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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졸 엔지니어서 CEO로…43년 세탁기맨, 후임 권봉석 추천하고 용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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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고졸 기술자로 입사해 최고 경영자(CEO)까지 오르며 ‘고졸 신화’를 쓴 조성진 LG전자 부회장이 28일 물러났다.

LG전자 떠나는 조성진 부회장

 LG에 43년간 몸담으며 꿈꿨던 ‘글로벌 1등 가전’의 목표를 실현한 후의 용퇴다.

조 부회장은 용산공고를 졸업하고 1976년 LG의 전신인 금성사에 세탁기 전기설계실 엔지니어로 입사했다. 최고 인기 부서인 선풍기 사업부를 마다하고 세탁기 부서에 자원했다.

조 부회장은 ‘세탁기의 장인’으로 불린다. 세탁기 기술이 일본 의존을 못 벗어나자 과감한 시도를 감행했다. 99년 모터가 직접 세탁 통을 구동하는 ‘다이렉트 드라이브’ 시스템을 세계 최초로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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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엔 듀얼 분사 스팀 드럼세탁기, 2009년 ‘6 모션’ 세탁기, 2015년 ‘트윈워시’도 조 부회장의 작품이다. 조 부회장은 “공장 2층에 침대와 조리 기구까지 갖다놓고 집에 안 가고 밤샘 개발 작업을 했다”고 회고한 바 있다.

의류 관리기라는 새 장르를 만든 ‘스타일러’도 그의 아이디어에서 개발이 시작됐다.

조 부회장은 2016년 말 5년 만에 적자를 낸 LG전자의 CEO로 투입됐다. 대대적인 조직 쇄신과 사업 변화를 단행했다. 수익성이 높은 프리미엄 가전사업 전담조직을 CEO 직속으로 신설했고, 같은 부품을 여러 제품에 탑재하는 방식을 확대해 생산원가를 절감했다.

그 결과 LG전자는 2017년 매출 61조3963억원, 영업이익 2조4685억원으로 반등에 성공했다. 올 상반기에는 미국 월풀을 제치고 글로벌 가전회사 중 매출 1위로 등극했다.

그는 스스로 용퇴 의사를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LG 관계자는 “조 부회장이 새 먹거리를 발굴할 LG전자 사령탑으로 권봉석 신임 대표를 추천했다”고 전했다.

장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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