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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재단 탈북 모자 장례 절차 진행…조문객 "하늘에서 배부르고 행복하길"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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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 대한적십자사 동부하나센터에 '관악 아사 탈북 모자' 故 한성옥 모자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오는 28일까지 장례를 치르는 하나재단은 수도권 6곳에 분향소를 마련해 조문을 받는다고 한다. 이태윤 기자

26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 대한적십자사 동부하나센터에 '관악 아사 탈북 모자' 故 한성옥 모자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오는 28일까지 장례를 치르는 하나재단은 수도권 6곳에 분향소를 마련해 조문을 받는다고 한다. 이태윤 기자

지난 7월 말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된 탈북민 모자를 위해 26일 마련된 분향소에는 드문드문 조문객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통일부 산하 탈북민 지원기관인 남북하나재단(하나재단)은 이날 서울 관악구 봉천동 대한적십자사 서울특별지사 동부하나센터를 포함한 수도권 6곳의 하나센터에 탈북민 한성옥씨 모자를 위한 분향소를 설치했다. 애도 기간은 오는 28일까지로 오전 10시~오후 9시까지 조문할 수 있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조문객의 모습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동부하나센터장과 사무국장 등 직원을 빼고는 조문객이 없었다. 안내를 위한 관악구청 직원 몇몇만이 자리를 지켰다. 분향소에는 탈북 모자의 이름이 쓰여있는 화환 2개와 김연철 통일부 장관·박준희 관악구청장·남북하나재단에서 보낸 화환 총 5개가 보였다.

26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 대한적십자사 동부하나센터에 '관악 아사 탈북 모자' 故 한성옥 모자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이태윤 기자

26일 오전 서울 관악구 봉천동 대한적십자사 동부하나센터에 '관악 아사 탈북 모자' 故 한성옥 모자 분향소가 마련돼 있다. 이태윤 기자

오전 11시쯤 박 구청장이 현장을 찾았다. 구청 관계자 여러 명과 함께 온 그는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강력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관악구청에 따르면 서울 관악구에는 탈북민 360세대가 살고 있다고 한다. 관악구청 관계자는 “북한이탈주민 156세대에 대해서 긴급 복지나 성금 등을 지원했다”고 부연했다.

점심시간이 가까워지며 일반 시민 조문객들도 하나둘 분향소에 오기 시작했다. 이모씨는 “이제 한 달 뒤면 2020년인데 아직도 우리나라에서 굶어 죽는 사람이 나온다는 사실이 너무 안타깝다”며 “어린 아들과 함께 무력하게 하늘로 갔을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이어 “하늘에서라도 모자가 배부르고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한씨 모자는 지난 7월 31일 관악구 봉천동의 한 임대아파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에 따르면 당시 한씨 집에는 식료품이 떨어진 상태였고 냉장고에 먹을거리라고는 '고춧가루'뿐이었다고 한다. 타살 혐의가 발견되지 않았고 통장 잔고가 3858원에 불과해 아사 가능성도 제기됐다.

이후 한씨 모자의 사연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탈북민단체 관계자들은 탈북민 모자 사인 규명 및 재발 방지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를 구성했다. 이들은 지난 8월 광화문역 인근에 탈북 모자 분향소를 설치하고 통일부가 있는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수차례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탈북단체 “날치기 장례 하지 마라” 주장  

비대위는 “정부가 사건이 4개월이나 지난 지금 분향소를 기습 설치하는 건 날치기 장례”라고 반박했다. 이들은 ▶정부의 사과 ▶통일부·대책위 협의기구 설치 ▶전국적인 탈북민 협력망 구축 등을 요구하며 정부가 여기에 답을 내놓는 게 우선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9월 탈북단체 회원들이 탈북 모자 사망에 대해 관악구청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지난 9월 탈북단체 회원들이 탈북 모자 사망에 대해 관악구청의 사과를 요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비대위 참여 단체 중 하나인 북한인민해방전선의 최정훈 대표는 “인도적 차원에서 장례 절차를 막지는 않겠지만, 장례는 이건 명백히 날치기 장례기 때문에 인정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최 대표는 “관악구청, 통일부, 여당 관계자들은 서울 종로에 이미 비상대책위원회가 설치한 분향소에는 단 한 번도 방문하지 않았다”며 “당시 통일부에서는 격식 차린 빈소가 차려지면 방문하겠다고 했는데 관악에 설치한 것도 분향소이고 빈소가 아닌데 거긴 왜 방문하는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정부와 비대위는 지난달 28일 민주평화당의 중재로 이달 10일로 장례 일정을 합의한 바 있지만, 비대위 측이 "요구사항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반발하면서 무산됐다. 비대위는 오는 28일 남북하나재단 앞에서 집회를 열어 다시 한번 정부의 책임 있는 조치를 요구할 예정이다.

이태윤 기자 lee.tae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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