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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가곡의 자존심이자 전설적 테너 페터 슈라이어 별세

중앙일보

입력

2011년 라이프치히에서 멘델스존 상을 받은 후 연설하고 있는 테너 페터 슈라이어. [사진 연합뉴스]

2011년 라이프치히에서 멘델스존 상을 받은 후 연설하고 있는 테너 페터 슈라이어. [사진 연합뉴스]

독일의 대표적 테너 페터 슈라이어가 25일(현지시간) 독일에서 별세했다. 84세.
슈라이어의 큰 특징은 청명하고 부드러운 목소리와 분석력이었다. 바리톤 디트리히 피셔-디스카우(94), 테너 프리츠 분덜리히(1930~66)로 이어진 독일 예술가곡의 계보를 미성으로 받아 이었다. 특히 ‘겨울나그네’ ‘백조의 노래’ 등 슈베르트 연가곡을 테너의 음성으로 노래하면서도 문학적 텍스트와 음악적 맥락을 정확히 표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때문에 그는 독일 예술가곡의 가수 중에서도  피셔-디스카우와 함께 지적인 해석가로 분류되곤 했다.

옛 동독 출신의 드문 테너였던 슈라이어는 마이센 인근에서 태어나 드레스덴 십자가 합창단에서 보이 소프라노로 노래를 시작했다. 드레스덴 베버 음악원에서 성악과 지휘를 배웠고 드레스덴ㆍ베를린 국립 가극장에서 활동했다.

주로 독일 오페라에 집중하며 활동해 독일 음악의 자존심을 세웠다. 모차르트 ‘마술피리’ ‘돈 조반니’, 베버 ‘마탄의 사수’, 바그너 ‘트리스탄과 이졸데’ ‘뉘른베르크의 명가수’ 같은 작품을 칼 뵘, 볼프강 자발리쉬,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등과 녹음해 독일 오페라의 위상을 높였다. 1963년엔 베를린에서 궁정가수 칭호를 받았다. 또 67년 잘츠부르크 페스티벌에서 직전 해에 세상을 떠난 프리츠 분덜리히의 대타로 무대에 서면서 세계적 관심을 받았다.

70년에 들어서 그의 관심은 오페라에서 종교 음악, 가곡으로 옮겨왔다. 바흐의 수난곡과 슈베르트ㆍ슈만의 가곡에서 미성과 분석력을 동시에 선보이며 완벽한 노래를 추구했다. 지휘자로도 활동해 뉴욕 필하모닉, 빈 필하모닉과도 무대에 출연했다. 이후 북미부터 유럽까지 아우르는 세계 무대에 섰으며 바흐의 17세기 종교 음악부터 20세기 스트라빈스키의 오페라까지 아우르는 레퍼토리를 보유했다.

무대에서 은퇴한 것은 2005년. 70세가 되던 이 해에 체코 프라하의 바흐 ‘크리스마스 오라토리오’ 무대 이후 은퇴를 선언하고 드레스덴 인근에서 아내와 함께 여생을 보냈다. 한국에서는 1993년, 2003년, 2005년 공연했으며 슈베르트의 가곡 등을 선보였다. dpa통신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그는 심장질환과 당뇨 등의 지병이 있었다.

김호정 기자 wiseh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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