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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한 해' 임성재 “도쿄올림픽 나가 메달 따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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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2019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임성재. 17일 열린 KPGA 시상식에서 해외특별상을 받았다. [사진 KPGA]

2019년을 자신의 해로 만든 임성재. 17일 열린 KPGA 시상식에서 해외특별상을 받았다. [사진 KPGA]

2019년 한국 남자 골프는 임성재(21)를 빼고는 얘기할 수 없다. 아시아 첫 미국 프로골프(PGA) 투어 신인상 수상, 국내 남자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 제네시스 챔피언십 우승, 그리고 최근 끝난 프레지던츠컵 선전 등 굵직굵직한 성과는 그의 미래를 더욱 기대하게 했다. PGA 투어도 17일 그를 타이거 우즈(미국), 로리 매킬로이(북아일랜드) 등과 함께 2020년에 주목해야 할 선수 30명 중 한 명으로 꼽았다.

프레지던츠컵 선전 후 금의환향 #KPGA시상식서 해외특별상 수상 #어니 엘스한테 고맙다 인사 받아 #“내년 메이저 대회 집중 준비할 것”

임성재를 17일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이 열린 서울 한남동 그랜드 하얏트에서 만났다. 그는 이날 해외특별상을 받았다. 전날(16일) 저녁 호주에서 귀국한 그였지만 피곤한 기색은 없었다. 축하 인사를 하는 참석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느라 정신이 없었다. 그는 “내가 생각해도 신기하다. 어떤 때는 ‘내가 친 샷이 맞나’ 싶을 만큼 잘됐던 한 해였다. PGA 신인으로서 할 수 있는 건 다 했다. 95점 이상 줄 수 있는 시즌”이라며 웃었다.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 팀 멤버로 나선 임성재. [사진 KPGA]

프레지던츠컵 인터내셔널 팀 멤버로 나선 임성재. [사진 KPGA]

임성재는 아직 달콤한 꿈에서 깨지 않은 듯했다. 이틀 전 호주 멜버른에서 끝난 프레지던츠컵에 인터내셔널 팀 멤버로 첫 출전 했다. 그리고 3승1무1패로 에이브러햄 앤서(멕시코)와 함께 팀에서 가장 좋은 성적을 거뒀다. 대회 첫날 첫 홀부터 칩인 이글로 강한 인상을 남겼고, 최종일 싱글 매치플레이에선 올해 US오픈 우승자 게리 우들랜드를 네 홀 차로 눌렀다. 미국 골프채널은 임성재에게 인터내셔널 팀에서 최고 평점인 A를 줬다.

임성재는 “대회 전 ‘2승 이상만 하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나뿐 아니라 모든 팀원이 미국 팀을 이기겠다는 의지가 강했다. 그래서 더 잘하고 싶었다. 첫날 첫 홀 이글로 기선을 제압하는 느낌이었다. 내가 스타트를 잘 끊으면서 뒤따르던 선수들도 잘 따라왔고, 기운이 우리 팀 쪽으로 왔다”고 말했다. 인터내셔널 팀은 최종일 역전당해 미국 팀에 14-16으로 졌다. 그래도 어니 엘스(남아공) 인터내셔널 팀 단장은 임성재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2019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에서 해외 특별상을 수상한 임성재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KPGA]

2019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에서 해외 특별상을 수상한 임성재가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 KPGA]

임성재는 “어니 캡틴이 대회 전부터 많이 챙겨줬다. 나한테 ‘볼 스트라이킹이 정말 좋다. 하지만 퍼트가 부족한 것 같다’며 잘 칠 때의 느낌이 어떤 건지 알려줬다. 끝난 뒤에는 내게 따로 와서 ‘정말 잘 해줘서 고맙다’고 얘기했다”고 전했다. 또 임성재는 상대 팀 단장 겸 선수 타이거 우즈와의 일화도 털어놨다. 그는 "우즈와 대회 기간에 악수를 3번 정도 했다. 손을 강하게 잡더라. 대화를 했던 시간은 짧았지만, 마지막에 악수할 떈 이번주 잘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고 말했다. “골프를 이렇게 재미있게 친 건 처음이다. 갤러리들이 우리 편이다 보니 그간 느끼지 못했던 희열도 느꼈다. 새로운 경험이었다”고 한 임성재의 목소리에선 여전히 들뜬 느낌이 묻어났다.

골프 하는 것 자체가 임성재에게는 즐거운 일이다. 그는 올해 PGA 투어 33개 대회나 나갔다. 투어 선수 중 최다 출전 기록이다. 많은 대회를 소화하는 게 힘들지 않았을까. 그는 “힘들었다기보다 재미있었다. 프레지던츠컵 역시 이 팀과 함께한 것 자체가 기뻤다”며 “내년에도 첫 대회인 소니오픈부터 곧바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아직 임성재는 PGA 우승이 없다. 그래도 꿈은 크게 꾼다. 마스터스, US오픈 등 메이저 대회를 향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세계 최고 선수들이 겨루는 무대에서 존재를 각인시키고 싶다는 뜻이다. 그는 “메이저 대회를 집중적으로 준비하고 싶다. 그래서 메이저 1주일 전에는 대회에 나가지 않고, 출전 대회 수도 조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내년 도쿄올림픽 역시 임성재가 도전하고픈 무대다. 그는 “세계 랭킹을 잘 관리해서 올림픽에 무조건 나가고 싶다. 나가면 메달도 따고 싶다”고 말했다.

2019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이 17일 열렸다. 문경준(가운데)이 제네시스 대상을 수상했고, 신인상은 이재경, 해외특별상은 임성재가 받았다. 올 시즌 제네시스 포인트 톱10에 오른 선수들. 왼쪽부터 전가람, 김태훈, 문경준, 이형준, 박성국, 김대현. [사진 KPGA]

2019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이 17일 열렸다. 문경준(가운데)이 제네시스 대상을 수상했고, 신인상은 이재경, 해외특별상은 임성재가 받았다. 올 시즌 제네시스 포인트 톱10에 오른 선수들. 왼쪽부터 전가람, 김태훈, 문경준, 이형준, 박성국, 김대현. [사진 KPGA]

김지한 기자 kim.jih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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