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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건 “우린 여기 있다” 북한에 협상 촉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방한 중인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부장관 지명자)가 16일 북한을 향해 “우리가 할 일을 이제 마무리 짓자. 우리가 지금 여기 있고, 당신들은 우리와 접촉할 방법도 알고 있다”며 협상 테이블로 나오라고 촉구했다.

“미국은 협상 데드라인 없어” #문 대통령과 35분 청와대 면담

비건 대표는 이날 서울 도렴동 외교부 청사에서 약식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이 연말 데드라인에 대해 많은 언급을 하고 있는데, 미국은 데드라인을 갖고 있지 않다”며 이처럼 말했다.

방한 전 비공개 뉴욕 채널을 통해 판문점 회동을 제안했으나 북한이 답하지 않자 서울에 와서는 아예 공개적으로 메시지를 낸 것이다.

비건 대표는 또 “미국은 현실적인 진전을 위해 창의적인 방법들을 제안했고, 균형 잡힌 합의에 도달하고 양쪽의 목표를 충족시키기 위해 협상에서 유연성을 보였다”고도 강조했다. ‘균형 잡힌 합의’는 미국뿐 아니라 북한의 요구를 반영하는 데 열려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북한이 이에 호응해 ‘평화로운 연말’로 방향을 틀지는 미지수다. 대미 소식통은 “미국의 창의적 방법은 우선 비핵화의 최종 목표와 로드맵 합의부터 한 뒤 이행 과정에서 일부 제재의 한시적 유예 등 당근을 주는 것인데, 이미 스톡홀름에서 제안했다가 북한이 ‘이 정도로는 비핵화에 응할 수 없다’고 해서 노딜이 됐던 것”이라고 전했다.

비건 “크리스마스는 신성한 날” 북한 성탄절 도발 위협에 경고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할 일을 이제 마무리짓자. 우리가 지금 여기 있다“며 북측에 대화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특별대표가 16일 서울 종로구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할 일을 이제 마무리짓자. 우리가 지금 여기 있다“며 북측에 대화를 촉구했다. [연합뉴스]

이를 모를 리 없는 비건 대표는 경고 메시지도 함께 발신했다. “북한이 고강도 도발을 하는 것은 한반도에 평화를 지속하는 데 있어 가장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그럴 필요가 없다. 우리와 북한은 더 나은 길을 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지난 몇 달간 북한 관료들이 낸 다양한 코멘트를 면밀히 읽어봤다. 적대적이고 부정적이고 매우 불필요한 성명들”이라며 “유감스럽다(regrettable)”고 비판했다.

비건 대표는 “우리 중 기독교를 신앙으로 믿고 있는 이들은 곧 크리스마스를 축하할 것”이라며 “크리스마스는 1년 중 가장 신성한 날 중 하나로 언제나 그렇듯이 크리스마스가 우리를 평화의 시기로 인도하기를 기도하고 희망한다. 우리 모두 같은 감정이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북한의 ‘크리스마스 선물’ 도발 위협에 이 시기를 평화롭게 넘겨야 한다며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비건 대표는 기자회견 뒤에는 청와대를 예방해 문재인 대통령과 35분간 면담했다. 한정우 청와대 부대변인은 서면 브리핑을 통해 “문 대통령은 그간 한반도 비핵화와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비건 대표의 노력을 평가하고, 한반도 평화 프로세스의 진전을 위해 지속해서 노력해 달라고 당부했다. 비건 대표는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구축이라는 역사적 과제를 이루기 위해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나가겠다는 생각에 변함이 없다고 했다”고 소개했다.

비건 대표는 김연철 통일부 장관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도 “미국은 타당성 있는 단계와 유연한 조치를 통해 균형 잡힌 합의에 이를 준비가 됐다”고 했다.

이처럼 그가 방한 일정 내내 유연성을 강조하는 것은 ‘크리스마스 파국’을 막기 위한 노력인 동시에 그런데도 북한이 도발할 경우 강경한 조치를 취해야 할 가능성에 대비한 명분 쌓기 성격도 있다는 분석이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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