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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북한 여전히 희망적…원점으로 돌아가는 거 아냐"

중앙일보

입력

켈리앤 콘웨이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켈리앤 콘웨이 미국 백악관 선임고문이 5일(현지시간)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북한과 미국이 연내 협상 재개를 놓고 ‘말 폭탄’을 주고받으며 신경전을 벌이는 가운데 미국 측이 대북 협상 기조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최측근인 백악관 고위 관료들이 나섰다.

북·미 '말 폭탄' 모욕·위협 신경전 중 #백악관은 대북 협상 기조 거듭 강조 #오브라이언 "北과 합의 일정 희망 있어 #항공모함 배치, 정상회담 성사에 역할" #콘웨이 "로켓맨? 모욕인지 모르겠다 #한반도 비핵화에 가까워질지도"

최근 며칠 서로를 자극하는 거친 말이 오가면서 북ㆍ미 간 긴장 수위가 한껏 치솟았지만, 미국은 대화의 문을 열어두고 있음을 여러 경로로 강조하고 있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5일(현지시간) 폭스뉴스 인터뷰에서 “낙관적이라고 말하고 싶지는 않지만, 북한이 테이블에 나와 우리가 합의할 수 있을 것이라는 일정한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북한이 협상 시한으로 제시한 연말까지 북한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북한이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등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 대한 답변이었다.

오브라이언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는 한 우리는 협상을 계속할 것이고 외교를 계속할 것”이라며 “북한에 관해 여전히 희망적”이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아직 합의하지 못했지만, 합의에 도달하길 희망한다”며 “김정은은 한반도 비핵화를 약속했고, 그 약속을 지키리라고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2018년 북ㆍ미 정상회담을 성사시킨 배경으로 트럼프 대통령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정상 외교뿐 아니라 한반도 인근에 항공모함을 보내는 등 ‘신중한 무력 적용’이 역할을 했다는 설명을 곁들였다.

오브라이언은 “대통령은 개인적 외교를 통해, 또한 항공모함을 그 지역에 보내는 무력 과시 및 신중한 무력 적용을 통해 일련의 만남을 마련할 수 있었다”면서 “대통령은 김정은을 세 번 만났다”고 말했다.

연말 시한이 다가오면서 북한이 미국을 압박하기 위해 크고 작은 도발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협상 재개를 손짓하는 한편 미국의 군사력을 환기하면서 도발을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로버트 오브라이언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AP=연합뉴스]

같은 날 켈리앤 콘웨이 백악관 선임고문도 최근 긴장 고조에도 불구하고 북·미 간 상황이 원점으로 돌아간 것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기자로부터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모욕과 위협을 주고받는 것으로 돌아가고 있고, 로켓맨이라는 표현까지 부활했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은 콘웨이는 “나는 그것이 모욕인지 모르겠다”고 답했다. 이어 “우리가 원점으로 돌아가는 것이냐고? 그렇지 않다”라고 덧붙였다.

전날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 부상은 담화를 통해 “며칠 전 나토 수뇌자 회의(정상회의) 기간 등장한 대조선(대북)무력 사용이라는 표현은 우려를 키우고 있다”면서 “늙다리의 망녕(망령)이 다시 시작됐다”고 비난했다.

콘웨이는 ‘(대북) 협상과 관련해 우리가 어떤 지점에 있느냐’는 질문을 다시 받자 “세계는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그리고 일상적인 미사일 시험 발사를 지켜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대북 제재를 유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콘웨이는 “우리는 한반도가 비핵화에 보다 가까워질지도 모른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한반도 비핵화(CVID)를 위해서도 대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말 시한에 쫓겨 북한과 ‘배드 딜’을 하지 않겠다는 원론적 입장을 다시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북ㆍ미 간 설전을 벌이는 중에도 더 이상 긴장을 높이지 않고 상황 악화를 막으려는 태도는 북한 측에서도 관찰된다.

최선희 부상은 담화에서 미국을 맹비난하면서도 “트럼프 대통령의 무력사용 발언과 비유 호칭이 즉흥적으로 불쑥 튀어나온 실언이었다면 다행”이라는 구절을 포함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3일 북대서양조약기구(NATOㆍ나토) 정상회의 참석차 런던에서 기자들과 만나 “원하지는 않지만 필요하면 북한에 무력을 쓸 수도 있다” “김정은은 로켓을 쏘는 걸 좋아한다. 그래서 나는 그를 로켓맨이라 부른다”고 말한 것을 지적한 것이다.

그에 앞서 북한은 ‘성탄절 선물로 무엇을 받을지는 미국의 선택에 달렸다’면서 미국을 압박했다.

워싱턴=박현영 특파원 hypar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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