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천안~논산 통행료 반값 인하…국토부, 도공에 부담 떠넘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3면

천안논산고속도로

천안논산고속도로

민간 자본으로 건설한 도로(민자 도로)인 천안~논산 고속도로의 통행료가 23일부터 절반가량으로 낮춰진다. 승용차 기준으로 전 구간을 달렸을 때 기존에는 9400원이었지만 이제는 4900원만 내면 된다.

승용차기준 전구간 9400→4900원 #민자사업자 2032년까지 손실 1.5조 #이미 28조 빚진 도공이 메워줘야 #12년뒤 직접 운영해도 수익 못내

국토교통부는 22일 ‘천안~논산 고속도로 통행료 인하계획’을 발표했다. 통행료 인하율은 승용차는 최대 47.9%, 대형 화물차는 50.7%다. 충남 천안과 논산을 잇는 82㎞ 길이의 천안~논산 고속도로는 2002년 말 개통했다. 인천공항 고속도로에 이은 국내 두 번째 민자 도로이고 총 사업비는 1조5000억원이다. 통행료는 한국도로공사(도공)가 운영하는 재정고속도로(정부 재정이 투입된 고속도로)에 비해 2.1배가량 비쌌다.

민자 사업자의 운영권이 종료되는 2032년까지 통행료 손실분은 도공이 먼저 메워주기로 했다. 이후 도공이 직접 운영하면서 투자비를 회수한다. 앞으로 12년 간 도공이 투입해야 할 돈은 약 1조5000억원으로 추산된다.

천안~논산고속도로 통행료

천안~논산고속도로 통행료

문제는 도공이 선투자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선 또다시 빚을 얻어야 한다는 점이다. 도공은 이미 부채가 28조원(지난해 말 기준)으로 비금융 공기업 가운데 한국토지주택공사·한국전력공사 등에 이어 네 번째로 많다. 매년 물어야 하는 이자만 1조원가량 된다. 연간 4조원 정도의 통행료 수입으로는 이자와 도로 유지보수·건설비용을 충당하지 못해 부채가 계속 늘고 있다. 2017년 추석 연휴부터 시행된 명절 통행료 면제 정책으로 한해 1000억원의 추가손실도 안고 있다. 이에 대한 정부 보조는 없다.

도공은 최근 요금 수납원을 자회사 정규직과 본사 직고용으로 전환하면서 연간 인건비 부담이 600억원 늘게 됐다. 도공 관계자는 “천안~논산 고속도로에 매년 1000억원 이상을 투입하려면 추가 차입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2032년 이후 도공이 천안~논산 고속도로를 직접 운영해도 회수할 수 있는 투자비는 원금과 이자만으로 제한돼 있다. 막대한 돈을 선투자하고도 수익률이 제로(0)인 셈이다. 국토부가 도공에 부담을 모두 떠안긴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김시곤 대한교통학회장(서울과학기술대 교수)은 “민자 유치가 어려울 정도로 사업성이 적기 때문에 이를 공기업인 도공에 떠맡긴 것으로 볼 수 있다”며 “이런 식으로 공기업이 부실화되면 그 부담은 결국 국민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대체도로가 명확하게 있는 민자 도로까지 모두 재정고속도로 수준으로 통행료를 낮추는 건 민자 사업 취지에도 맞지 않는다”며 “자칫 포퓰리즘 정책으로 비칠 소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