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사람] "청각장애 아들에 용기 주려고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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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청각장애 아들에게 노력하면 무엇이든 해낼 수 있다는 용기를 주고 싶었습니다."

서울지하철공사 지축승무사무소의 김연동(39)기관사는 지난달 29일 올해 최우수 기관사로 뽑혔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막내아들 민준(4)의 이름을 부르며 눈물을 쏟았다.

1991년 공채로 지하철공사에 들어와 31만km 무사고 운행을 기록 중인 金씨가 최우수 기관사 선발대회에 출전한 동기는 청각장애 3급인 아들과의 약속 때문이었다.

결혼 10년만에 얻은 늦둥이 민준군은 2년 전 청각장애 판정을 받았다. 잔병 치레 한번 하지 않고 건강하게 자란 아들이었기에 가족의 충격과 슬픔은 말할 수 없이 컸다. 민준이 또래 아이들이 지하철 역사에서 즐겁게 얘기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金씨는 가슴이 저렸다.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겠지, 하는 생각에 지난해부터 민준이를 전문 언어치료시설에 데리고 다녔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던 민준이가 '아빠''엄마'라고 부르던 날 金씨는 최우수 기관사에 도전하기로 마음먹었다. 앞으로 많은 어려움에 부닥칠 아들에게 "아버지가 항상 너와 함께 노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고 싶어서였다. 그러나 지하철공사 산하 8개 승무소에서 가장 뛰어난 기관사들이 출전하는 대회였기에 선발을 자신할 수 없었다. 차량 고장시 응급처치 능력, 운전기술 숙련도, 이론 부문 등에 대한 평가와 함께 정확한 정차 능력 평가를 위한 승객 설문조사도 거쳐야 했다. 아들과의 약속을 지키겠다는 다짐으로 퇴근 후 한달간 독서실에서 이론을 공부하고 휴일에는 출근해 실기 연습을 했다.

金씨는 "듣지 못하는 아들에게 지금 수상 사실을 전할 수 없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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