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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레 바를 옷걸이로? 살아보기 전에는 모르는 것들

중앙일보

입력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3)

미국의 블랙프라이데이를 일컬어 지상 최대의 쇼핑찬스라고 한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중국의 광군제(11월 11일), 유럽의 박싱데이(크리스마스 다음 날), 그리고 온라인 쇼핑을 대상으로 한 사이버먼데이(추수감사절 다음 주 월요일)까지 다양한 쇼핑 기회들이 있다.

지상 최대의 쇼핑찬스가 블랙프라이데이라면, 인생 최대의 쇼핑 찬스는 언제일까? 아마도 결혼하고 혼수를 구매할 때라고 생각한다. 신혼집이 넓고 좁음을 떠나, 둘만의 공간을 하나씩 채워간다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마치 하얀 도화지를 앞에 두고 그림을 그리려는 아이의 마음과 같다고 할까? 우리의 신혼집은 공간이 좁으니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될 수 있으면 있던 것을 활용하기로 했다. 꼭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서로의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내가 선택한 것은 TV와 건조기였다. 돌이켜보건대 다시 생각해도 혼수 중에 가장 잘 쓰고 있다.

인생 최대의 쇼핑 찬스는 결혼하고 혼수를 구매할 때다. 신혼집이 넓고 좁음을 떠나, 둘만의 공간을 하나씩 채워간다는 즐거움이 있다. [사진 pixabay]

인생 최대의 쇼핑 찬스는 결혼하고 혼수를 구매할 때다. 신혼집이 넓고 좁음을 떠나, 둘만의 공간을 하나씩 채워간다는 즐거움이 있다. [사진 pixabay]

우선 TV에 관해 이야기해보자면, 처음에는 신혼집에 TV를 두지 않기로 했었다. TV가 없는 자리는 음악과 책이 채울 것으로 생각했다. 서로의 음악 취향을 확인하고, 책을 돌려 읽으며 의견을 나누는 로맨스 영화 속 신혼집처럼 될 것 같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걱정도 많았다. 월드컵 중계는 어떻게 보지? 넷플릭스는 계속 휴대전화로 봐야 하나? 결정적으로 TV가 없는 적막함을 감당하기 어려울 것 같았다.

그럼 어떤 TV를 사야 할까? 가전을 사야 할 때 늘 처음 찾는 곳이 ‘다*와’라는 사이트다. 2000년대 초반 디지털카메라 가격비교 사이트로 만들어진 곳인데, 이제는 그 규모가 커져 모든 가전제품을 대상으로 하고 있다.

예를 들어 TV 카테고리에 들어가면 현재 온라인 커머스에서 판매하고 있는 모든 TV의 정보를 얻을 수 있다. 가장 상단에 노출되는 광고 상품 등은 거른다. 그리고 현재 판매되고 있는 TV 중 인기상품 순으로 정렬해서 한번 보고, 다음으로 가장 많은 온라인 커머스에서 다루고 있는 상품 순으로 정렬하여 본다. 정렬된 상품들을 보고 나면 어느 정도 브랜드와 제품 스펙 등을 결정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한 기준은 '크기〉가성비〉최신기술' 순이었다. 언제 다시 TV를 살 수 있을지 모르는 만큼 이왕이면 가장 큰 TV를 사고 싶었다. 그렇다고 천만 원이 넘는 최신의 제품까지는 능력이 안 되니, 나온 지 1~2년 되는 상품 위주로 검색했다.

당시 75인치 TV가 신제품으로 인기가 있어서 65인치 TV는 꽤 할인하고 있었다. '다*와'의 리뷰들을 찾아보면서 선택한 브랜드와 TV 사이즈를 결정한 뒤, 어디서 구매할지를 결정했다. TV는 해외 직구로 구매하는 것이 국내에서 사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기 때문에 국내 오픈마켓에서 운영하는 해외구매 서비스인 '*9'라는 곳에서 구매했다. 국내 배송 업체를 통해 설치까지 가능했다.

현재 판매되는 TV 중 인기상품 순으로 정렬해서 한번 보고, 다음으로 가장 많은 온라인 커머스에서 다루고 있는 상품 순으로 정렬하여 본다. 내가 선택한 기준은 '크기〉가성비〉최신기술' 순이었다. [사진 unsplash]

현재 판매되는 TV 중 인기상품 순으로 정렬해서 한번 보고, 다음으로 가장 많은 온라인 커머스에서 다루고 있는 상품 순으로 정렬하여 본다. 내가 선택한 기준은 '크기〉가성비〉최신기술' 순이었다. [사진 unsplash]

건조기를 사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동료였던 가전 MD의 추천 때문이었다. 그 친구의 말에 따르면 삶은 건조기가 있기 전과 후로 나뉜다는 것이었다. 결혼하고 몇 년 정도 뒤에 건조기를 구매하게 되었는데 너무 편해서 빨리 구매하지 않은 걸 후회했다고 한다. 그 말을 듣는데 마치 인류의 발전에 세탁기가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기사를 보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구매를 결정했다.

건조기의 경우는 세탁기와 같은 브랜드를 사 직렬연결을 하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고 해서, 국내 유명 브랜드에서 세탁기와 같이 구매하기로 했다. 세탁기와 건조기 세트를 구매할 수 있는 곳은 크게 4개 정도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해당 전자제품 브랜드의 로드숍, ‘하*마트’ 같은 전자제품 전문숍, 백화점 가전매장, 그리고 온라인 커머스 등이다. 확실한 것은 온라인 커머스의 가격경쟁력은 오프라인에서는 당해낼 수 없다. 대신 자기에게 맞는 상품을 알아서 찾고, 가격을 비교해보며 선택을 해야 하는 스트레스가 있을 수 있다.

오프라인 구매의 경우 프로모션의 활용 등을 통해 온라인만큼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 저렴하게 구매할 수 있다. 그리고 오프라인 구매의 장점은 아무래도 직접 판매사원의 설명을 듣고 추천제품을 살 수 있기 때문에 안심이 된다는 점이다. 결론적으로 위의 4곳 중 어디에 가도 후회할 필요가 없다.

건조기를 직렬 설치하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 삼성전자]

건조기를 직렬 설치하면 공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 [사진 삼성전자]

좁은 신혼집일지라도 필수품만 넣으면 너무 삭막할 것 같아서 각자의 기호품 1개씩만 가져오기로 했다. 절대 포기하지 못할 것들만 가져오기로 했는데 아내는 발레 바(발레연습을 위한 기구)였고 나는 책상이었다.

모던하게 꾸민 신혼집 책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책을 읽는 모습을 꿈꾸던 것이 무색하게도 책상은 지금 처치 곤란의 애물단지이고, 발레 바는 옷걸이로 아주 잘 쓰고 있다. 역시 살아보기 전에는 모른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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