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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세지는 北 도발 앞에 뭉치는 한ㆍ미…비건 방한할듯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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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국방과학원이 8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전날 "서해위성발사장에서 대단히 중대한 시험이 진행됐다"고 밝히는 등 북한이 연일 도발 수위를 조금씩 높여가고 있다.
이날 시험은 인공위성 발사를 위한 로켓 엔진시험으로 추정되고 있다. 북한은 이달 들어 김 위원장의 백두산행 공개 및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 담화(4일)→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 담화(5일)→국방과학원의 중대 시험(8일)까지 연이어 미국을 향한 모종의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공언한 ‘연말 데드라인’이 다가오면서 한ㆍ미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하반기 지소미아(GSOMIAㆍ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 방위비 분담금 문제로 티격태격하던 양국은 언제 그랬냐는 듯 대북 공조를 연결고리로 모처럼 단일대오 모드로 들어가고 있다.

최선희 "늙다리 망령"에 한밤중 文에 전화 건 트럼프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 [AP=연합뉴스]

청와대에 따르면 7일 문재인 대통령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요청에 따라 30분 가량 전화 통화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한 논의를 했다. 전화 통화는 한국시간으로 오전 11시, 워싱턴 시간으로는 6일 밤 9시에 이뤄졌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한밤중 전화를 걸어온 셈이다.
방위비 등 현안 언급 없이 북한에 대해서만 ‘원 포인트’ 통화를 했다고 한다. 전화 통화는 시점상 최선희 부상이 트럼프 대통령을 향해 “늙다리 망녕(망령)”이라며 비난 담화를 낸 이후 이뤄졌다. 2017년 ‘화염과 분노’ 시절 사용했던 단어가 나오자, 트럼프 대통령으로선 사태가 심각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 관련 중요한 고비 때마다 문 대통령과 전화 통화를 해왔다. 올해 2월 하노이 2차 북ㆍ미 정상회담이 결렬됐을 때, 북·미 대화가 정체된 5월 8일 등이다. 5월 통화에선 대북 인도적 지원을 논의했는데, 한달 뒤 6월 30일 판문점 회동이 이뤄졌다. 7일 통화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연말 시한'이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북한이 실제 레드라인을 넘을지에 대해 문 대통령의 의견을 물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강경화 오산 미 공군기지 가고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일 한국 공군작전사령부와 미 7공군사령부가 있는 오산 공군기지를 방문해 군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케네스 윌즈바크 미 7공군사령관. [외교부 제공, 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7일 한국 공군작전사령부와 미 7공군사령부가 있는 오산 공군기지를 방문해 군 관계자와 인사하고 있다. 오른쪽은 케네스 윌즈바크 미 7공군사령관. [외교부 제공, 뉴스1]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7일 경기 평택시의 오산 미 공군기지를 방문해 케네스 윌즈바크 7공군사령관을 면담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이날 기지 방문은 통상적인 연말연시 군장병 위문행사의 일환이었다는 설명이지만, 시기적으로 북한에 탄탄한 한·미 공조를 보여주기 위한 목적도 있었다. 올초에는 육군부대를 방문했다. 오산 공군기지에는 한반도 전담 고고도정찰기인 드래곤레이디(U-2S)가 배치돼있다. U-2S는 지난달 28일 북한이 초대형 방사포를 시험발사한 이틀 뒤 수도권과 강원도 일대를 비행하기도 했다.

연말 시한 직전 비건 방한할듯

이도훈(왼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양자회의실에서 열린 '비핵화·남북관계 워킹그룹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워킹그룹 회의가 열리는 것은 지난 3월 14일 워싱턴 회의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사진공동ㅁ취재단]

이도훈(왼쪽)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10일 오전 서울 종로구 도렴동 외교부 청사 양자회의실에서 열린 '비핵화·남북관계 워킹그룹 회의'에 앞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워킹그룹 회의가 열리는 것은 지난 3월 14일 워싱턴 회의 이후 약 두 달 만이다. [사진공동ㅁ취재단]

이에 더해 한ㆍ미는 스티븐 비건 대북특별대표의 방한을 검토하고 있다. 소식통들의 말을 종합하면 비건 대표는 12월 중순 방한해 이도훈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과 북핵 수석대표 협의를 하는 일정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단 외교부는 공식적으로는 “확정됐거나 알릴 만한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비건 대표의 국무부 부장관 의회 인준 절차가 완전히 끝나지는 않은 만큼 변수가 생길 수 있어서다. 그럼에도 비건 대표 방한이 성사되면 이를 계기로 판문점에서 북측과 접촉이 이뤄질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소 안보통일센터장은 “실무협상이 제대로 굴러가지 않는 상황에서 비건 대표가 방한해 최 부상과 판문점에서 고위급 접촉을 시도할 것이라고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우정엽 세종연구소 미국연구센터장은 “북·미 간 구체적인 대화의 시그널은 보이지 않는다”며 "직접적인 계기가 있다기보다는 부장관직을 수행하기 전 한국과 공조를 강화하는 차원의 방한으로 봐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건 대표는 지난달 20일(현지시간) "연말 시한은 북한이 인위적으로 설정한 것"이라며 연말 데드라인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갈수록 고조되는 북한의 도발 수위에 따른 ‘맞대응 수위’를 고심하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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