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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한밤 신촌세브란스행…“아내가 불러도 반응 없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앞 단식 8일째인 27일 건강 상태가 갈수록 악화하는데도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가 황 대표를 찾아 건강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병원에 가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며 ’대표는 ‘(단식을) 조금 더 이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우상조 기자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청와대 앞 단식 8일째인 27일 건강 상태가 갈수록 악화하는데도 단식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날 나경원 원내대표가 황 대표를 찾아 건강 상태를 살펴보고 있다. 나 원내대표는 ’병원에 가시는 게 어떻겠느냐고 권유했다“며 ’대표는 ‘(단식을) 조금 더 이어가야 할 것 같다’고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우상조 기자

청와대 인근에서 단식 중이던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27일 오후 11시3분 신촌세브란스병원으로 긴급 후송됐다. 병원까지 동승한 전희경 대변인은 “황 대표의 부인이 옆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아예 반응이 없었다고 한다. 황 대표를 불러도 말이 없는 단계였다”며 “놀란 부인이 대기 중인 의료진에게 요청했고, 의료진이 맥박 등을 확인한 후 이송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119구조대가 도착했을 때 황 대표는 호흡은 있으나 의식이 저하된 상태였던 것으로 알려졌다.

단식 8일째 의식 잃어 응급실로 #원희룡·박근령 낮에 천막 찾아 #“황제 단식” 비판 심상정도 방문 #한국당 지지자들 “물러가라” 고함

황 대표를 방문하고 나오며 주변의 한국당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원 안). 전날 황 대표의 단식을 ‘황제 단식’이라고 비판했던 심 대표는 텐트에서 나온 뒤 ’대표님이 주무시고 계셔서 얼굴만 뵙고 나왔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황 대표를 방문하고 나오며 주변의 한국당 지지자들로부터 거센 항의를 받고 있는 심상정 정의당 대표(원 안). 전날 황 대표의 단식을 ‘황제 단식’이라고 비판했던 심 대표는 텐트에서 나온 뒤 ’대표님이 주무시고 계셔서 얼굴만 뵙고 나왔다“고 말했다. 우상조 기자

앞서 이날 오후 심상정 정의당 대표가 황 대표를 방문했다. 직전 30분 전만 해도 80여 명 정도였던 사람들은 그 사이 300여 명까지 늘었고, 심 대표 도착 10분 전 경찰이 폴리스라인을 만들자 지지자들은 “어딜 오냐” “당장 물러나라”고 소리쳤다. 이후 1시58분 심 대표가 나타나자 황 대표의 지지자들은 심 대표를 향해 몰려들어 경찰이 설치한 1차 폴리스라인과 2차 프레스라인까지 무너졌다. 심 대표는 곧 김도읍 당 대표 비서실장, 박대출·강효상 의원과 이야기를 나눴다. 김성원 한국당 대변인은 “김도읍 실장이 심 대표에게 ‘인간적으로 그렇게 하면 안 된다. 아무리 우리나라 정치가 수준 이하로 떨어졌어도 최소한의 도리는 지켜야 하지 않느냐’며 제1 야당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을 하는데 비하·조롱·멸시한 것에 대해 강력하게 말했다”고 했다. 텐트 안으로 들어간 지 1분쯤 뒤 나온 심 대표는 기자들을 만나 “얼굴만 뵙고 나왔다. 기력이 없으셔서 주무시는 것 같다”면서 “정치적 비판은 비판이고, 단식으로 고생하고 있어 찾아보는 게 도리라고 생각해 왔다. 정치보다 사람이 먼저다”고 말했다. 황 대표의 단식을 직전 ‘황제 단식’이라고 비판한 것에는 “정치적 비판은 비판이고, 찾아뵙는 게 도리라고 생각한다”는 말만 반복했다.

이날 원희룡 제주지사도 황 대표를 찾았다. 원 지사는 황 대표를 만난 후 “대표가 말을 못하는 상태다. 마음이 아프다. 이왕 시작한 단식이니 그 뜻을 국민에게 알리고 승리하는 단식이 돼 기력을 회복하시고 특히 야권 쇄신에 힘을 발휘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동생인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도 잠시 기다리다 황 대표를 만나진 않은 채 돌아갔다. 그는 “얼마 전 국립현충원 추도식(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40주기) 때 황 대표가 와준 것에 대한 감사의 의미로 왔다”고 했다.

한편 이날 오후 1시쯤엔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마친 한국당 의원 40여 명이 천막을 찾았다. 나경원 원내대표는 “의총에서 당 대표의 구국의 단식 투쟁의 뜻을 이어가자고 결의했다”면서 “좌파 정권의 장기집권을 위한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법과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결단코 막아내겠다는 총의를 모았다”고 했다.

이우림 기자 yi.wool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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