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택한 '성북을 호남표'에 곤혹 … "당 흔들릴 수도" 쇼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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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이 또 고개를 숙였다. 서울 성북을 등 4곳에서 치러진 7.26 재.보궐 선거에서 열린우리당은 한 석도 건지지 못한 채 민주당 조순형 후보의 승리를 바라만 봤다.

특히 성북을에서의 민주당 승리는 열린우리당의 고민을 깊게 한다. '성북의 호남표'가 민주당을 택해서다. 여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인 호남 민심의 향배는 향후 도래할 가능성이 큰 정계 개편에서 상당한 역할을 할 게 분명하기 때문이다.

열린우리당은 성북을 선거 결과에 대해 겉으론 '호남 민심의 이반'이라기보다 한나라당 견제심리가 작용한 것으로 해석했다.

이목희 전략기획위원장은 26일 "조순형 후보가 얻은 표는 17대 총선에서 우리를 지지했다 이탈한 표"라며 "한나라당이 1패를 하면 그만큼 우리에게도 가능성이 있다는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우상호 대변인도 개표 후 브리핑에서 "성북을의 선거 민심은 한나라당이 더 이상 오만과 독주를 하지 말아야 한다는 신호탄"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성북을의 승리로 향후 정국 주도권이 민주당으로 상당 부분 쏠릴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실제 정계 개편에 대한 군불 때기를 계속해온 민주당은 더욱 목소리를 높일 게 분명하다.

열린우리당의 한 관계자는 "연이은 선거 패배로 당 내부에 동력이 없는 심각한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며 "자칫 이런 현상이 지속될 경우 외부의 동력에 의해 당이 흔들릴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여당으로선 '탄핵 주역'이 국회에 재입성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조 후보의 당선이 탄핵에 대한 지지라는 것은 과도한 해석"(우상호 대변인)이라고 주장하지만 여당 내에서는 곤혹스러운 눈치가 역력하다. 따라서 당내에선 전면적인 쇄신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커질 전망이다. '당을 깨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여기에 '김근태 체제'도 조만간 당지지율 상승이란 가시적인 성과를 내지 못할 경우 지도력에 대한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이날 오후 개표가 시작될 때부터 여당은 낙담한 분위기가 역력했다. 김근태 의장을 비롯해 김한길 원내대표, 원혜영 사무총장, 우원식 수석 부총장 등이 서울 영등포 당사 1층에 마련된 개표 상황실에 모였다. 하지만 개표 초반 기대를 걸었던 부천 소사의 김만수 후보가 처음부터 한나라당 후보에게 크게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자 고개를 떨어뜨리고 당의장실로 자리를 옮겼다.

일부 당직자들은 "결과가 이미 정해져 있는데 TV로 지켜보면 마음만 더 아프지 않겠느냐"고 자조 섞인 얘기를 했다.

신용호.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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