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처럼 생각해라" 제자 성추행한 前서울대 교수 불구속기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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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7월 제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서울대학교 인문대 A 교수의 연구실에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쪽지가 붙어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7월 제자 성추행 혐의로 피소된 서울대학교 인문대 A 교수의 연구실에 교수의 파면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쪽지가 붙어있는 모습. [연합뉴스]

제자를 수차례 성추행한 혐의로 해임된 전 서울대 인문대 교수 A씨가 지난해 12월 30일 강제추행 혐의로 불구속기소됐다.

피해자 김실비아씨 유학중 돌아와 1인 시위

서울중앙지검 여성아동범죄조사부(부장 유현정)는 지난해 10월 수서경찰서가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사건을 두 달만에 재판에 넘겼다. 피해자인 서울대생 김실비아(30)씨가 처음 성추행을 당했다고 주장한 시점을 기준으로 5년만이다.

"아빠라 생각하라" 

김씨에 따르면 A교수는 김씨에게 "나를 아빠라고 생각하라""남자 친구를 사귈 때도 허락을 받아야 한다" 등의 말을 하며 성추행을 했다고 한다. A교수는 김씨의 주장에 대해 "사실관계와 일부 다른 측면이 있다"고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에 따르면 A교수의 성추행은 석사과정 2년차인 2015년부터 시작됐다. A교수는 해외 출장 중 김씨의 정수리를 쓰다듬고 이듬해 학회 참석 중에는 "허벅지에 있는 흉터를 보여달라"며 갑자기 치마를 들치고 허벅지를 만졌다고 한다.

성추행 피해자인 김실비아 씨가 서울대 인문대 A 교수에 대한 징계위 최종 판단을 앞둔 지난해 8월 2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A교수 파면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성추행 피해자인 김실비아 씨가 서울대 인문대 A 교수에 대한 징계위 최종 판단을 앞둔 지난해 8월 26일 오전 서울 관악구 서울대학교 행정관 앞에서 A교수 파면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씨는 결국 A교수를 떠나 미국에서 다시 박사과정을 시작했다. 그때에도 A교수는 김씨에게 이메일로 끈질기게 연락했고 김씨는 2018년 7월 서울대 인권센터에 피해사실을 알렸다.

당시 인권센터가 A교수에게 권고한 '정직 3개월' 솜방망이 처벌 권고는 김씨와 동료 학생들을 더욱 분개하게 했다.

A씨는 이후 지난해 2월 A교수의 성추행을 폭로하는 실명 대자보를 썼고 인문대 학생들은 'A교수 사건 대응을 위한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항의 시위를 이어갔다.

서울대는 결국 지난해 8월 교원징계위원회를 열어 A교수를 해임했다. A교수는 이에 불복해 교원소청심사위원회에 소청심사를 청구한 상태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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