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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홀린 22세 상하이 ‘빈대떡 서시’···제2의 ‘밀크티녀’ 되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중국 인터넷 공간에선 최근 상하이에 출현한 ‘빈대떡 부치는 서시(西施)’가 화제다. 서시가 누군가. 중국 역사에선 절세의 용모로 이름을 떨친 미인이 800명가량 된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군계일학(群鷄一鶴) 같은 네 명을 ‘4대 미인’이라 부른다.

상하이 '빈대떡 서시'로 불리는 황루야오가 중국 전통의 '젠빙'을 만들고 있다. [중국 틱톡 캡처]

상하이 '빈대떡 서시'로 불리는 황루야오가 중국 전통의 '젠빙'을 만들고 있다. [중국 틱톡 캡처]

이들에겐 ‘침어낙안 폐월수화(沈魚落雁 閉月羞花)’라는 수식어가 주어졌다. ‘침어(沈魚)’의 주인공이 바로 춘추시대 월(越)나라 서시(西施)다. 그의 미소에 연못 속 물고기가 헤엄치는 걸 잊고 가라앉았기에 나온 말이란다.
‘낙안(落雁)’은 한(漢)나라 왕소군(王昭君)을 가리킨다. 그가 뜯는 처량한 비파 음색에 기러기마저 시름에 잠겨 내려앉았다. ‘폐월(閉月)’은 후한의 초선(貂蟬)을 일컫는다. 밤하늘의 달조차 부끄러워 구름 속으로 얼굴을 가렸다고 한다.
‘수화(羞花)’는 당(唐) 현종(玄宗)의 마음을 사로잡은 양귀비(楊貴妃)를 말한다. 꽃 또한 그가 내미는 손을 잡기가 수줍어 고개를 떨궜다는 이야기다. 중국식 과장법의 극치를 보는 듯하다.

상하이에서 중국 전통의 부침개 '젠빙'을 만들어 파는 22세의 황루야오가 중국 틱톡을 통해 일약 인터넷 스타로 떠올랐다. [중국 신화망 캡처]

상하이에서 중국 전통의 부침개 '젠빙'을 만들어 파는 22세의 황루야오가 중국 틱톡을 통해 일약 인터넷 스타로 떠올랐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관영 신화통신사가 운영하는 신화망(新華网)은 4일 묵직한 주제에서 벗어나 “스타를 닮은 ‘빈대떡 서시’가 화제”란 글을 실었다. 상하이 바오산(寶山)의 야채시장에서 부침개를 만들어 파는 올해 22세의 황루야오(黃璐瑶)가 주인공이다.
바오산 야채시장엔 이른 아침 일을 나가는 이들을 위한 작은 식당 거리가 있다. 주로 우리의 빈대떡에 해당하는 ‘젠빙(煎餠)’을 판다. 과거 가장 압도적으로 인기가 있던 집은 ‘자오파이(招牌) 젠빙’이었다.
한데 지난해부터 판세에 변화가 생겼다. ‘뚱보 젠빙’이 뜨기 시작해 ‘자오파이젠빙’과 시장을 양분하는 상황이 됐다. ‘뚱보 젠빙’ 사장의 딸 황루야오가 빈대떡을 만들고 또 이를 파는 게 짧은 동영상 앱 ‘틱톡’을 통해 알려지면서 일어난 변화다.
영상은 이웃집 단골이 만들어 올렸다. 이후 “뚱보네 예쁜 딸이 빈대떡을 부치는 데 너무 맛있다”는 말이 돌기 시작하며 매출이 급증했다. 하루에 100개 정도 팔리던 게 지금은 300개 정도 팔린다고 한다.

