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검찰 핵심요직 '빅4' 호남 싹쓸이···"역대 이런 독점은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9일 국회를 방문해 법제사법위원회 국무위원 대기실 앞에서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임명된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9일 국회를 방문해 법제사법위원회 국무위원 대기실 앞에서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사법연수원 23기) 검찰총장 사단의 '대학살'로 불리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검사장급 인사에서 '빅4'라 불리는 검찰의 핵심 요직이 모두 호남 출신인 것으로 나타났다. 노무현 정부 이후로 따져보니, 특정 지역 인사가 '빅4'를 독점한 전례는 없었다.

검찰 '빅4'는 왜 중요한가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9일 오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 '빅4'는 서울중앙지검장, 법무부 검찰국장, 대검찰청 반부패·강력부장(과거 반부패부장(중앙수사부장)·강력부장), 대검찰청 공공수사부장(과거 공안부장)을 가리킨다.

서울중앙지검장은 주요 관공서와 대기업 본사가 밀집한 서울 중심부를 관할하는 만큼 '검사장의 꽃'으로 불린다. 윤석열 검찰총장은 중앙지검장 시절 오른팔과 왼팔로 불리는 박찬호·한동훈 당시 2·3차장과 함께 '적폐 청산' 수사를 담당했다. 윤 총장이 검찰총장으로 임명된 지난해 7월 이후에는 배성범(23기) 중앙지검장이 조국 가족 비리 수사와 청와대 하명 수사 의혹 등을 핸들링해 왔다.

법무부 검찰국장은 법무부 장관을 보좌하면서 검찰 인사와 예산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자리로 검찰의 최고 엘리트로 꼽힌다. 보통 검찰국장을 거치면 다음 인사 때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자리를 옮기곤 했다. 이번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경희대 후배인 이성윤(23기) 법무부 검찰국장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전보됐다.

대검 반부패·강력부장은 과거 중수부장으로 더 알려진 자리로, 권력형 비리나 정·재계 인사가 연루된 대형사건을 주로 맡아 '특별수사 사령탑'으로 통한다. 인사 직전까지 한동훈(27기) 반부패·강력부장(부산고검 차장 전보)이 조국 가족 비리와 유재수 전 부산시 부시장의 감찰 무마 의혹 사건을 지휘했다.

대검 공공수사부장 역시 반부패·강력부와 함께 대검의 '투톱'으로 꼽히는 자리로 박찬호(26기) 공공사수부장(제주지검 검사장 전보)이 청와대 하명 수사와 울산시장 선거개입 사건을 지휘하던 부서다.

'윤석열 패싱' 인사 결과는 '빅4' 모두 호남

검찰청법 34조 1항은 검사 인사와 관련해 법무부 장관이 검찰총장의 의견을 듣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추 장관은 이번 고위급 인사에서 윤 총장의 의견 청취 절차를 무시했다. 윤 총장이 의견을 내기 위해 인사안을 보내달라고 했지만 법무부가 거절하면서 사실상 '패싱'한 것이다.

그 결과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이 중앙지검장으로, 노무현 정부 시절 청와대 특별감찰반장으로 파견돼 당시 민정수석이던 문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던 조남관(24기) 서울동부지검장이 법무부 검찰국장으로 전보됐다. 한동훈 부장의 반부패·강력부장 자리는 추 장관의 인사청문회 준비단 홍보팀장을 맡았던 심재철(27기) 서울남부지검 1차장검사 임명됐다. 공공수사부장은 박찬호 부장 대신 배용원(27기) 수원지검 1차장검사가 맡았다.

이들은 모두 호남 출신이다. 이 국장은 전북 무주, 조 지검장은 전북 전주가 고향이다. 심 차장은 전북 완주, 배 차장은 전남 순천 태생이다. '빅4' 중에서도 핵심 보직인 검찰 '빅2'가 된 이 국장과 조 검사장은 전주고 동문으로 이 국장이 2년 선배다.

