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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김우중 마지막 길, 생전 영상에…대우맨들 눈물 흘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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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뜻을 함께하며 한 몸처럼 활동했던 여러분은 언제까지나 대우의 주인입니다. 여러분의 정신이 살아있는 한 대우는 영원할 것이며 우리는 명예로울 것입니다. "(2017년 3월 22일 대우창업 50주년 기념사 중)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별관에서 엄수된 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뉴스1]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별관에서 엄수된 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추모객들이 헌화하고 있다. [뉴스1]

"대학을 졸업하고 우연한 기회에 독립해서 하루도 쉬어본 적이 없어요. 내 생각엔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이 쉬면서는 아이디어가 안 나옵니다. 항상 머리가 돌아가면서 어떤 것하고 접목해서 아이디어가 생기고 거기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찾는 겁니다. 또 어떤 일이든지 쉽게 얘기해서 미쳐서 돌아가야 도에 달하고. 도에 달하면 보이는 것이 많고 보이는 게 많으면 창의적인 게 더 많이 나옵니다." (1993년 10월 27일 연세대 공대생들과의 대화)

고인 생전 영상에 대우맨들 눈물 

12일 오전 8시쯤 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영결식이 열린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별관 대강당. 김 전 회장의 육성이 담긴 영상이 상영되자 영결식 참석자들 모두 침통한 표정으로 응시했다. 영상 말미 김 전 회장이 '대우의 노래' 가사를 읽은 장면(1992년 3월 22일 대우창업 25주년 기념사 중)이 나올 때는 훌쩍이는 소리가 더 커졌다.

김 전 회장의 영결식이 이날 오전 엄수됐다. '소박한 장례를 치르라'는 고인의 뜻에 따라 300여 석 규모의 강당엔 영정과 꽃장식만 놓였다. 유가족과 친인척, 전직 대우 임직원만 식장 안으로 들어갔다.
하지만 2000여명이 넘는 조문객들이 몰리자 아주대병원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측은 복도에 스크린을 설치하고 고인의 영결식을 생중계했다.
영결식은 고인의 생전 인터뷰 내용을 통해 대우 그룹의 시작과 발전상, 그리고 김 전 회장의 업적 등이 소개됐다. 영상 끝에는 "편히 잠드소서"라는 문구와 함께 대우그룹 계열사 명칭이 차례로 올라갔다.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별관에서 엄수된 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한 추모객이 헌화하고 있다. [뉴스1]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시 아주대병원 별관에서 엄수된 故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영결식에서 한 추모객이 헌화하고 있다. [뉴스1]

㈜대우 마지막 사장이었던 장병주 대우세계경영연구회 회장은 조사(弔詞)를 통해 "회장님은 위대한 삶을 사셨다. 35만 대우가족과 전 국민이 기억하고 기꺼이 인생좌표로 삼기에 충분했다"고 고인을 추모했다.
장 회장은 "회장님이 주장하신 창조·도전·희생의 대우 정신은 국가발전과 후대의 번영을 위한 주춧돌이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그룹 해체의 시련을 겪으면서도 명예회복 대신 젊은이들을 키우는 일에 여생을 바치셨다. 평생을 일만 하신 우리 회장님. 부디 영생의 안식처에서 편히 쉬기를 바란다"며 여러 차례 눈물을 훔쳤다.

"젊은이들의 우상이고 영웅" 곳곳에서 고인 추모 

고인을 가까운 곳에서 보필했던 손병두 전 전국경제인연합회 상근부회장도 추도사를 통해 "당신은 샐러리맨의 신화이자 우리 젊은이들의 우상이고 영웅이셨다"며 "결제를 받으러 사무실에 가면 (고인이) 걸상을 붙들고 쪽잠을 자고, 시간을 아끼려고 샌드위치를 먹으며 새벽 회의를 했다"며 고인을 기억했다.
그는 "회장님이 우리 곁을 영원히 떠나신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힘든 일 다 내려놓고 영원한 안식을 누리시라"고 말했다.
추모사가 끝난 뒤에는 장례절차에 따라 천주교식 종교행사가 진행됐다. 이어 참석자 전원이 '대우 가족의 노래'를 부르며 고인의 영면을 빌었다.

=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거행된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영결식에서 운구차가 장지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 12일 오전 경기도 수원 아주대병원에서 거행된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영결식에서 운구차가 장지로 출발할 준비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유족 대표로 영결식장 앞으로 나온 김 전 회장의 장남 김선협 ㈜아도니스 부회장은 "항상 바쁘시고 자주 옆에 계시진 않았지만 늘 자랑스러운 아버지셨다"며 "마지막 가시는 길을 보며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영결식이 끝나자 김 전 회장의 영정은 손자의 손에 들려 운구 차량으로 이동했다. 부인 정희자 전 힐튼호텔 회장, 장남 김선협 부회장, 차남 김선용 ㈜벤티지홀딩스 대표 등이 이 뒤를 이었다.

운구 차량은 아주대학교 본관을 한 바퀴 돌며 고인의 발자취를 되짚었다. 이번 장례가 치러진 아주대는 김 전 회장이 1977년 대우실업 사장이었을 당시 사재를 출연해 대우학원을 설립하고 인수한 대학이다. 첫 조문객도 박형주 아주대 총장과 교직원들이었다.
10일부터 전날까지 빈소를 찾은 조문객만 8000여명에 이른다.

김 전 회장의 장지는 고인의 어머니가 모셔진 충남 태안군 선영이다.

수원=최모란 기자 mor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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