중국 관영 신화망은 4일 평소의 묵직한 주제에서 벗어나 인터넷 스타가 된 황루야오 기사를 다뤘다. [중국 신화망 캡처]

중국 관영 신화망은 4일 평소의 묵직한 주제에서 벗어나 인터넷 스타가 된 황루야오 기사를 다뤘다. [중국 신화망 캡처]

급기야 바오산 주민은 물론 상하이에 이웃한 저장(浙江)성과 장쑤(江蘇)성에서도 일부러 황루야오를 보러 오는 고객까지 생겼다. 황루야오는 이에 ‘틱톡’에 ‘루야오-baby’라는 계정을 만들고 아침과 밤 두 차례에 걸쳐 방송하기 시작했다.
아침엔 6시부터 시작되는 일과를 생중계하는 것이다. 밤엔 사소한 일상을 나누는 형식이다. 벌써 팬이 6만 1000명으로 늘었고 중국의 각 인터넷 언론이 그에 관한 기사를 싣기 시작했다.
황루야오 고향은 원래 헤이룽장(黑龍江)성으로그곳에서 농사일을 돕다 5년 전 상하이로 이주해 ‘젠빙’ 가게를 열었으며 네 식구가 새벽부터 하나에 5위안(약 850원)하는 빈대떡을 팔아 생계를 꾸려간다는 것 등이다.

빈대떡을 만들어 파는 황루야오의 꿈은 자신만의 가게를 갖는 것이라 한다. [중국 신화망 캡처]

빈대떡을 만들어 파는 황루야오의 꿈은 자신만의 가게를 갖는 것이라 한다. [중국 신화망 캡처]

황루야오가 빈대떡 하나를 부치는 데 걸리는 시간은 1분 정도고 그의 꿈은 가게를 확장하는 것, 나아가 자신의 독립적인 가게를 갖는 것이며 자신은 ‘젠빙 서시’보다는 ‘젠빙 여협(女俠, 협객)’으로 불리고 싶다는 시시콜콜한 이야기에 중국이 귀를 기울이고 있다.
미모로 인터넷 스타가 된 데 대해 중국인이 특히 관심을 보이는 건 제2의 ‘밀크티녀(奶茶妹妹)’가 탄생할까 하는 기대도 작용한다. 한국과 일본에도 잘 알려진 ‘밀크티녀’의 주인공은 중국 징둥(京東)그룹류창둥(劉强東) 회장의 부인 장저톈(章澤天)이다.

장쩌톈은 고교 시절 밀크티를 들고 선 사진 한장이 인터넷 공간에 퍼지며 일약 중국의 화제 인물로 떠올랐다. [중국 바이두 캡처]

장쩌톈은 고교 시절 밀크티를 들고 선 사진 한장이 인터넷 공간에 퍼지며 일약 중국의 화제 인물로 떠올랐다. [중국 바이두 캡처]

난징(南京) 출신으로 1993년생인 장저톈은 고교 시절 친구가 찍은 사진 한장으로 일약 중국의 스타가 됐다. 반편성 기념으로 밀크티를 들고 서 있는 모습을 친구가 찍은 뒤 이를 인터넷에 올렸는데 그 청순한 모습에 중국이 매료되는 사건이 발생한 것이다.
장은 중국을 대표하는 영화감독 장이모우(張藝謀)가 캐스팅을 시도했으나 학업을 이유로 거절하기도 했다. 장은 에어로빅이 특기로 전국 에어로빅대회에서 입상하기도 했으며 중국의 ‘국가 1급 운동원’이기도 하다.
2011년 명문 칭화(淸華)대에 진학했고 이어 방송사 기자와 사회자 등으로 활약하다 2015년 자신보다 19세 많은 부호 류창둥과 결혼하며 커다란 화제를 뿌렸다. 지난해 류-장 커플은 칭화대에 통 크게 2억 위안의 기부금을 쾌척하기도 했다.

'밀크티녀'로 유명한 장쩌톈은 칭화대 졸업 후 징둥그룹 회장과 결혼해 커다란 화제가 됐다. [중국 바이두 캡처]

'밀크티녀'로 유명한 장쩌톈은 칭화대 졸업 후 징둥그룹 회장과 결혼해 커다란 화제가 됐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의 중요 정책을 엄숙하게 보도하는 데 익숙한 신화사가 상하이의 부침개 파는 황루야오 관련 소식을 전한 건 아마도 운명을 크게 바꾼 ‘밀크티녀’ 장쩌톈 스토리가 작용한 측면이 크지 않았나 싶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바오산 야채시장에서 빈대떡 만들어 파는 #22세 미모의 황루야오에 중국이 열광해 #밀크티 들고 선 사진으로 중국 매료시켜 #징둥 회장과 결혼한 장쩌톈 길 걸을까 관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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