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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40대 여성 동성부부…대한항공 '가족 고객' 인정했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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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보잉 777-300ER 전세기.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 보잉 777-300ER 전세기. [사진 대한항공]

대한항공이 최근 한국인 여성 동성 부부를 ‘가족 고객’으로 인정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세계 인권의 날’(10일)을 앞둔 지난 9일 한국 국적의 40대 여성 동성 부부의 스카이패스 가족 등록을 마쳤다.

이들은 캐나다에서 발급받은 혼인증명서를 대한항공에 제출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동성애를 인정하는 미주·캐나다에서 사실혼 상태를 입증하는 공식 서류가 있으면 가족으로 인정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대한항공은 현재 스카이패스 회원을 상대로 가족 마일리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대한항공은 마일리지를 양도하고 합산할 수 있는 가족 관계를 배우자와 자녀, 부모, 형제자매, 조부모, 손자녀, 배우자의 부모, 사위, 며느리로 한정하고 있다. 가족으로 등록되면 회원 본인의 마일리지를 사용해 등록된 가족에게 보너스 항공권을 줄 수 있고, 가족의 마일리지를 합산해 보너스 항공권 구입시 사용할 수 있다.

가족 등록을 위해서는 한국 지역은 ‘6개월 이내 발급한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신청인과 등록할 가족의 가족관계 및 생년월일이 명시된 법적 서류’를, 한국 외 지역의 경우 ‘6개월 이내 발급한 결혼증명서, 출생증명서, 호구본, 세금증명서 등 신청인과 등록할 가족의 가족관계 및 생년월일이 명시된 법적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국내에서는 동성 결혼이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국내 동성애 커플의 경우 가족 등록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하지만 이번 경우 가족 등록 신청자가 동성애가 인정되는 해외에서 발급받은 혼인증명서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에 ‘가족’으로 인정된 동성 부부는 ‘아콘네 커플’이라는 네이버 블로그를 운영하고 있다. “한국인 40대 여성 부부. 2013년 5월 캐나다 온타리오주 토론토 자그마한 채플에서 결혼하고 한국에 살다가 2018년 미국 영주권을 받고 캘리포니아주에서 정착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소개한 부부는 대한항공 가족 등록 과정을 블로그에 자세히 소개했다.

이들은 블로그에 ‘대한항공 스카이패스 가족등록 완료’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가족회원이 되기 위해 캐나다에서 2013년에 받은 혼인증명서와 얼마 전 발급받은 2018년 미국 세무보고 부부합산신고서를 제출했다”고 썼다.

부부는 “몇 시간 후에 대한항공에서 생년월일이 적힌 신분증을 추가 서류로 내라는 이메일이 왔다. 왠지 한국 신분증을 보내면 주민번호에서 ‘2’를 보며 편견을 갖고 심사할 것 같아 올해 발급받은 미국 캘리포니아주 신분증과 운전면허증을 제출했다”며 “한국은 동성부부 인정을 안 하니 우리는 안될 거라 생각하고 접수했는데 하루가 지나지 않아 가족 등록이 완료됐다는 알림이 왔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루가 지나지 않아서 가족 등록이 완료되었다는 알림이 왔다. 세계인권의 날 선물인가?”라고 기뻐했다.

성소수자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네트워크의 류민희 변호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2013년에 캐나다에서 혼인신고를 했고 국적은 두 분 다 한국인 여성 동성부부가 오늘 대한항공 가족 회원으로 인정됐다”며 “적법한 혼인을 했으니 사실 인정이 안 될 이유도 없지만 그래도 세계 인권의 날에 좋은 소식”이라고 했다.

‘아콘네 커플’이 올린 게시물(왼쪽)과 류민희 변호사가 올린 트윗. [해당 블로그·트위터 캡처]

‘아콘네 커플’이 올린 게시물(왼쪽)과 류민희 변호사가 올린 트윗. [해당 블로그·트위터 캡처]

한영혜 기자 han.younghy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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