이번 검찰 인사 실무를 진행한 것으로 알려진 이광철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최강욱 공직비서관도 역시 호남 출신이다. 이 비서관은 전남 함평, 최 비서관은 전북 남원 출신이다. 이들은 각각 울산 사건과 조국 가족 비리 관련 검찰 수사 대상이어서 인사검증 자격 논란이 일고 있다.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해 10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남·북·서부지검, 의정부·인천·수원·춘천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조남관 서울동부지검장이 지난해 10월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고등검찰청에서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서울고검 및 서울중앙지검, 서울동·남·북·서부지검, 의정부·인천·수원·춘천지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뉴스1]

특정 지역이 '빅4' 독점한 적 없었다

중앙일보가 9일 법무부의 2003년 이후 검찰 고위직 인사를 집계해본 결과, 특정 지역 출신 검사들이 '빅4'를 독점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박정희 정권 이후 대부분의 정권에서 정권의 기반이 되는 지역 출신으로 검찰총장을 앉혔다. 이 때문에 '빅4'는 지역 안배 차원에서 특정 지역 출신으로 전부를 채우지는 않았다.

지난 8일 인사 직전 배성범 중앙지검장(경남 창원), 이성윤 검찰국장(전북 무주), 한동훈 부장(서울), 박찬호 부장(전남 광양)의 출생 지역은 다양했다.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18기) 검찰총장의 2017년 7월 인사에서도 윤석열 당시 중앙지검장(서울), 김우현 반부패부장(전남 여수·22기), 권익환 공공수사부장(서울·22기) 등으로 특정 지역 독점 현상은 없었다.

이는 보수 정권 시절에도 마찬가지였다. 박근혜 정부 당시 2015년 12월 인사에서 '빅4'로 임명된 이영렬(18기) 중앙지검장은 서울, 박정식(20기) 반부패부장은 대구 출신이었고, 박민표(18기) 강력부장은 인천 출신이었다.

이명박 정부 당시 2015년 2월 인사에서도 박성재(17기) 중앙지검장은 경북 청도, 안태근(20기) 검찰국장은 서울, 윤갑근(19기) 반부패 부장 충북 청원, 변찬우(18기) 강력부장 경북 안동, 정점식(20기) 공안부장은 경남 고성 출신이었다. 이명박 정부 내내 영남 출신 '빅4' 비중이 가장 크긴 하지만, 독점했던 적은 없었다.

노무현 정부 때 비 검찰 출신으로 검찰개혁을 이끌었던 강금실 당시 법무부 장관도 다양한 지역의 인재를 기용했다. 2003년 3월 인사 당시 서영제 중앙지검장(충남 서천·6기), 홍석조 검찰국장(부산·8기), 안대희(경남 함안·7기) 중앙수사부장, 이기배 공안부장(전남 목포·7기) 등 '빅4'의 출신 지역은 모두 달랐다. 2004년 5월 인사 역시 이종백(7기) 중앙지검장이 울산, 임채진(9기) 검찰국장이 경남 남해, 박상길(9기) 중앙수사부장 서울, 강충식(9기) 공안부장이 전남 영암 출신이었다.

지청장 출신 한 변호사는 "검찰총장을 '패싱'한 인사에서 지역 균형마저 맞추지 않아 더 구설에 오를 것"이라며 "정치적 목적만을 보고 낸 인사"라고 혹평했다.

추미애 "지역·기수 안배했다…가장 형평성 있어"

추 장관은 9일 열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중요 사건 수사하던 분들이 전부 바뀌었다. 공교롭게 (그 자리가) 특히 친노ㆍ친호남 인사로 채워졌다”는 정갑윤 자유한국당 의원 질의에 “그렇지 않다. 지역 안배·기수 안배를 했다”고 말했다.

추 장관은 전날 검찰 간부급 인사에 대해 “가장 형평성 있고 균형 있는 인사라고 생각한다”고도 말했다.

강광우·이가영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