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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靑행정관 檢소환…'제보'라는 문건엔 A4 4장에 의혹 빼곡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김기현 전 울산시장의 측근 비리 문건을 최초로 작성한 이는 현 국무총리실 소속 문모 사무관으로 알려졌다. 2017년 10월경 작성된 문건은 송철호 울산시장의 측근인 송병기 울산시 경제부시장의 ‘제보’가 바탕이 됐다. 문씨는 5일 현재 검찰에 출석해 문건 작성 경위와 관련한 조사를 받고 있다.

김경수 경남지사와는 고교 동문 #자신은 울산시장건 문건 최초 작성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이 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에서 '국정 2년차 증후군 실태점검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공개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송 부시장은 5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행정관한테는 여론 전달 형태로 현재 사회 돌아가는 동향들을 요청하면 제가 거기에 대해서 알려주고 그랬다”고 밝혔다. 자신이 제보하려고 한 게 아니라 청와대 행정관이 먼저 물어와서 요청에 응했다는 것이다. “제보자로부터 스마트폰 SNS를 통하여 김 전 울산시장 및 그 측근 등에 대한 비리 의혹을 제보받았다”(4일, 고민정 청와대 대변인)는 설명과는 다른 내용이다.

실제로 문씨가 작성한 문건은 A4 용지 3~4장 분량에 6, 7개 의혹이 정리돼 있던 것으로 알려진다. 단순히 제보를 듣고 문건으로 정리한 수준이 아니라 각종 의혹을 취합해서 보고서 형태로 만든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사실상 ‘첩보보고서’라고도 볼 수 있는 수준 아니냐는 것이다.

실제로 노영민 비서실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원회에서 한동안 ‘첩보보고서’란 표현을 쓰다가 정점식 한국당 의원의 지적을 받고 나서야 ‘제보 문건’으로 표현을 수정하기도 했다. 정 의원이 “통상적으로 행정기관, 수사기관에 접수되는 것은 제보나 진정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첩보보고서라는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하자 노 실장은 그제서야 “그러면 제가 말을 제보라고 바꾸겠다”고 밝혔다.

6급 검찰관 수사관 출신인 문씨가 감찰 업무에 완전히 깜깜이일 수는 없는 노릇이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문씨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파견 근무를 하다 5급 사무관으로 승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박근혜 정부의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도 근무했는데, 이른바 ‘정윤회 문건 사건’이 터지면서 총리실로 소속을 바꿔 청와대를 나왔다.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난 뒤에는 이번엔 민정비서관실로 들어갔다.

일각에선 문씨가 “청와대 근무시절 특감반인데 내근일을 했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청와대가 문씨를 두고 “경찰 출신이거나 특감반원이 아닌 행정관”이라고 한 건 사실의 일부만 얘기했다고 볼 수 있다. 문씨가 감찰 업무와 완전히 동떨어진 업무를 한 것으로 볼 수는 없다는 뜻이다.

게다가 문씨는 송씨 등과는 지역 연고로도 얽혀 있다. 경남 진추 출신인 문씨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같은 고교 동문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문씨 주변에선 “김 지사와 친분이 상당하다”는 이야기가 들린다. 그런 문씨가 지방선거를 약 8개월가량 앞둔 시점에서 야당 소속 울산시장과 관련한 첩보를 제보받아 보고한 것이다. 청와대가 부·울·경(부산·울산·경남) 지방선거 향배를 관심 있게 보고 있던 시점이기도 하다. 보고를 받은 청와대 상부에선 주목할 수밖에 없는 내용인 것이다.

문씨는 지난해 6월 말 원 소속인 총리실로 복귀하면서 당시 사업가에게 골프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됐음에도 별도의 징계 없이 복귀한 사실이 알려져 논란이 됐다. 당시 한국당은 “이 정권 최고실세라고 할 수 있는 김경수 경남지사와 동문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문씨는 이날 부산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청와대가 발표한 게 전부다”며 첩보 문건 가공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그는 “가장 친하게 지냈던 친구가 목숨을 끊은 마당에 무슨 거짓말을 하겠나”며 “나는 한 점 숨길 게 없다”고 주장했다. 위문희 기자 moonbright@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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