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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열 “경기 바닥 다지는 중”…올 성장률 전망 2.0%로 낮춰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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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63호 09면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29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올해 마지막 금융통화위원회에서 통화정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뉴시스]

한국은행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또 낮춰 잡았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을 밑돌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에도 경기 회복이 어려운 만큼 한은이 내년에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거란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이날 열린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금리 인하 소수의견이 1명 나왔다.

“경제 회복 모멘텀 강하지 않다” #내년 성장률도 2.3%로 하향 조정 #10월 생산·투자·소비 동반 부진 #기준금리 동결 “내년 5월 내릴 듯”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29일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올해 경제성장률을 2.0%, 내년은 2.3%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한은이 내놨던 전망치는 올해 2.2%, 내년 2.5%이었다. 이주열 총재는 “예상보다 수출과 투자 회복이 지연되고 소비증가세가 둔화된 것을 반영한 것”이라며 “내년 성장률은 세계 교역 부진 완화와 반도체 경기 회복으로 올해보다 소폭 높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한국은행은 이날 열린 올해 마지막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현재 수준인 1.25%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앞서 한은은 지난달 16일 금통위에서 기준금리를 1.5%에서 1.25%로 인하했다. 1.25%는 기존 역대 최저치와 같은 수준이다. 기준금리 동결은 예상됐다. 한은이 지난 금통위에서 기준금리 인하의 영향을 지켜본 후 추가 인하 여부를 결정하겠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한은이 지난 7월과 10월 단행한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자고 했지만 10월 생산·투자·소비 등 3대 경제지표가 모두 부진했다. 정부는 경기가 조만간 저점을 찍고 상승할 것이란 ‘경기 바닥론’에 힘을 싣고 있지만, 실물지표는 여전히 침체 분위기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날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全) 산업생산지수는 전월보다 0.4% 감소한 107.6(계절조정)을 기록했다. 제조업 생산능력은 전년 동월보다 2% 감소했다. 지난해 8월부터 15개월 연속 감소세로 역대 최장이다. 제조업 가동률도 전월보다 3.1% 감소해 8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떨어졌다.

소비를 나타내는 소매 판매액은 전월보다 0.5% 감소해 2개월 연속 떨어졌다. 승용차·가전제품·가구 등 내구재 판매가 전월보다 2.3% 감소하는 등 큰 폭으로 떨어진 것이 영향을 미쳤다. 투자도 부진했다. 6~9월 4개월 연속 증가세를 보이던 설비 투자도 10월 감소(-0.8%)로 돌아섰다. 다만 건설업체의 실제 시공 실적을 나타내는 건설기성은 전월보다 1.7% 증가했다. 김보경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2조8000억원 규모의 인천·용현·학익 1블럭 도시개발사업이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3대 지표가 동반 감소한 건 지난 2월 이후 8개월 만이다.

경기 지표는 엇갈렸다.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1포인트 떨어져 9월 보합 이후 하락세로 전환했다. 이와 달리 경기를 예측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전월보다 0.2포인트 올라 2개월째 상승했다.

이주열 총재는 “국내 경기 흐름은 현재 바닥을 다져가는 모습”이라면서도“내년 전망치가 잠재성장률에 미치지 못한 수준이라 경제 성장 회복 모멘텀이 강하다고 볼 수는 없다”고 덧붙였다.

한은이 추정한 우리나라 잠재성장률(2019~2020년)은 2.5~2.6%이다.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계속 잠재성장률을 밑돈다는 것은 경기 둔화세가 이어지고 있음을 뜻한다. 통상 경제가 회복을 시작해 정상궤도로 접어들려면 경제성장률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높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내년에 한은이 경기 부양을 위해 기준금리 인하에 나설 수밖에 없을 거란 분석이 힘을 얻는다. 안소은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 성장률 전망치가 한은이 추정한 잠재성장률(2.5~2.6%)보다 낮아졌다”며 “과거에 한은 성장률 전망이 잠재성장률을 밑돌았던 시기엔 대부분 기준금리 인하 조치가 이어졌다”고 말했다.

한은 역시 이날 통화정책방향에서 “국내 경제의 성장세가 완만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수요 측면에서의 물가상승압력이 낮은 수준에 머무를 전망”이라며 “통화정책의 완화 기조를 유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은 올해 0.4%, 내년엔 1.0%로 하향 조정했다고 공개했다. 이 역시 지난 7월 전망(올해 0.7%, 내년 1.3%)보다 0.3%포인트씩 낮춘 것이다.

시장에서는 내년에 한국은행이 1차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예상이 대세를 이룬다. 허정인 KTB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에도 물가상승률이 1% 초반에 머물 것”이라며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인하 시점을 고려했을 때 5월 중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세종=허정원 기자 aeyan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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