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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연구원, “북, 크리스마스 도발 안할 것”…연내 북·미 대화 불씨 남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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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포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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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븐 비건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최근 방한 기간 북·미 접촉이 불발됐지만, 연말 전후로 양국 간 대화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이 18일 서울 코리아나호텔에서 가진 통일부 출입기자단 초청 간담회에서다.

통일연구원 한반도 정세 전망 간담회

홍민 북한연구실장은 북한이 연내 미국의 대화 제의에 응할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북한이 비건 대표의 회동 제안에 답이 없다고 해서 대화를 거부한 것으로 아직 단정하기 이르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이 비핵화 협상 관련 셈법 변화를 미국이 구체적으로 제시하길 원하는 상황에서 곧바로 비건 대표의 회동 제안에 호응하는 것은 북한 스타일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홍 실장은 비건 대표가 16일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오찬 간담회에서 “타당성 있는 단계와 유연한 조치를 통해 균형 잡힌 합의에 이를 준비가 되었다”고 언급한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비건 대표가 지난 9월 20일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담화에서 언급한 '실현 가능한 조치(feasible step)'란 표현을 똑같이 언급했다면서다. 당시 김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을 경질하고 “볼턴의 리비아 모델 언급은 큰 잘못이었다. 어쩌면 새로운 방법이 매우 좋을지도 모른다”고 말한 데 대해 기대감을 나타내며 ‘실현 가능한 조치’를 말했었다. 홍 실장은 “비건 대표가 북측이 썼던 표현을 동원하며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재촉한 것”이라며 “북측은 비건 대표의 메시지를 분석하고, 미국의 반응을 추가로 살핀 뒤 연내 대화에 나설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방한 일정을 마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연합뉴스]

방한 일정을 마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특별대표가 17일 서울 김포국제공항을 통해 일본으로 출국하고 있다.[연합뉴스]

김갑식 통일정책연구실장은 북한이 크리스마스 전후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 도발에 나설 가능성은 작다고 예상했다. 김 실장은 “중·단거리 미사일 등 이제까지의 도발과 차원이 다른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의 큰 도발을 감행하려면, 북한에선 정책적 전환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며 “이달 하순 예고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전원회의에서 ‘핵능력 고도화’ 방침을 천명하거나,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신년사에서 관련 언급을 한 후 도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실제 도발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탄생일(광명성절)인 내년 2월 16일 또는 상반기 한·미 연합훈련을 빌미 삼아 단행될 수 있다고 봤다.

2012년 12월 광명성-3호 발사를 기념하는 북한 우표

2012년 12월 광명성-3호 발사를 기념하는 북한 우표

통일연구원은 북한이 연말 전후로 미국과 끝내 타협점을 찾지 못해 ‘새로운 길’로 나아간다면 인공위성 발사가 가장 유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 실장은 “인공위성 발사는 레드라인(김 위원장이 중단을 선언한 핵실험과 ICBM 발사)을 완전히 넘어섰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중·러가 유엔 안보리의 대북제재 채택에 소극적일 수 있다”며 “결국 북한에 미치는 제재의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도발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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