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북한 비핵화를 둘러싼 북미 갈등이 심화하면서 “한국이 ‘비(非)핵보유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이를 재검토할 충분한 사유가 있다”는 주장이 외신을 통해 제기됐다.
영국 가디언은 8일(현지시간) ‘북한에 관한 가디언의 시각: 고개 드는 핵위기’ 제하의 사설을 통해 “한국의 비핵보유국 지위는 북한으로부터의 위협이 줄어들고 미국이 어떻게든 한국을 지켜줄 것이란 두 가지 믿음에 기초한 것이다. 그러나 전체 그림을 보면 여전히 암울하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가디언은 특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 비핵화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는 데 실패했을 뿐 아니라 상황을 더 악화시켰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화염과 분노’와 같은 군사적 위협으로 긴장을 고조시키다가 ‘사랑에 빠졌다’며 유화 메시지를 보내는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전략에 결실이 없다고 혹평했다.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첫 정상회담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 4개 항의 합의사항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다.
당시 미 정부는 김 위원장이 약속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가 ‘북한의 최종적이고 완전히 검증된 비핵화’(FFVD)와 같은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북한의 ‘한반도 비핵화’ 개념엔 폭격기·잠수함 등 미군 핵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배치 금지까지도 포함된다고 지적해왔다.
가디언도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반대하지 않을 ‘다자간 한반도 비핵화’(multilateral denuclearisation of the peninsula)와 결코 동의할 수 없는 (북한의) ‘완전한 일방적 비핵화’(complete unilateral denuclearisation) 사이에 차이가 없는 척하면서 비핵화 논의의 진전을 주장했지만, 이는 환상일 뿐이었다”고 평가했다.
가디언은 이런 면에서 볼 때 최근 북미 간에 쏟아진 발표와 위협을 ‘예측할 수 있는 일련의 행태 중 하나’로 보거나 ‘전에도 겪은 비슷한 상황’이라고 치부하는 것은 착오라고 주장했다.
가디언은 또 “북한은 트럼프 대통령을 상대하면서 전임 대통령들과 달리 일정 수준의 위기감을 조성하고 그에 대한 미국의 ‘행동’ 가능성은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인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이 그동안 김 위원장과의 친분을 강조하면서 북한의 단거리미사일 발사엔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 온 것과도 관련이 있다고 분석했다.
가디언은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을 대수롭지 않게 대하는 것도 놀라울 일이 아니다”라고도 했다. 그 이유로는 미국의 태도를 언급했다. “미국은 한국·일본을 상대로 미군 주둔에 따른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하는 등 동맹국을 무시하는 태도를 보여왔다”는 것이다.
가디언은 끝으로 “북미 간의 ‘휴전’(truce)이 끔찍한 결말을 맞지 않으려면 국제적 노력, 특히 미국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