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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꾸준하게 협상할 것...북한 협상팀 자주 바뀌는 건 힘들어”

중앙일보

입력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비공개 강연을 마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뉴스1]

17일 오후 서울 서대문구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비공개 강연을 마친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뉴스1]

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일 연세대학교 특별 강연에서 북·미 비핵화 협상 관련해 고충을 털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연세대 특강 후일담

비건 대표는 당시 김기정 정치외교학과 교수의 ‘외교정책론’ 수업에 참석해 20여명의 학생 앞에서 비공개 특강을 했다. 이번 특강은 비건 대표가 지난 8월 방한 때 김 교수에게 먼저 부탁해 마련된 자리. 비건 대표는 “한국 청년들이 한반도 안정과 평화의 꿈을 포기하지 말아달라”는 내용의 강연을 했다고 김 교수는 19일 전했다.

강연 후엔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는데, 방한 기간 북·미 접촉이 무산된 만큼 관련 질문도 나왔다고 한다. 비건 대표는 “그간 협상에서 미국과 북한이 이루고자 했던 데 차이가 있었던 것 같다”면서도 “미국은 비핵화 협상을 '꾸준히(steady)' 안정적으로 다뤄갈 것”이라고 답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북한이 ‘연말 시한’을 주장하고 있지만, 여기에 구애받지 않고 내년에도 계속 협상해 나가겠다는 미국의 입장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국무부 이인자인 부장관에 임명돼 북한 문제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지만, 비건 대표는 정부 당국자를 만날 때마다 “포기하지 않겠다”(we will not give up)고 말했다고 한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가 17일 오후 연세대학교에서 비공개 강연을 마친 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함께 학교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가 17일 오후 연세대학교에서 비공개 강연을 마친 뒤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 평화교섭본부장과 함께 학교 건물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다만 비건 대표는 학생들과 문답 과정에서 “북한 협상팀이 자꾸 바뀌어서 곤란한 경험이 있다”고 말했다고 김 교수는 전했다. 2월 말 하노이에선 김혁철 외무성 전 대미특별대표, 10월 초 스톡홀름에선 김명길 외무성 순회대사와 실무협상을 가졌지만 ‘권한 없는’ 이들과의 협상 결과가 신통치 않았음을 토로한 셈이다.

하노이에선 북·미 정상회담이 끝내 결렬됐고, 스톡홀름 이후엔 양국 실무협상이 재개되지 못하고 있다. 비건 대표는 이런 경험 탓에 지난달 미 의회 상원의 부장관 지명 인사청문회에선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협상장에 직접 나와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촉구했을 정도다.

최선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최선희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외무성 제1부상. [연합뉴스]

현재 일본에 머무는 비건 대표는 19일 오후 중국 베이징으로 간다. 비건 대표의 중국 방문은 원래 예정돼 있었다고 한다. 미 국무부는 18일 비건 대표의 19~20일 중국 방문 일정을 발표했다. 비건 대표가 방중 기간 베이징에서 또는 평양으로 이동해 최선희 제1부상을 만나는 것 아니냐는 설이 나돌고 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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