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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나래 3수 끝에 연예대상 “키 148㎝ 낮은 자세로 임할게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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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콩트와 토크 다되는 멀티 개그우먼, 박나래가 29일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고 울면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MBC]

콩트와 토크 다되는 멀티 개그우먼, 박나래가 29일 ‘MBC 방송연예대상’에서 대상을 받고 울면서 수상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MBC]

“올해는 박나래가 받았으면 좋겠다.”(유재석)

MBC 방송연예대상 세대교체 #‘나 혼자 산다’‘구해줘! 홈즈’ 활약

29일 ‘MBC 방송연예대상’을 지켜보던 사람들은 한마음 한뜻으로 박나래(34)의 대상을 기원했다. 2017년 ‘나 혼자 산다’로 처음 대상 후보에 오른 이후 3년 연속 ‘유력 후보’로 점쳐져 온 그가 트로피를 거머쥘 수 있기를 바란 것이다. 김구라는 “대상이란 게 받을 사람이 받아야 하고, 주면서 표도 나야 하고, 받아야 할 때도 있다”며 “올해 이 세 가지 조건에 부합하는 것은 박나래와 유산슬뿐”이라고 아예 못을 박았다.

이 같은 분위기에 시종일관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던 박나래는 본인의 이름이 호명되자 주저앉아 눈물을 흘렸다. 3수 끝에 수상에 성공한 그는 “솔직히 이 상은 제 상이 아니라 생각했지만 너무 받고 싶었다. 나도 사람이니까”라고 소감을 밝혔다. 연예계 대표 단신인 그는 “키가 148cm라 항상 바닥에서 위를 우러러보는 게 행복하다”며 “어차피 키가 작아서 높이도 못 가지만 항상 낮은 자세로 임하겠다”고 덧붙였다.

2006년 KBS 공채 개그맨으로 데뷔해 올해로 14년 차가 된 박나래의 수상은 본격적인 세대교체를 알리는 신호탄이기도 하다. 지난해 데뷔 27년 만에 MBC와 KBS에서 여성 최초 2관왕에 오른 이영자나 SBS 수상자인 이승기를 제외하면 지난 10여년간 방송 3사 연예대상은 40~50대 중년 남성의 전유물이었기 때문이다. KBS2 ‘해피투게더’의 신동엽(2002년)이나 유재석(2005), SBS ‘스타킹’의 강호동(2008)이 처음 대상을 받을 때만 해도 모두 30대였지만 이들의 3강 체제가 공고하게 유지되면서 젊은 피가 수혈되기 어려운 구조였다.

하지만 박나래는 선배 개그우먼들과 달리 정면 승부를 펼치며 이를 돌파해 나갔다. KBS2 ‘개그콘서트’와 tvN ‘코미디빅리그’에서 다져진 콩트와 분장 실력을 버라이어티에서도 십분 활용했다. ‘나 혼자 산다’에서도 집 안에 설치된 ‘나래 바’로 사람들을 초대해 일상을 낱낱이 공개하는 동시에 조지나·나래 바르뎀·나래코기 같은 새로운 캐릭터를 꾸준히 탄생시켰다. 전현무·한혜진 등 기존 멤버들의 빈자리를 채우는 진행자 역할을 수행하면서도 플레이어로서 본분을 잊지 않은 것이다. 올 3월 론칭한 ‘구해줘! 홈즈’에서도 이런 적극성이 돋보였다.

KBS 공채 개그맨 선후배 사이로 오랜 무명 시절을 함께 견딘 안영미(우수상)와 장도연(베스트 엔터테이너)도 박나래의 수상을 자기 일처럼 기뻐했다. 수위 높은 발언과 개그로 ‘비방용’ 취급을 받던 이들은 시대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2017년 시작한 팟캐스트 ‘안영미의 귀르가즘’으로 “올바른 성문화 정착에 앞장서겠다”고 나선 안영미는 2007년 론칭 이래 금녀의 구역으로 여겨진 ‘라디오스타’의 첫 여성 MC 자리를 꿰차며 활약했다. 유혹의 기술을 설파해온 박나래는 지난 10월 넷플릭스 오리지널 ‘박나래의 농염주의보’로 스탠드업 코미디 열풍을 불러오기도 했다. 2019년은 “25년 만에 처음 MBC 시상식에 왔다”는 김숙(최우수상)과  ‘전지적 참견 시점’으로 2년 연속 최우수상을 받은 송은이 등 여성 예능인의 활약이 두드러진 한해였다.

이같은 여풍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박나래는 올해만 반짝한 게 아니라 지난 3년간 꾸준히 활약해 왔다. 위기에 처한 ‘나 혼자 산다’를 끌고 가는 동시에 넷플릭스 등 새로운 플랫폼에 대한 도전을 병행하며 성장 서사를 보여줬다”며 “여성 예능인층이 두터워진 것도 프로그램 다양화를 이끄는 데 일조했다”고 분석했다. 앞서 SBS는 9년째 ‘런닝맨’을 이끌어온 유재석, KBS는 6년째 방영 중인 ‘슈퍼맨이 돌아왔다’의 아빠들(샘 해밍턴·박주호·문희준·홍경민·도경완)에게 대상을 안겨 ‘안일한 선택’이라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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