀(땅이 꺼져 생긴 구멍)이 생겨 학생 1명이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 관계자는 "많은 비로 인해 보도블럭 밑 하수구가 터져 물이 새면서 싱크홀이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하며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8일 오전 6시 16분쯤 강원대학교 춘천캠퍼스 미래광장에 가로·세로 50㎝, 깊이 80㎝의 싱크홀(땅이 꺼져 생긴 구멍)이 생겨 학생 1명이 빠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공사 관계자는 "많은 비로 인해 보도블럭 밑 하수구가 터져 물이 새면서 싱크홀이 발생한 것 같다"고 설명하며 사고 현장을 수습하고 있다. [뉴스1]

한편, 미국 등지에서는 폭탄 저기압을 '폭탄 사이클론(Bomb Cyclone)'이라고 부른다. 보통 북위 60도를 기준으로 24시간 이내에 기압이 24hPa 이상 떨어지는 경우를 폭탄 사이클론이라고 한다.

기압이 떨어지는 정도는 위도에 따라 차이가 있는데, 북위 60도에서 24시간 이내에 24hPa이 떨어지는 '폭탄 사이클론' 수준이라면 극지방에서는 24시간 이내에 28hPa 정도 떨어지는 것과 같고, 북위 20도에서는 12hPa 하강하는 것과 같다.

 지난해 11월 26일 폭설로 고속도로 차들이 갇혀 있다. 당시 폭설과 강풍은 폭탄 사이클론으로 인해 발생했다. [AP=연합뉴스]

지난해 11월 26일 폭설로 고속도로 차들이 갇혀 있다. 당시 폭설과 강풍은 폭탄 사이클론으로 인해 발생했다. [AP=연합뉴스]

지난 1993년 3월 12~13일 미국 동부 지역에서 발생한 폭탄 사이클론의 경우 24시간 이내에 996hPa에서 963hPa로 33hPa이나 뚝 떨어졌다.

지난해 11월 말 추수감사절 휴가를 맞은 미국에서는 폭탄 사이클론으로 인해 강풍과 폭우로 시민들이 큰 불편을 겪기도 했다.

지난해 3월 14일 폭탄 사이클론으로 폭설과 강풍이 몰아닥친 미국 콜로라도 지역의 모습. [AP=연합뉴스]

지난해 3월 14일 폭탄 사이클론으로 폭설과 강풍이 몰아닥친 미국 콜로라도 지역의 모습.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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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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