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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지속가능한 농업, 민간에서 답을 찾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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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곽수근 서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곽수근 서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최근 정부는 세계무역기구(WTO) 농업분야 협상에서 개발도상국 특혜를 주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1995년 WTO가 출범할 때 우리는 낙후된 농업 기반시설, 농산물 무역적자, 낮은 농가소득 등을 이유로 농업분야 개도국으로 인정받았다. 그러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3만 달러에 달하는 지금 농업분야에서만 개도국 지위를 주장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다.

당연히 농민들은 크게 반발하고 있다.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로 수입 농산물에 시장이 잠식당하는 상황에서 개도국 지위를 포기하면 농업보조총액(AMS)을 1조4900억원에서 8000억원대로 대폭 낮춰야 하기 때문이다. 개도국 지위를 받은 지 24년이 지났으나 농업 경쟁력은 갈수록 악화했으니 농민들의 주장이 절박할 수밖에 없다.

실제 1995년 농가소득은 도시근로자 소득 대비 95.1%로 큰 차이가 없었으나 2018년에는 농가소득이 도시근로자의 65%에 불과했다. 그간 정부의 여러 지원에도 농업 경쟁력이 살아나지 않은 것이다. 협소한 경작지와 식생활의 변화 등으로 곡물 위주의 농업은 위기를 겪고 있다.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향상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그렇다면 이제는 민간에서 농업의 답을 찾는 것은 어떨까.

농촌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해 민간 차원의 노력은 꾸준히 있었다. 대표적인 예로 FTA로 피해를 본 농어업을 위해 기업들의 자발적 기부로 조성 중인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이 있다. 여·야·정 합의를 바탕으로 2017년 시작한 기금으로 농어촌 장학사업, 복지증진, 정주 여건 개선, 기업과 농어업 간 공동협력 사업을 추진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민간부문의 참여와 투자 유도는 공공투자만으로는 해결이 어려운 농어촌 문제의 새로운 해결방안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농어촌상생협력기금은 2019년 11월 말 기준 737억원 수준이지만 참여기업들이 업종의 특성을 살려 농어촌과 민간기업의 협력사업을 확대해 나가는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지역별 특산물을 활용한 양자 간의 소득증대는 물론 지역개발 및 관광산업 역량 강화 등 다양한 형태로 진화 중이다.

WTO 개도국 지위 관련 협상 시기는 언제일지 모른다. 생각보다 더 오래 걸릴 수도 있고 혹은 당장 몇 년 후일 수도 있다. 분명한 것은 그 시간이 우리 농업과 농민 생존의 골든타임이라는 점이다. 이 시기에 산업으로서 농업의 방향에 대한 재정립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우리 사회 전체가 크나큰 사회적 비용을 치를 수밖에 없다. 이제 농업의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기업과 국민이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곽수근 서울대 경영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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