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실에서 아이 낳은 뒤 유기해 숨지게 한 20대 미혼모 선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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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생아를 골목길에 버려 숨지게 한 20대 미혼모에게 법원이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인천지법 형사14부(임정택 부장판사)는 24일 아동학대치사 혐의로 불구속기소 된 A(25)씨에게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이 양육하고 보호할 의무가 있는 분만 직후의 영아인 피해자를 유기해 숨지게 해 죄질이 무겁다”면서도 “피고인이 범행 중에도 보육 시설을 검색하고 실제로 보육 시설에 찾아간 점 등을 보면 계획적으로 유기한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고 판시했다.

이어 “피고인은 생부로 생각되는 이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으나 아무런 도움을 받지 못했다. 미혼인 피고인이 출산 후 정신적 충격으로 이성적인 판단을 하지 못해 범행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A씨는 지난해 8월 평소 알고 지내던 남자 B씨와의 사이에서 아이가 생겼다. A씨는 B씨에게 “임신했다”고 알렸으나 남자는 “내 아이가 아니다”라고 부정했다.

A씨는 출산이 임박하자 외할머니 집을 찾았고 화장실에서 혼자 남자아이를 출산했다. 이때 밖에서 돌아온 외할머니는 놀라며 “빨리 누구한테라도 이야기하라”고 다그쳤고 A씨는 떠밀리듯 밖으로 나와 한 주택가 화단에 아들을 두고 떠났다.

A씨는 6시간 뒤 아이를 다시 찾아 동네 근처 보육 시설에 데려갔으나 문이 닫혀 있어 아이를 맡기지 못했다. 아이를 안고 거리를 배회하던 A씨는 다시 골목길에 아이를 두고 사라졌다.

다음날 한 행인이 아이를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은 폐쇄회로(CC)TV를 확보해 닷새 만에 A씨를 붙잡았다.

밖에 버려졌던 아이는 저체온증 등으로 숨졌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너무 무섭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아기를 버렸다”고 진술했다.

홍수민 기자 su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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