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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로파 생명 탐사 전초전…NASA, 남극 빙저호서 탐사 로봇 실험 성공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유로파의 다양한 모습들. [EPA/NASA=연합뉴스]

유로파의 다양한 모습들. [EPA/NASA=연합뉴스]

태양계에서 가장 큰 행성인 목성은 큰 몸집 만큼이나 많은 위성을 거느리고 있다. 그래서 목성과 그 위성들은 ‘미니 태양계’라고 불리기도 한다. 그 중 가장 주목받는 위성이 있다. 태양계에서 지구 외에 생명체가 살고 있을 가능성이 가장 큰 곳 중 하나라는 이유에서다. 바로 ‘유로파’다.

'물 증거' 발견된 유로파…생명체도 존재할까

유로파는 단단한 얼음 껍데기가 표면을 둘러싸고있는 ‘얼음 왕국’이다. 이 얼음 껍질 밑에는 거대한 바다가 숨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바닷물의 양은 지구의 2배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도 나왔다. 실제로 유로파 표면에서 수증기가 뿜어져 나오는 현상이 관찰돼 물이 있다는 증거가 드러나기도 했다.

이에 따라 유로파의 얼음 껍질 밑에 생명체가 존재할 수 있다는 기대도 덩달아 커졌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 제트추진연구소(JPL)는 유로파를 탐색하기 위해 다양한 탐사 연구를 하고 있는데, 그 중 생명체를 확인하기 위한 것이 바로 수중 로버(이동 탐사 로봇) ‘브루이’(BRUIE)다.

유로파 생명체 탐사 위한 로봇 '브루이' 실험 성공 

수중 탐사 로봇 '브루이'의 모습 [EPA/NASA=연합뉴스]

수중 탐사 로봇 '브루이'의 모습 [EPA/NASA=연합뉴스]

2014년 개발된 브루이의 특이점은, 부력을 사용한다는 점이다. 길이 약 1m의 막대기 형태에 양쪽에 바퀴가 달려있는 브루이는 물에 뜰 정도로 가볍게 제작됐다. 남극에 있는 빙저호의 경우, 바퀴를 이용해 빙붕 아래 붙어서 이동한다. 브루이의 몸통에는 사진 촬영을 위한 수중 카메라들과 염분ㆍ압력ㆍ온도ㆍ산소 등 생명의 징후와 관련된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장비가 탑재돼 있다.

NASA는 지난해 11월부터 남극에 위치한 케이시 연구소에서 브루이의 성능 실험을 진행했다. 유로파로 가기 위한 예행 연습인 셈이다. 남극의 빙저호는 두꺼운 얼음층 밑에 바다가 있는 유로파와 비슷하다는 점에서 연습 장소로 선택됐다. 뉴욕타임스(NYT)는 이 실험이 최근 일부 마무리됐다고 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NYT에 따르면, 브루이는 42시간 30분 동안 물 속에서 데이터를 수집했다. 브루이에 탑재된 카메라에는 얼음 위에 매달려 있는 해조류의 모습과 물고기가 헤엄쳐와 해조류를 갉아먹는 모습 등이 담겼다.

브루이가 물 속에 있는 모습 [EPA/NASA=연합뉴스]

브루이가 물 속에 있는 모습 [EPA/NASA=연합뉴스]

프로젝트 책임자인 케빈 핸드는 NYT에 "유로파의 바다에 부력 탐사선이나 잠수정 같은 이동 수단을 보내는게 장기 비전"이라고 설명했다.

2025년 클리퍼 발사 이후에나 가능 

그렇다고 해서 브루이가 조만간 유로파로 갈 수 있는건 아니다. 유로파 표면에 대한 탐사가 선행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 준비하고 있는게 유로파 ‘클리퍼’다. 2025년 발사될 예정인 클리퍼는 빠르면 3~4년, 오래 걸리면 7~8년에 걸려 유로파에 도달하게 된다. 표면에 착륙하지 않고 유로파를 지나가면서 관측하게 임무다. 수증기 이미지를 확보하고 질량분석기를 통해 대기 중에서 발견되는 분자 샘플을 분석하는 등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전인수 NASA 우주환경그룹장은 “브루이가 실제로 유로파에 가는 것은 클리퍼가 다녀오고 나서인 십수년 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이어 “클리퍼가 생명체를 관측하진 못한다”면서 “생명체가 살만한 환경이나 조건이 되는지 등을 관측하는게 주요 임무”라고 설명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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