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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협상 교착 속 러시아와 공조…최선희 ‘조용한’ 귀국

중앙일보

입력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무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결과에 대해 연합뉴스 등에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0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무부 청사에서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과 회담한 뒤 결과에 대해 연합뉴스 등에 설명하고 있다.[연합뉴스]

지난주 러시아를 방문한 최선희 북한 외무성 제1부상이 25일 평양으로 귀국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6일 보도했다.
최 제1부상은 지난 20일 러시아에 도착해 “대조선(대북) 적대시 정책을 다 철회해야 핵 문제를 다시 논의할 수 있을 것”“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계속하면 정상회담도 우리에게 흥미있는 사안이 아닐 것” 등 대미 메시지를 쏟아냈지만, 귀국길에선 대미 메시지는 한 마디도 없었다.
최 제1부상은 23일 모스크바 셰레메티예보 국제공항에서 취재진을 만나 “러시아 측과 아주 훌륭한 대화를 나눴다”고만 말했다. 베이징 서우두 공항에선 일반 통로가 아닌 귀빈 통로를 이용해 아예 취재진과 접촉을 피했다. 최 제1부상의 침묵에 대해선 김계관 외무성 고문, 김영철 당 부위원장 등이 무더기 담화로 미국을 압박한 만큼 향후 비핵화 실무협상 관련, 미국과 물밑 접촉 중이거나 미국의 입장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한편 최 제1부상은 20일부터 러시아에서 공식 일정을 시작해 23일까지 3박4일 간 러시아 외무부, 국방부 주요 인사들을 두루 만났다. 최 제1부상의 이번 러시아 방문 목적은 공식적으론 북·러 ‘전략대화’ 참석에 있다는 게 외교안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지난 4월 북·러 정상회담에서 양국 간 전략대화를 개최키로 합의했고, 이번에 처음 첫 회담을 연 것이라면서다. 전략대화는 양자·국제 현안을 두루 논의하는 정부 고위급 회담 형식으로, 러시아는 이미 중국·한국 등과 진행하고 있다.
최 제1부상은 20일 모스크바 외무부 영빈관에서 블라디미르 티토프 제1차관, 올렉 부르미스트로프 북핵담당 특임대사 등과 전략대화 회담을 가졌다. 이어 세르게이 라브로프 외무장관과 후속 회담을 했고, 21일에는 외국 외무당국자로선 이례적으로 러시아 국방부를 찾아 알렉산드르 포민 국방차관(대장)과 면담했다. 최 제1부상은 22일엔 러시아 외무부의 아태 지역 담당인 이고리 모르굴로프 차관과 만났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단독회담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며 웃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지난 4월 26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단독회담회담에 앞서 모두발언을 하며 웃고 있는 모습. [연합뉴스]

러시아 외무부는 북·러 전략대화 결과에 대해 “양측이 정치적 접촉의 높은 역동성에 대해 확인하고, 양자 협력 발전 현황과 전망에 대해 상세히논의했다”며 “한반도 및 동북아 정세, 국제 현안의 핵심 문제들에 대해서도 견해를 교환했다”고 밝혔다.
장세호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전략대화 특성상 양국 정치, 경제, 사회 등 전반 현안을 다뤘을 것”이라며 “북·미 비핵화 협상 정체 속에서 양국  전략대화는 대미 견제용으로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진다”고 말했다.
아울러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방러 문제가 논의됐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내년 5월 제2차 세계대전 전승절 75주년   기념식에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초청한 상태다.
장 연구위원은 “러시아도 한반도 문제에서 중재자 역할을 끊임없이 시도하고 있다”며 “한반도 긴장이 높아진 상황에서 북한에는 도발 자제를, 미국엔 대북 신뢰조치를 촉구하며 영향력을 제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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