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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연수익에도…외면받는 로보어드바이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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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알파고’ 인기와 함께 등장했던 로보어드바이저가 3년 만에 찬밥 신세로 전락했다. 펀드매니저 대신 컴퓨터 알고리즘을 토대로 투자 자문을 제공하는 서비스다.

“기술 수준, 수익률 기대 못 미쳐” #국내 유료시장 2000억원대 불과 #미국선 연금 등 수십조원대 굴려

KEB하나은행이 지난해 발간한 ‘2018 대한민국 로보어드바이저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은 5조원, 2025년 30조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예상은 빗나갔다. 17일 코스콤 로보어드바이저 테스트베드 사무국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고객들이 자문료나 운용 수수료를 내는 유료 시장은 현재 457억원으로 추산된다. 은행의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규모는 9000억원 수준이지만, 이는 무료로 펀드를 추천해주는 수준이라 제외했다. 제도권 밖에서 핀테크 스타트업 에임(850억원), 불리오(700억원) 등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지만, 이들을 합친다고 해도 국내 유료 시장은 2000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수익률은 선방했다. 12일 현재 코스콤 인증을 받은 35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의 1년 수익률은 7.2%였다. NH투자증권의 QV 글로벌 자산배분(위험중립형)이 21.02%로 가장 높았고, 키움증권의 키움 멀티에셋(적극투자형·20.9%), 쿼터백자산운용의 쿼터백 글로벌자산배분 해외상장 ETF(적극투자형·19.83%)가 뒤를 이었다.

시장이 커지지 못하는 이유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국내에서 로보펀드를 처음 내놓은 키움자산운용의 이창진 전략기획팀장은 “국내 투자자들은 로보펀드의 수익률이 너무 안정적이라 찾지 않는 경향이 있다”고 진단했다. 기술 수준이 기대치에 못 미친다는 의견도 나온다. 로보어드바이저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증권사의 한 관계자는 “말로는 머신러닝이니, 인공지능이니 하지만 사실 재무학 이론을 프로그램화한 과거 계량(퀀트) 분석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게 현실”이라고 귀띔했다.

그러나 미국은 업계 1·2위인 웰스프론트와베더먼트만 따져봐도 각각 16조원·15조원 규모의 운용자산(AUM)을 보유하고 있다. 로보어드바이저는 고액 자산가들이 받던 자산관리 서비스를 저렴한 수수료로 대중화한다는 취지로 선진국에서는 주로 개인 퇴직연금 등 초장기 투자에 활용되고 있다.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미국의 로보어드바이저 시장이 퇴직연금 중심으로 성장했다는 점을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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